dailyidea
lillovewithbiglust2 2022.09.15~2024.03.14
lillovewithbiglust
2024. 12. 1.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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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2
대다수의 사람에게 일기는 기록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쓰레기통이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던져넣는. 그저 내 머리통을 비우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번 쓴 일기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다. 쓰레기통을 굳이 열어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 일기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부끄러움도 없다.
대다수의 사람에게 일기는 기록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쓰레기통이다.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던져넣는. 그저 내 머리통을 비우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번 쓴 일기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다. 쓰레기통을 굳이 열어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내 일기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고 부끄러움도 없다.
밤 아홉시. 인터스텔라가 티비에서 상영되고 있다. 나는 또 그애 생각이 난다. 동탄에서 허탕을 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길. 차안의 분위기는 실망과 짜증보다는 대화와 열의로 가득했다. 그때 우리는 인터스텔라와 상대성이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에 나온 그대로 나는 종이를 둥글게 반으로 접어 그 가운데를 펜으로 뚫어가며 내가 아는 내용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대화가 흥미로울수록 천천히 떨어지는 해리포터의 모래시계처럼 그 애는 그럴때마다 차를 천천히 운전했고 음악의 볼륨을 줄였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날엔 허탕을 쳤어도 허탈하지 않았다.
나는 게 새의 본능인 것처럼 이곳에서 나의 본능은 쓰는것 같다. 쓰고 쓰고 또 쓰고. 나는 자꾸만 쓴다. 무엇이든 쓴다. 계속해서 쓴다. 펜을 너무 오래 쥐어서 어깨가 아파도 쓴다. 쓰는 것 말고 달리 할 일도 없다. 그러니 나를 그냥 쓰게 냅두었으면 좋겠다.
2021.02.23
지금 내 상태에서는 시를 읽는 게 좋지 않은 행동인가 싶다. 시를 읽을수록 마음이 울적하고 슬퍼진다. 꼭 멍든 곳을 뭉근하게 누르는 것 같다. 열시 투약 후 빨리 잠들고 싶다. 그전에는 울적해질 것을 알면서도 시 읽는 것을 멈추기 힘들 것 같다. 이런것도 감정적 자해의 일종인 걸까.
지금 내 상태에서는 시를 읽는 게 좋지 않은 행동인가 싶다. 시를 읽을수록 마음이 울적하고 슬퍼진다. 꼭 멍든 곳을 뭉근하게 누르는 것 같다. 열시 투약 후 빨리 잠들고 싶다. 그전에는 울적해질 것을 알면서도 시 읽는 것을 멈추기 힘들 것 같다. 이런것도 감정적 자해의 일종인 걸까.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를 읽다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하지만 동시에 시를 읽다가 감정에 북받쳐 우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는다. 누군가 내 행동에 매뉴얼을 정해주면 참 좋을텐데. 내 감정을 일일이 허락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편할텐데.
나는 시를 읽어도 되는 걸까. 시를 읽다가 울어도 되는 걸까. 나같은 사람이 읽어도 되는 시와 읽으면 안되는 시를 구분할 수 있을까.
2021.02.24
가은이의 편지. 언니가 해준 말을 등대삼아 어둡고 시리기만 한 삶을 살아내고 버텨내보일게요. 다시는 이곳에서 우리 만나는 일 없도록.
가은이의 편지. 언니가 해준 말을 등대삼아 어둡고 시리기만 한 삶을 살아내고 버텨내보일게요. 다시는 이곳에서 우리 만나는 일 없도록.
열여덟 아이의 인생이 왜 어둡고 시리기만 한걸까? 왜 버텨야만 하는 걸까? 그냥 살 수는 없는 걸까?
사는 게 버티는 게 아닌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느낌을 알고싶다. 감각하고 싶다. 단 일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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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모르겠어
건강한 연애가 뭔지
성장하는 연애가 뭔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랑하는 건 뭔지
확실한 건 다 내 체질에 안맞아
건강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서로 성장하길 바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그냥 적당히 사랑하고 말아
그리고 결국 다음에 만난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겠지
가깝다 못해 상대를 나로 인식하는 사랑
둘을 제외한 주변을 모두 파괴하는 사랑
끝난 후에는 쓸쓸한 패잔병만 남는 사랑
상대를 끝끝내 망쳐놓고
나 자신도 망해가며
망한 사랑을 하겠지
하지만 죽기 전에 떠오르는 건 역시
적당한 사랑이 아니라
망한 사랑일 거야
건강한 연애가 뭔지
성장하는 연애가 뭔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랑하는 건 뭔지
확실한 건 다 내 체질에 안맞아
건강한 관계를 염두에 두고
서로 성장하길 바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그냥 적당히 사랑하고 말아
그리고 결국 다음에 만난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겠지
가깝다 못해 상대를 나로 인식하는 사랑
둘을 제외한 주변을 모두 파괴하는 사랑
끝난 후에는 쓸쓸한 패잔병만 남는 사랑
상대를 끝끝내 망쳐놓고
나 자신도 망해가며
망한 사랑을 하겠지
하지만 죽기 전에 떠오르는 건 역시
적당한 사랑이 아니라
망한 사랑일 거야
.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배가 고프네
뭘 먹어야 하는데
생각만 하다가
생각을 새벽 네시까지 하다가
라면을 먹어야지
냄비에 물을 받고 물을 끓인다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멍하니 보는데
배고픔이 사라진다
가스불을 끈다
다시 배가 고파지면
그때는 진짜 밥을 먹어야지
나는 미루고
밥도 미루고
자살도 미루고
자꾸 자꾸 미룬다
미루고 미루다가
어느새 다 끝나있길 바라며
배가 고프네
뭘 먹어야 하는데
생각만 하다가
생각을 새벽 네시까지 하다가
라면을 먹어야지
냄비에 물을 받고 물을 끓인다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멍하니 보는데
배고픔이 사라진다
가스불을 끈다
다시 배가 고파지면
그때는 진짜 밥을 먹어야지
나는 미루고
밥도 미루고
자살도 미루고
자꾸 자꾸 미룬다
미루고 미루다가
어느새 다 끝나있길 바라며
.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어수선할 때
그 생각이 나를 슈퍼나 창고나 한강으로 데려갈 때
새로운 약을 먹을 때
효능과 부작용, 주의사항 따위가 빼곡히 적힌
약 설명서를 읽는 건 오랜 습관이다
아무 감정도 없이 사실만 기술한 글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것 같다
.
감정없이
생각없이 살고싶고
그렇게 살아보려고 애썼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것 같다
그애는 힘들때 감정을 끈다고 했다
스위치처럼
그게 그 애가 견디는 방식이고
그런 방식이 또 어느정도 효과적인 것 같다
손목도 안 그어도 되고
약도 배가 터질만큼 안 먹어도 되고
그 말이 인상깊었나보다
8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것을 보면
하지만 역시 나는 그런 방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
쿠에타핀에 대한 설명서를 읽는데
자살 관념화 환자에게 위험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자살 관념화가 뭐지
자살 관념화를 검색한다
자살에 대해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누군가의 블로그에 들어간다
(4) 자살시도(suicidal attempts)
- 낮은 치명성 정도: 약복용 등 발견이 가능한 상황에서 서서히 작용하는 방법을 선택
같은 글을 읽는다
괄호와 콜론을 사용하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쳐가며 요약 정리한 글을 읽는다
자살행동 - 정신 건강 장애 - MSD매뉴얼을 읽는다
학대경험과 사회적지지가 비행청소년들의 자살관념화에 미치는 영향의 분석연구
같은 학술지도 읽는다
무엇보다 감정이 담긴 행위에 대해
무엇보다 감정없이 기술한 글을 읽는다
끓어오르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
영화 관상에서
왕이 된 수양이 내경에게 묻는다
어찌 이제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내경은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자 수양이 말한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미 왕이 되고 나서 왕이 될 상이라니
그건 왕이 되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아닌가
.
일이 벌어진 후에
너를 믿었다는 말은 무효하다
믿음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믿는 건 그냥 믿는 거다
어떤 근거도 없이
그런 점에서 믿음은 실로 비이성적이고 종교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과 그의 믿음은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와 그의 사랑보다
귀하다
믿음 없는 사랑은 사람을 파멸로 몰고가지만
사랑 없는 믿음은 사람이 생을 지속할 이유가 되어준다
.
조현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일단 그에게 병식이 생긴 후에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가 보고 듣는 것이 거짓이라는 것만 알게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그보다 어렵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거짓된 행복의 베일이 걷히고
드디어 똑바로 세상을 본다고 믿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자신에게 퇴마되어야 할 악한 기운이 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어렵다
.
무망함
문제 해결 능력의 부재
따위의 문구를 한참을 들여다본다
여기서 무망하다는 감정은
철저하게
처절하게
주관적인 믿음이다
무망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희망의 실제 존재 여부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삼자의 눈에는 분명한 희망과 일을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지만
무망한 사람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그는 처마를 한 걸음 앞에 두고 쏟아지는 빗물을 모두 맞아낸다
물컵을 눈 앞에 두고
목말라 죽어간다
그 생각이 나를 슈퍼나 창고나 한강으로 데려갈 때
새로운 약을 먹을 때
효능과 부작용, 주의사항 따위가 빼곡히 적힌
약 설명서를 읽는 건 오랜 습관이다
아무 감정도 없이 사실만 기술한 글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것 같다
.
감정없이
생각없이 살고싶고
그렇게 살아보려고 애썼지만
나는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것 같다
그애는 힘들때 감정을 끈다고 했다
스위치처럼
그게 그 애가 견디는 방식이고
그런 방식이 또 어느정도 효과적인 것 같다
손목도 안 그어도 되고
약도 배가 터질만큼 안 먹어도 되고
그 말이 인상깊었나보다
8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것을 보면
하지만 역시 나는 그런 방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
쿠에타핀에 대한 설명서를 읽는데
자살 관념화 환자에게 위험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자살 관념화가 뭐지
자살 관념화를 검색한다
자살에 대해 학문적으로 공부하는 누군가의 블로그에 들어간다
(4) 자살시도(suicidal attempts)
- 낮은 치명성 정도: 약복용 등 발견이 가능한 상황에서 서서히 작용하는 방법을 선택
같은 글을 읽는다
괄호와 콜론을 사용하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쳐가며 요약 정리한 글을 읽는다
자살행동 - 정신 건강 장애 - MSD매뉴얼을 읽는다
학대경험과 사회적지지가 비행청소년들의 자살관념화에 미치는 영향의 분석연구
같은 학술지도 읽는다
무엇보다 감정이 담긴 행위에 대해
무엇보다 감정없이 기술한 글을 읽는다
끓어오르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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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에서
왕이 된 수양이 내경에게 묻는다
어찌 이제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내경은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자 수양이 말한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미 왕이 되고 나서 왕이 될 상이라니
그건 왕이 되기 전에 해야 할 말이 아닌가
.
일이 벌어진 후에
너를 믿었다는 말은 무효하다
믿음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믿는 건 그냥 믿는 거다
어떤 근거도 없이
그런 점에서 믿음은 실로 비이성적이고 종교적인 감정이다
그래서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과 그의 믿음은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와 그의 사랑보다
귀하다
믿음 없는 사랑은 사람을 파멸로 몰고가지만
사랑 없는 믿음은 사람이 생을 지속할 이유가 되어준다
.
조현병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일단 그에게 병식이 생긴 후에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가 보고 듣는 것이 거짓이라는 것만 알게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그보다 어렵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거짓된 행복의 베일이 걷히고
드디어 똑바로 세상을 본다고 믿는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자신에게 퇴마되어야 할 악한 기운이 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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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망함
문제 해결 능력의 부재
따위의 문구를 한참을 들여다본다
여기서 무망하다는 감정은
철저하게
처절하게
주관적인 믿음이다
무망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희망의 실제 존재 여부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삼자의 눈에는 분명한 희망과 일을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지만
무망한 사람은 그것을 믿지 않는다
그는 처마를 한 걸음 앞에 두고 쏟아지는 빗물을 모두 맞아낸다
물컵을 눈 앞에 두고
목말라 죽어간다
.
환상이 걷히고
이제야 너를 똑바로 본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야 너를 똑바로 본다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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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오래 붙잡고 있던 파묘 다꾸를 끝냈다.
배우들 배경으로 경문처럼 보이기 위해 한자를 하나하나 오려붙였는데 처음엔 재미있다가 중간즈음에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다.
여태까지 내가 했던 다꾸 중에 가장 오래 걸리고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다 만들고보니 내가봐도 멋있게 잘 됐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난 것 같아서 뿌듯하다.
나는 이런 게 참 좋다. 투자한 노력과 시간을 증명하듯 눈에 보이는 결과물. 내 손으로, 내 취향대로 만든 내 작품. 프린트물과 스티커를 정성스레 오리고, 배치를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조심조심 붙이는 시간은 즐겁고 견고하다. 프린트물끼리 겹쳐붙여 더께가 쌓이고 부푼 다이어리를 손으로 가만 쓸어보면 마음에 알 수 없는 넉넉함과 뿌듯함이 차오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볼 수 없어도 내가 기억하고 내가 만족하는 내 인생의 역사. 기분이 좋다.
듄을 보고왔다. 듄 보러간다고 아버지한테 말했는데 이번에도 레베카 퍼거슨이 출연하냐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 돌아왔다. 그 질문을 기억한 채 영화를 보는데 레베카 퍼거슨에서 자꾸 엄마가 보였다. 큰 키, 마른 몸, 차갑고 이지적인 눈, 생각을 읽기 힘든 표정. 인종이 다르니까 아무래도 외모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풍기는 분위기와 눈빛에서 엄마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배우일까? 엄마는 아빠가 마지막으로 만난 레베카 퍼거슨같은 여자였다. 엄마와 이혼한 뒤 아빠가 데려온 여자들은 전부 키가 작고 넉넉한 풍채에 어딘가 촌스럽지만 따뜻한 인상을 가졌었다. 지금 만나는 여자도 그렇고.
영화를 좋아하는 내 취향은 아빠에게서 비롯됐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나오는 버릇도 아빠에게 물려받았다. 아직도 열두살 때 아빠와 둘이 트와일라잇을 보러갔던 기억을 선명하게 불러올 수 있다. 키스신이 나오자 어쩔줄 몰라하며 곁눈으로 아빠 눈치를 봤던 기억.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져 멍해있던 나에게 아빠는 뮤즈의 노래가 배경으로 사용된 뱀파이어들의 야구 장면이 조악하지만 좋았다는 둥 말을 쏟아냈었다.
아빠가 보여준 영화 중에는 아메리칸 크라임처럼 아직 덜 자라 영혼이 무른 아이가 보기에는 충격적인 것들도 많았는데, 아빠는 내 영혼에 그런 식의 충격이 가해지는 걸 일종의 필요악으로 생각했던 것도 같다. 아메리칸 크라임같은 영화를 통해 세상의 사악함을 보여주기도, 아바타 같은 영화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내가 열세살이었던 즈음 아빠는 아바타를 보러 영화관에 온 가족을 끌고가면서 곧 우리가 목도하게 될 것은 단순 오락이 아니라 기술의 혁신이고 영화의 역사라고 했다. 이걸 우리에게 영화관에서 보여주지 않으면 나중에 자신이 후회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아빠의 세계는 아빠가 바라던 만큼 풍성하지 못해서 자식들에게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항상 안방의 큰 티비로, OTT가 없던 당시 어디선가 불법으로 다운받아왔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영화를 봤다. 처음에는 온 가족이 다같이 모여앉았어도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아빠와 나 둘 밖에 없었다. 어떤 에로틱한 장면이나 끔찍한 장면이 나와도 아빠는 내 눈을 가리는 법이 없었다. 아빠는 내가 그대로 다 보길 원했고 나 역시 그랬다. 정확히는, 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닮았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는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 딸이 되었지만 어렸을 적 아빠가 보여준 영화를 통해 내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아빠가 보여준 영화를 통해 나는 세상을 배우고, 가치관을 정립하고, 취향을 견고히 했다. 현재도 영화는 내 삶을 지탱하는 큰 기둥이고, 영화관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좋은 영화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앞으로도 살아갈 힘을 준다. 다꾸도 영화를 보고나서 그 영화를 기록하고 내 방식으로 기억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내 인생의 많은 중요한 부분과 추억이 영화에 의해 생겨났다. 생각해보면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다. 내가 살아갈 의지를 꺾었던 사람이, 내게 살아갈 힘이 되는 가장 큰 선물을 해준 셈이다.
듄 얘기로 돌아오면, 듄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다른 영화였다. SF의 형태를 빌렸지만 정치, 종교영화에 가깝다. 메시아의 출현, 성전, 메시아의 어머니(제시카가 결혼하지 않은 점을 상기하면 성모 마리아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예언가, 추종자 등.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은유와 상상력이 풍부한 영화였다. 그리고 감독이 말한 것처럼 이미지와 소리로 압도하는, 관람보다 체험에 가까운 영화였다. 하지만 내가 영화에서 건져낸 단 하나는 마지막 챠니(젠데이아)의 눈빛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대의를 위해 자신을 배신했을 때, 그 사람을 원망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절망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보이는 곧고 단단한 눈빛. 모래바람이 불어와도 똑바로 앞을 보겠다는, 살아가겠다는 그 흔들림 없는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장면이었다. 최근 침울해있던 나에게 그 눈빛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많은 힘을 주었다. 그 눈빛이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지금 내 삶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고,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겠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나도 당분간은 챠니의 눈빛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래바람 속에서 똑바로 앞을 보는 사람의 눈빛으로. 결코 절망하지 않는 눈빛으로.
오래 붙잡고 있던 파묘 다꾸를 끝냈다.
배우들 배경으로 경문처럼 보이기 위해 한자를 하나하나 오려붙였는데 처음엔 재미있다가 중간즈음에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다.
여태까지 내가 했던 다꾸 중에 가장 오래 걸리고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다 만들고보니 내가봐도 멋있게 잘 됐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로 나타난 것 같아서 뿌듯하다.
나는 이런 게 참 좋다. 투자한 노력과 시간을 증명하듯 눈에 보이는 결과물. 내 손으로, 내 취향대로 만든 내 작품. 프린트물과 스티커를 정성스레 오리고, 배치를 고민하고, 마지막으로 조심조심 붙이는 시간은 즐겁고 견고하다. 프린트물끼리 겹쳐붙여 더께가 쌓이고 부푼 다이어리를 손으로 가만 쓸어보면 마음에 알 수 없는 넉넉함과 뿌듯함이 차오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볼 수 없어도 내가 기억하고 내가 만족하는 내 인생의 역사. 기분이 좋다.
듄을 보고왔다. 듄 보러간다고 아버지한테 말했는데 이번에도 레베카 퍼거슨이 출연하냐는 예상치 못한 질문이 돌아왔다. 그 질문을 기억한 채 영화를 보는데 레베카 퍼거슨에서 자꾸 엄마가 보였다. 큰 키, 마른 몸, 차갑고 이지적인 눈, 생각을 읽기 힘든 표정. 인종이 다르니까 아무래도 외모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풍기는 분위기와 눈빛에서 엄마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배우일까? 엄마는 아빠가 마지막으로 만난 레베카 퍼거슨같은 여자였다. 엄마와 이혼한 뒤 아빠가 데려온 여자들은 전부 키가 작고 넉넉한 풍채에 어딘가 촌스럽지만 따뜻한 인상을 가졌었다. 지금 만나는 여자도 그렇고.
영화를 좋아하는 내 취향은 아빠에게서 비롯됐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나오는 버릇도 아빠에게 물려받았다. 아직도 열두살 때 아빠와 둘이 트와일라잇을 보러갔던 기억을 선명하게 불러올 수 있다. 키스신이 나오자 어쩔줄 몰라하며 곁눈으로 아빠 눈치를 봤던 기억.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져 멍해있던 나에게 아빠는 뮤즈의 노래가 배경으로 사용된 뱀파이어들의 야구 장면이 조악하지만 좋았다는 둥 말을 쏟아냈었다.
아빠가 보여준 영화 중에는 아메리칸 크라임처럼 아직 덜 자라 영혼이 무른 아이가 보기에는 충격적인 것들도 많았는데, 아빠는 내 영혼에 그런 식의 충격이 가해지는 걸 일종의 필요악으로 생각했던 것도 같다. 아메리칸 크라임같은 영화를 통해 세상의 사악함을 보여주기도, 아바타 같은 영화를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내가 열세살이었던 즈음 아빠는 아바타를 보러 영화관에 온 가족을 끌고가면서 곧 우리가 목도하게 될 것은 단순 오락이 아니라 기술의 혁신이고 영화의 역사라고 했다. 이걸 우리에게 영화관에서 보여주지 않으면 나중에 자신이 후회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아빠의 세계는 아빠가 바라던 만큼 풍성하지 못해서 자식들에게 영화를 통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항상 안방의 큰 티비로, OTT가 없던 당시 어디선가 불법으로 다운받아왔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영화를 봤다. 처음에는 온 가족이 다같이 모여앉았어도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아빠와 나 둘 밖에 없었다. 어떤 에로틱한 장면이나 끔찍한 장면이 나와도 아빠는 내 눈을 가리는 법이 없었다. 아빠는 내가 그대로 다 보길 원했고 나 역시 그랬다. 정확히는, 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닮았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는 아빠를 좋아하지 않는 딸이 되었지만 어렸을 적 아빠가 보여준 영화를 통해 내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아빠가 보여준 영화를 통해 나는 세상을 배우고, 가치관을 정립하고, 취향을 견고히 했다. 현재도 영화는 내 삶을 지탱하는 큰 기둥이고, 영화관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좋은 영화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앞으로도 살아갈 힘을 준다. 다꾸도 영화를 보고나서 그 영화를 기록하고 내 방식으로 기억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내 인생의 많은 중요한 부분과 추억이 영화에 의해 생겨났다. 생각해보면 씁쓸하면서도 재미있다. 내가 살아갈 의지를 꺾었던 사람이, 내게 살아갈 힘이 되는 가장 큰 선물을 해준 셈이다.
듄 얘기로 돌아오면, 듄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많이 다른 영화였다. SF의 형태를 빌렸지만 정치, 종교영화에 가깝다. 메시아의 출현, 성전, 메시아의 어머니(제시카가 결혼하지 않은 점을 상기하면 성모 마리아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예언가, 추종자 등.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은유와 상상력이 풍부한 영화였다. 그리고 감독이 말한 것처럼 이미지와 소리로 압도하는, 관람보다 체험에 가까운 영화였다. 하지만 내가 영화에서 건져낸 단 하나는 마지막 챠니(젠데이아)의 눈빛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대의를 위해 자신을 배신했을 때, 그 사람을 원망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절망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보이는 곧고 단단한 눈빛. 모래바람이 불어와도 똑바로 앞을 보겠다는, 살아가겠다는 그 흔들림 없는 눈빛이 기억에 남는다.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장면이었다. 최근 침울해있던 나에게 그 눈빛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많은 힘을 주었다. 그 눈빛이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지금 내 삶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고, 내가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겠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나도 당분간은 챠니의 눈빛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래바람 속에서 똑바로 앞을 보는 사람의 눈빛으로. 결코 절망하지 않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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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실을 통해 진실로 간다고 믿지만
대개 진실을 미리 정해놓고 사실을 취사선택한다
대개 진실을 미리 정해놓고 사실을 취사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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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질거란 건 알아’
7개월 전 일기에 이렇게 썼었다.
지금은 그때 왜 괜찮지 않았는지
왜 괜찮아질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어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괜찮지 않은 것도
결국 괜찮아진다.
이 괜찮지않음도 7개월 후면
괜찮아진다, 아마 아무 기억도 남기지 않고.
괜찮다 괜찮다 되뇌이며 살아오면서
내가 체험할 수 있었던 절대적 진리는 딱 하나였다.
시간이 모든 걸 풍화해준다는 것.
기억이든 감정이든
내가 원했던 것이든 원하지 않았던 것이든
시간은 모든걸 공평하게 사라지게한다.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는다.
목숨이 제일 편하다.
사실 제일 힘든 건 죽는 거다.
죽는 게 편했으면 죽었겠지.
그러니까 지금도 스스로에게 말해주면 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질거란 건 알아’
7개월 전 일기에 이렇게 썼었다.
지금은 그때 왜 괜찮지 않았는지
왜 괜찮아질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어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괜찮지 않은 것도
결국 괜찮아진다.
이 괜찮지않음도 7개월 후면
괜찮아진다, 아마 아무 기억도 남기지 않고.
괜찮다 괜찮다 되뇌이며 살아오면서
내가 체험할 수 있었던 절대적 진리는 딱 하나였다.
시간이 모든 걸 풍화해준다는 것.
기억이든 감정이든
내가 원했던 것이든 원하지 않았던 것이든
시간은 모든걸 공평하게 사라지게한다.
죽을 것 같아도 죽지 않는다.
목숨이 제일 편하다.
사실 제일 힘든 건 죽는 거다.
죽는 게 편했으면 죽었겠지.
그러니까 지금도 스스로에게 말해주면 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질거란 건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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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자체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하지만 그 감정을 다스리고 표현하는 방법에서 옳고 그름이 나뉜다
하지만 그 감정을 다스리고 표현하는 방법에서 옳고 그름이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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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사람은 진심이 여러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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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기 위해 하는 건 싫다
무엇을 하기 위해 되는 건
더 싫다
사랑하니 행복하다
그 애가 아무래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웃게 한다
마음을 낱낱이 파헤치고
파헤친 마음을 끝끝내 덮어주기까지 한다
그 애의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무시지시의 아늑함이 온 몸을 감싼다
하지만 역시
무엇이 되기 위해 하는 건 싫다
무엇을 하기 위해 되는 건
더 싫다
버리지 못하면 가지게 되는 걸까
가지고 있으면
사랑인걸까
무엇을 하기 위해 되는 건
더 싫다
사랑하니 행복하다
그 애가 아무래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웃게 한다
마음을 낱낱이 파헤치고
파헤친 마음을 끝끝내 덮어주기까지 한다
그 애의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무시지시의 아늑함이 온 몸을 감싼다
하지만 역시
무엇이 되기 위해 하는 건 싫다
무엇을 하기 위해 되는 건
더 싫다
버리지 못하면 가지게 되는 걸까
가지고 있으면
사랑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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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끝끝내 날 허락하지 않는 어떤 내부가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나는 한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
무엇보다도 그대의 텅빈 바깥에 있다
하지만 당신의 내부에 있는 것보다
당신의 텅빈 바깥에 있는 지금이
더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러므로 나는 한번도 받아들여진 적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 나는 지금
무엇보다도 그대의 텅빈 바깥에 있다
하지만 당신의 내부에 있는 것보다
당신의 텅빈 바깥에 있는 지금이
더 외롭다고 말할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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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2월 03일 (수)
너를 내 세상에 초대하고 싶었는데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 우리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그저 낱개의 점들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쓰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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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난 뒤에 남는 사소한 취향들이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내 글의 문체는 J로부터 나왔다
하고자 하는 말을 표현을 최대한 덜어내고 꼭 필요한 단어로만 담백하게 써내려간 그의 글이 좋았다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읽으며 일부러 그의 문체를 닮으려고 노력했었다
발라드와 힙합만 듣던 내게 락음악의 세계를 가르쳐준 건 H였다
그와 드라이브하며 들었던 너바나, 픽시스, 스웨이드의 음악을 이제는 혼자 길을 걸으며 듣는다
내 취향이라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완전히 타인의 취향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이제는 끝나버린 사랑의 부산물
나는 그것들을 내 팔뚝의 문신처럼 계속 가지고 살아간다
부디 나 역시 그들에게 남긴 것이 하나라도 있기를 바라며
내 글의 문체는 J로부터 나왔다
하고자 하는 말을 표현을 최대한 덜어내고 꼭 필요한 단어로만 담백하게 써내려간 그의 글이 좋았다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읽으며 일부러 그의 문체를 닮으려고 노력했었다
발라드와 힙합만 듣던 내게 락음악의 세계를 가르쳐준 건 H였다
그와 드라이브하며 들었던 너바나, 픽시스, 스웨이드의 음악을 이제는 혼자 길을 걸으며 듣는다
내 취향이라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완전히 타인의 취향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이제는 끝나버린 사랑의 부산물
나는 그것들을 내 팔뚝의 문신처럼 계속 가지고 살아간다
부디 나 역시 그들에게 남긴 것이 하나라도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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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버리기 쉽지만 가장 버리기 싫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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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결혼해서 애를 낳고 하루하루 사랑을 잃어가며 살자(남자)
나는 당신을 가두어 둘 거예요, 하루종일, 그리고 감시하겠어, 질투를 가지고…(여자)
이것이 결국 결혼에 있어서 남녀의 사랑의 대화가 아닐까?
나는 당신을 가두어 둘 거예요, 하루종일, 그리고 감시하겠어, 질투를 가지고…(여자)
이것이 결국 결혼에 있어서 남녀의 사랑의 대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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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 대한 불신은 자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다
남을 신뢰하는 자신의 판단력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을 신뢰하는 자신의 판단력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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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깟 사소한 불운쯤은 놀랍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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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명확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마음의 끈이 뚝 하고 끊긴다
그 후론 더 이상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끝은 그렇게 순식간에, 고요하게 온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끊김이 잦아지고 쉬워진다
마음의 끈이 뚝 하고 끊긴다
그 후론 더 이상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다
끝은 그렇게 순식간에, 고요하게 온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끊김이 잦아지고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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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행간을 읽으려 애쓰고 낱말과 낱말, 철자와 철자 사이에 숨은 뜻을 읽으려 애쓰죠. 상대방을 정확하게 평가하려고 안간힘을 써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본질적인 면만은 드러내지 않으려고 철저하게 조심 또 조심해요.
P.33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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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히 고른 말과 차분히 전달하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내 마음을 허물어
그 목소리가 내 마음을 허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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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과 승리의 여신이 오직 너 한 명만을 사랑하고, 오직 네가 속한 팀만을 사랑하길 소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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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렇게 못견디겠는 게
오히려 내 선택이 맞다는 반증 같다
오히려 내 선택이 맞다는 반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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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04일 (일)
i.
그는 나에게 죽은 사람이다. 나는 그를 소렴하고 그의 얼굴에 멱목을 감쌌다. 장지에 올라 내 두 손으로 그의 관을 파묻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꿈을 꾼다. 무덤 속에 다소곳이 누워있는 그를 기어코 끄집어내 죽은 그와 춤을 추고 산책을 한다. 그러나 때가 오면 그는 다시 관으로 들어가 눕는다. 나는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의 관을 닫는다. 그의 눈을 힘주어 감긴다. 그리고 나의 눈을 뜬다. 천장이 보인다. 눈물이 흐른다.
그는 나에게 죽은 사람이다. 나는 그를 소렴하고 그의 얼굴에 멱목을 감쌌다. 장지에 올라 내 두 손으로 그의 관을 파묻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꿈을 꾼다. 무덤 속에 다소곳이 누워있는 그를 기어코 끄집어내 죽은 그와 춤을 추고 산책을 한다. 그러나 때가 오면 그는 다시 관으로 들어가 눕는다. 나는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의 관을 닫는다. 그의 눈을 힘주어 감긴다. 그리고 나의 눈을 뜬다. 천장이 보인다. 눈물이 흐른다.
ii.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썩어서 없어질 때 까지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고 야콥 타우베우스는 말했다. 그러나 무덤 속에 싱싱히 살아 누워있는 당신은 좀처럼 썩어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당신의 운명함을 선고하고 당신의 얼굴에 싸맨 멱목이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썩어가는데 당신은 썩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썩어서 없어질 때 까지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고 야콥 타우베우스는 말했다. 그러나 무덤 속에 싱싱히 살아 누워있는 당신은 좀처럼 썩어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당신의 운명함을 선고하고 당신의 얼굴에 싸맨 멱목이 가장자리부터 천천히 썩어가는데 당신은 썩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당신은 언제 썩나, 그리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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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21일 (토)
훈아
너를 만나 불행했어
그리고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어
너를 만나 불행했어
그리고 그 불행으로 그 시절을 견뎠어
2021년 07월 30일 (금)
한 남자가 잠깐동안 임대한 세계가 나라는 사실에 감사하자
2021년 05월 28일 (금)
친구가 될 수 없다
친구는 될 수 없다
친구도 될 수 없다
친구는 될 수 없다
친구도 될 수 없다
2021년 05월 24일 (월)
피넛. 주유소. 이름의 끝글자가 ‘훈’인 새로 들어온 환자. 백종원의 푸드파이터. 후쿠오카의 토치로 겉면을 살짝 읽힌 닭전골. 피아노. 피아노를 가르쳐주는 것. 옛날 노래. 일기예보. 경북. 해’돌’라고 말하는 것. 보라언니의 ‘까꾸장한’ 얼굴. 현식이와 유리의 소꿉장난같은 사랑. 보라언니의 손목의 상처. 노트. 주차장. 병원. 아빠. 약. 자살. 할머니. 엄마. 입원. 72병동. 그리고 나.
나를 보면 네가 생각나는데 너를 지우려면 내가 사라져야 할까?
나를 보면 네가 생각나는데 너를 지우려면 내가 사라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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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21. 1:13 ・ 비공개
존재의의가 있는 것은 도구 뿐이다. 스패너, 드라이버, 망치....
하지만 이런 것들은 자유의지가 없다.
인간은 존재목적 없이 태어난다. 그래서 자유의지가 있다.
존재에 목적이 생기면 더이상 자유로울수 없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자유의지가 없다.
인간은 존재목적 없이 태어난다. 그래서 자유의지가 있다.
존재에 목적이 생기면 더이상 자유로울수 없다.
2015. 9. 30. 16:09 ・ 비공개
여성 작가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감정 묘사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독특하고 참신하지만 작품에 일관하게 부여된 힘이 없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조각조각의 문장만 기억에 남고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잊혀져버린다. 요컨대 핵심 감정(key emotion)이 부재한다. 힘있는 글을 쓰려면 핵심 감정을 가운데 두고 이를 중심으로 둥글게 거미줄 치듯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야 한다. 순간의 묘사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전체의 작품이 힘을 잃어버리면 안된다.
2014. 2. 4. 20:28 ・ 비공개
나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이교도의 기질이 있다.
나는 아무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것을 의심한다.
나는 아무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것을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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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27. 14:58 ・ 비공개
무엇을 하든 '이게 어떤 소용이 있을까'하고 질문하면 한없이 슬프고 힘이 뻐진다. 왜냐면 내가 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쓸모없고 별 의미도 가치도 없는 하찮은 것들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이게 나를 얼만큼 행복하게 해줄까'하고 질문하먄 기분이나쁘지 않다. 쓸모도, 의미도 ,가치도 없는 일도 즐겁고 행복할수는 있기 때문이다.
2021.02.21
그저께부터인가 수면약에 세로켈이 추가되었다. 졸피뎀이 입면을 도와주는 약이라면 세로켈은 숙면을 지속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약이라고 한다. 확실히 전보다 잠에서 깨는 빈도가 줄었고, 깨는 시각도 뒤로 늦춰졌다. 전에는 새벽 두세시부터 한두시간 간격으로 계속 깼다면 이제는 네다섯시쯤 한번 깨는 정도다. 다만 고민이 있다면 점점 악몽의 수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전에는 기분나쁜 감정만 남아있을 정도로 흐릿한 악몽이었다면 최근에는 선명하고 강렬한 악몽을 꾼다. 응집력이 강해질수록 파괴력도 강해지듯이 약물에 의해 억눌려있던 부정적 감정들이 약효가 다하자마자 폭발하듯 빠져나오는 것 같다.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다.
주차장을 떠올렸는데 그다지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지금 내가 가장 마음 아프고 신경쓰고 있는 것은 현지언니, 가은이, 윤우씨와의 헤어짐이다. 그런데 꿈에는 꼭 그 애가 나온다. 꿈속에서 나는 그 애를 계속 찾아다닌다. 그 애를 찾아서 제주도에 간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물미역, 현무암이 보인다. 가다가 옛 동창들을 만난다. 살면서 결코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을 모두 만난다. 그런데도 너는 만나지 못한다. 그런데 세상 사람 모두가 너를 안다. 너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에게 알려준다. 나는 절망하고 분노해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울면서 쓴다. 악을 지르면서 쓴다. 주저앉았다가 섰다가 땅으로 꺼졌다가 하늘로 치솟았다가 하면서 쓴다. 하지만 그 편지를 부칠 우체통을 찾지 못하고 간호사가 혈압을 재러 오면서 내 꿈은 끝난다.
더이상 파랄 수 없는 파랑과 더이상 짙을 수 없는 초록속으로 들어가. 내 꿈은 계속 동화를 쓰고 있어.
이 곳의 사람들이 다들 내면 속의 어떤 괴물과 싸우고 있는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다. 준우씨는 환청을 듣지만 나는 그가 환청을 듣는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어떤 환청을 듣는지는 알지 못한다. 병동에서 가장 감정기복이 없고 평온해보이는 보라언니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해 입원한지 한달이 지난 지금도 수면약을 조절하고 있고 새벽 세시쯤 깨어서 복도를 배회한다. 낮에는 갑자기 불안 증세가 심해져서 약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속을 잘 비춰보이지 않는 성격 때문에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두들 여기서 나가고 싶어한다. 모두가 퇴원을 손꼽아 기다린다. 탈출하려고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있고 나가려고 보호사 간호사와 몸싸움을 하다가 안정실로 끌려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가 좋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고 할 게 없어서 좀 심심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규칙과 적당한 강제성에 의해 하루하루 평온하게 흘러가는 이 곳이 솔직히 너무나 좋다. 이제는 답답함에도 익숙해졌다. 다만 정든 사람들이 퇴원할 때 마음이 조금 아픈것 뿐이다. 정신병원이 익숙하고 좋다니, 내가 드디어 미친걸까? 왜 나는 다른사람들처럼 퇴원을 간절히 바라지 않을까?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퇴원을 바라지 않는 나’다. 오히려 퇴원해서 다시 서울로 갈 생각을 하면 가슴이 꽉 막혀오고 울적해진다. 이틀 후 퇴원하는 현지언니는 내게 “다시 지옥으로 가는거지.”라고 했다. 그러나 언니의 표정은 말과는 다르게 끔찍하다거나 두려워보이지 않았다. 바깥세상이 자유로운 지옥이라면 여기는…
브이콘(보라언니 추천)을 먹으면서 침대에 비스듬히 걸쳐누워 나태주의 시집을 읽는데 문득 지금 이 순간이 그냥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한 권의 책보다는 나에게 기쁨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내게 브이콘과 한 권의 책보다 큰 기쁨을 줄 남자는 없을 것 같다.
다시 제주도에 가고싶다. 혼자 길을 걷고 파도소리를 듣고 오름을 오르고 사진을 찍고싶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혼자이고 싶다. 아끈다랑쉬오름에 올라 이어폰으로 로날드 카바예의 피아노곡을 들었던 순간이 내게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런 행동이 내 영혼을 건드리는 어떤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고 무난하게 (0에 가깝게) 흘러갈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내일도 더도말고 덜도말고 오늘만 같은 하루가 되었으면.
물건은 이용하고 사람은 사랑하라. 반대로 하지 말라.
2021.02.26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6시에 일어났다. 졸음을 참고 라운지에 나와있다가 아침체조에도 참여했다. 체조 후에는 글을 읽으며 버텨보려했지만 결국 다시 병실에 들어가서 잠을 잤다. 하지만 혈압 재기 전까지만 자고 어제처럼 오전 내 잠에 취해있지는 않았다. 어제밤에는 잠을 꽤나 잘 잔것 같다. 중간에 한번도 깨지 않았고, 꿈을 꾼것 같지만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어제는 소란스러운 하루였다. 투약 후 분위기가 조금 차분해지나 했는데 나중에는 간호사들끼리 마찰이 생겨서 또 시끄러웠다. 통화시간 지나서 준우씨 통화를 하게 해주냐 마냐로 간호사들끼리 다툼이 있었고 준우씨 결국 통화를 하게 됐다. FM을 고수하던 간호사는 기분이 상한듯 했다. 라운지 테이블로 와서 보라언니와 나에게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고 12시 퇴근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등 지친 목소리로 말을 쏟아냈다. 언니와 나는 그런 간호사를 열심히 위로했다. 우리가 환자로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반대로 위로를 해주고 있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우리는 정신병자 들이니까. 간호사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오늘은 운영이와 윤우씨가 퇴원한다. 어제도 두명이나 퇴원했으니 이번주에만 네 명이 퇴원한 것이다. 얼굴과 이름을 익힌 이들과의 동시다발적이고 급작스러운 이별에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괜스레 울적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입원초 주치의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다. 호우지시절. 적당한 때가 되어 만나는 인연. 스치는 모든 인연을 붙잡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때로는 구태여 이루려하기 보다 기억 속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더 아름다운 인연이 있다는 것도 이제는 알 것 같다.
운영이도 갔다. 검정색 니트에 청바지를 입은 그 애는 딱 자기 나이대의 대학생처럼 평범하고 귀여웠다. 실용음악과. 베이스를 연주한다고 했다. 인생이 그를 어디로 데려가든 음악과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길.
우리 인생은 대부분 무의미하지만 여행하다보면 그 무의미함을 그럭저럭 견딜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계속해서 무의미함과 싸워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결국 사랑도 인생의 무의미함을 홀로 견딜 수 없어 하는 것이기도 하고.
왜 쓰는가? 그건 지우기 위해서다.
밖에 핵전쟁이 일어나서 도서관에 갇혀있다고 상상하면 시간을 견디기가 조금 수월해진다.
이틀동안 네 명이나 퇴원하고 나니 병동이 고요해졌다. 그전에는 여기저기서 뭉쳐서 떠드는 소리에 티비 소리가 안들렸다면 지금은 티비 소리만 들린다. 윤우씨 마저 가고 나니 보라언니와 나는 말수가 더 적어졌다. 언니와 나 둘다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다. 정확히는 대화를 주도하는 편이 아니다. 대화판이 벌어지면 끼어서 어우러지는 편이다. 어쨌든 우리는 옆자리에 앉아서 묵묵히 서로가 하던 것을 한다. 언니는 로직을 하고, 나는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쓴다. 무념무상으로 종이를 접거나 필사를 하다보면 내 처지를 잊곤 한다. 바깥세상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여기는 어딘지,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와있는지. 여기는 진주 경상대병원 정신과 폐쇄병동. 나는 두번째 자살시도로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고 입원 중이다. 내 가족은 아빠, 엄마, 할머니, 태희, 태양. 내가 해야할 것은 여기서 시간을 떼우는 것이 아니라 치료받고 나아서 퇴원하는 것.
통화하면서 내가 운 것을 보라언니만 알아차렸다. 병실에서 울고 진정이 됐다고 생각하고 언니 옆에 앉았는데 언니가 “통화하면서 안좋은 일 있었어?” 하고 물어왔다. 그 다정함에 다시 눈물이 차올라 소리죽여 흐느꼈고 언니는 아무말 없이 휴지를 가져다주었다. 보라언니는 요란을 떨거나 곤란한 질문을 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잔잔하게 위로해준다. 연륜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수도 있지만, 나는 비슷하게 아파보고 소리죽여 울어본 경험이 있기에, 서로를 잘 이해하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밤은 무척 울적하고 서글프다. 눈물을 흘릴 때마다 뼈가 조금씩 깎여나가는 느낌이다.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 그 애의 웃는 얼굴을 다시 한 번 보고 만질 수 있다면 좋겠다. 손으로 양 볼을 힘있게 누르면 장난치듯 삐쭉 내미는 입술에 못견디겠다는 듯 내 입술을 갖다대곤 했다. 광대뼈가 도톰하게 튀어나온 그 애의 얼굴에 손을 최대한 밀착시켜 굴곡을 느끼곤 했다. 그러면 그 애는 내가 손을 포갠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내 손의 감촉을 더 잘 느끼고 싶기라도 한듯.
뼈가 부러질거야. 계속해서. 계속해서.
진료기록 2024.01.16
황쌤이랑 시간 안맞아서 손희림쌤이 봐주심
나: 테그레톨을 먹다가 제약회사 공급문제로 리튬으로 바꿨었는데 체중증가도 두렵고 여러가지 꺼려지는 게 있어서 거의 안먹었다 사실 약을 제대로 안 먹은지 두달 정도 됐고 단약을 고려중이다 그래서 원래 예약일은 2주 전인데 그래도 선생님과 상의 후에 단약을 하는게 좋을것 같아서 왔다
손: 잘 왔다 임의로 단약하고 병원에 안 올수도 있는데 마지막으로 상의하기위해 온건 아주 잘한 선택이다 약 먹기 꺼려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 아마 진료기록에 있을텐데 두달 전에 환시 환청때문에 힘들었고 그때 황쌤께 쿠에타핀 처방받았었다 그런데 그 약을 먹고 감정과 생각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하루종일 무감각하고 멍하고 내가 생물이 아니라 한 점 바람같이 느껴졌다 그때 기억이 끔찍했다
나: 그리고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나의 감정기복은 절대 고쳐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이성적으로 나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고 감정기복은 숨긴 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문제되는 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니까 그러면 왜 약을 먹어야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손: 그랬나 완전히는 아니어도 태옥씨가 어떤 생각에서 단약을 감행했을 지 알 것 같다 나는 좀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 어떤 시각인가
손: 우리 뇌는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숲이다 나이가 들면 이 나무들이 한 그루씩 쓰러진다 한마디로 지능이 조금씩 퇴화한다는 뜻이다 조울증 환자의 경우 늘 감정기복을 갖고 있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가 있을 것이고 일상이 무너질 정도로 큰 감정기복이 오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약을 먹다가 먹지 않아서 병이 재발하면 뇌의 나무가 한 그루가 아니라 수백 그루가 한 번에 쓰러진다 노화로 인한 정상적인 퇴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뇌에 큰 타격을 가져온다
손: 이 때 쓰러진 나무는 다시 자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재발이 잦아져서 나무가 뭉덩이로 빠지는 경험이 계속되면 뇌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 나는 지금 지능의 영구적 퇴화를 말하고 있는 거다 이미 나무가 뽑힌 후에 다시 약을 먹기 시작한다 해도 뽑힌 만큼의 나무는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십년동안 재발 없이 안정적인 상태에 돌입한 환자들도 꾸준히 약을 먹는 이유가 그것이다 단 한 번의 재발로 잃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손: 이런 병을 겪지 않았다면 아마 태옥씨가 갖고 있었을 최상의 능력치가 있었을 것이다 약은 그 최대치에 근접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한 번의 재발이 환자분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을 주기 때문에 말하자면 그걸 평생 예방하고자 먹는 게 약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손: 약을 먹을지 말지는 온전히 태옥씨 선택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먹으라고 해도 환자 본인의 의지가 먹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면 먹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꼭 먹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당장 감정기복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약을 중단했다가 다시 병이 재발했을 때 잃는 것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고 심각하다
나: 선생님 말씀에 설득된 것 같다 예방으로서의 차원..
나: 약을 먹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만 리튬은 먹고싶지 않고 테그레톨 공급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니 테그레톨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
손: 그게 좋을 것 같다 진료기록에 세알씩 먹었다고 되어있다 다만 약을 안먹은지 오래됐으니 한알 반으로 시작해서 늘려가는 식으로 해야할것 같다
나: 알았다 이렇게 자세히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주셔서 감사하다 처음으로 설득된 것 같다
손: 일단 4주동안 약 먹고 4주 후에 다시 뵙자 오늘 오신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손: 한가지 더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약을 일종의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제로 생각하란 것이다 건강보조식품도 병을 치료하기보다 병을 예방하기 위해 먹지 않나 정신과약도 비슷하다 특히 이미 안정기에 돌입한 환자분들은 아 내가 정신과약을 먹는 구나 나는 환자다 이렇게 생각하기보다 비타민 먹으면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것처럼 이 약으로 앞으로 있을 큰 사건을 예방한다고 보시면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 같다
나: 오늘 말씀 정말 감사하다 혹시 다음번에도 선생님 뵐 수 있나
손: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나: 나가보겠다 감사합니다
손: 잘 왔다 임의로 단약하고 병원에 안 올수도 있는데 마지막으로 상의하기위해 온건 아주 잘한 선택이다 약 먹기 꺼려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 아마 진료기록에 있을텐데 두달 전에 환시 환청때문에 힘들었고 그때 황쌤께 쿠에타핀 처방받았었다 그런데 그 약을 먹고 감정과 생각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하루종일 무감각하고 멍하고 내가 생물이 아니라 한 점 바람같이 느껴졌다 그때 기억이 끔찍했다
나: 그리고 아무리 약을 먹어도 나의 감정기복은 절대 고쳐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이성적으로 나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고 감정기복은 숨긴 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문제되는 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니까 그러면 왜 약을 먹어야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손: 그랬나 완전히는 아니어도 태옥씨가 어떤 생각에서 단약을 감행했을 지 알 것 같다 나는 좀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 어떤 시각인가
손: 우리 뇌는 나무가 빼곡히 들어찬 숲이다 나이가 들면 이 나무들이 한 그루씩 쓰러진다 한마디로 지능이 조금씩 퇴화한다는 뜻이다 조울증 환자의 경우 늘 감정기복을 갖고 있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가 있을 것이고 일상이 무너질 정도로 큰 감정기복이 오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약을 먹다가 먹지 않아서 병이 재발하면 뇌의 나무가 한 그루가 아니라 수백 그루가 한 번에 쓰러진다 노화로 인한 정상적인 퇴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뇌에 큰 타격을 가져온다
손: 이 때 쓰러진 나무는 다시 자라는 것이 불가능하다 재발이 잦아져서 나무가 뭉덩이로 빠지는 경험이 계속되면 뇌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 나는 지금 지능의 영구적 퇴화를 말하고 있는 거다 이미 나무가 뽑힌 후에 다시 약을 먹기 시작한다 해도 뽑힌 만큼의 나무는 다시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수십년동안 재발 없이 안정적인 상태에 돌입한 환자들도 꾸준히 약을 먹는 이유가 그것이다 단 한 번의 재발로 잃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손: 이런 병을 겪지 않았다면 아마 태옥씨가 갖고 있었을 최상의 능력치가 있었을 것이다 약은 그 최대치에 근접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한 번의 재발이 환자분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을 주기 때문에 말하자면 그걸 평생 예방하고자 먹는 게 약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손: 약을 먹을지 말지는 온전히 태옥씨 선택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먹으라고 해도 환자 본인의 의지가 먹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면 먹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꼭 먹으라고 당부하고 싶다 당장 감정기복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약을 중단했다가 다시 병이 재발했을 때 잃는 것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고 심각하다
나: 선생님 말씀에 설득된 것 같다 예방으로서의 차원..
나: 약을 먹는 게 맞는 것 같다 다만 리튬은 먹고싶지 않고 테그레톨 공급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니 테그레톨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
손: 그게 좋을 것 같다 진료기록에 세알씩 먹었다고 되어있다 다만 약을 안먹은지 오래됐으니 한알 반으로 시작해서 늘려가는 식으로 해야할것 같다
나: 알았다 이렇게 자세히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주셔서 감사하다 처음으로 설득된 것 같다
손: 일단 4주동안 약 먹고 4주 후에 다시 뵙자 오늘 오신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손: 한가지 더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약을 일종의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제로 생각하란 것이다 건강보조식품도 병을 치료하기보다 병을 예방하기 위해 먹지 않나 정신과약도 비슷하다 특히 이미 안정기에 돌입한 환자분들은 아 내가 정신과약을 먹는 구나 나는 환자다 이렇게 생각하기보다 비타민 먹으면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것처럼 이 약으로 앞으로 있을 큰 사건을 예방한다고 보시면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 같다
나: 오늘 말씀 정말 감사하다 혹시 다음번에도 선생님 뵐 수 있나
손: 그렇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나: 나가보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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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보고싶다
사진 안 지웠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사진 안 지웠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
호감을 사려고 말을 많이 할수록 허름해지는 기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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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1
남이 만들어놓은 플리를 듣는데 오보에가 흘러나왔다. 작년 이맘때 질리도록 들었었다. 정말 질려버려서 한동안 듣지 않다가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다. 난 이 앨범을 참 좋아했다. 언뜻 보면 여성혐오적인 가사인데 그 안에 씁쓸한 자기혐오와 공허함이 들어있다. 공허함을 지우기 위해 섹스에 집착하고 술에 집착하고 더 큰 공허를 불러온다.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허를 도저히 막을 수 없어서 화자는 거기에 짓눌린다.
하동에서의 외로움과 서울에서의 외로움은 성질이 좀 다르다. 하동에서의 외로움은 단순하고 표면적인 외로움이다. 주변에 정말로 아무것도, 아무 사람도 없기에 느끼는 황량함과 거기서 나오는 외로움이다. 서울에서의 외로움은 좀더 복잡하고 내밀한것 같다. 너무 많은 것과 너무 많은 사람들에 의해 느껴지는 헛헛함과 거기서 나오는 외로움이다. 사람은 많지만 그 어디에도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질 곳이 없을것이란 두려움에서 나오는 외로움이다. 자신이 돼지고기를 도축하고 남은 부속물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 부속물조차도 못되는건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 나오는 외로움이다. 자신의 소속과 쓸모를 자문하는 영혼이 가질법한 외로움이다.
반팔에 코트입고 새벽까지 싸돌아다녔더니 몸살감기가 와서 나흘을 꼬박 집에만 있으면서 앓아누웠다. 버티다가 안될것 같아서 아침에 눈꼽도 안 떼고 병원가서 독감검사하고 수액맞고 왔다. 살만해져서 저녁즈음 집앞에 산책나갔다가 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집 근처에 작은 초등학교 지을 정도는 되는 크기 부지의 빌라가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싸그리 사라지고 땅까지 어느정도 갈아놓은 채로 그 위엔 굴착기와 철제부품과 임시사무소로 보이는 컨테이너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내가 집에만 처박혀 있기 전인 나흘전만 해도 굳건해보였던 건물이 신기루처럼 며칠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 빌라는 우리집에서 광장동으로 가는 방향에 있었는데 나는 주로 잠실대교북단이나 건대로 가다보니 지나칠 일이 많지는 않았다. 퇴근길에 엄마랑 합류하거나 사우나에 갔다올 때나 간간히 지나갔던 길이지만 낮은 담벼락 위로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랑 이름모를 꽃들때문에 봄이 되면 일부러 한 정류장 앞에 내려서 사진을 찍었던 곳이다.
철거된 건물 따위에 애상을 갖는건 아니지만 나는 서울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속도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무엇인가가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속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몇달 전 갔던 식당에 다시 갔는데 스터디카페 또는 무인과자점이 되어있을 때 들법한 당혹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이 당혹감이 어쩌면 나는 서울에 영영 적응을 못할, 서울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증거가 아닐까 싶다.
남이 만들어놓은 플리를 듣는데 오보에가 흘러나왔다. 작년 이맘때 질리도록 들었었다. 정말 질려버려서 한동안 듣지 않다가 아예 잊어버리고 있었다. 난 이 앨범을 참 좋아했다. 언뜻 보면 여성혐오적인 가사인데 그 안에 씁쓸한 자기혐오와 공허함이 들어있다. 공허함을 지우기 위해 섹스에 집착하고 술에 집착하고 더 큰 공허를 불러온다.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허를 도저히 막을 수 없어서 화자는 거기에 짓눌린다.
하동에서의 외로움과 서울에서의 외로움은 성질이 좀 다르다. 하동에서의 외로움은 단순하고 표면적인 외로움이다. 주변에 정말로 아무것도, 아무 사람도 없기에 느끼는 황량함과 거기서 나오는 외로움이다. 서울에서의 외로움은 좀더 복잡하고 내밀한것 같다. 너무 많은 것과 너무 많은 사람들에 의해 느껴지는 헛헛함과 거기서 나오는 외로움이다. 사람은 많지만 그 어디에도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질 곳이 없을것이란 두려움에서 나오는 외로움이다. 자신이 돼지고기를 도축하고 남은 부속물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 부속물조차도 못되는건 아닐까 하는 의심에서 나오는 외로움이다. 자신의 소속과 쓸모를 자문하는 영혼이 가질법한 외로움이다.
반팔에 코트입고 새벽까지 싸돌아다녔더니 몸살감기가 와서 나흘을 꼬박 집에만 있으면서 앓아누웠다. 버티다가 안될것 같아서 아침에 눈꼽도 안 떼고 병원가서 독감검사하고 수액맞고 왔다. 살만해져서 저녁즈음 집앞에 산책나갔다가 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집 근처에 작은 초등학교 지을 정도는 되는 크기 부지의 빌라가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싸그리 사라지고 땅까지 어느정도 갈아놓은 채로 그 위엔 굴착기와 철제부품과 임시사무소로 보이는 컨테이너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내가 집에만 처박혀 있기 전인 나흘전만 해도 굳건해보였던 건물이 신기루처럼 며칠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 빌라는 우리집에서 광장동으로 가는 방향에 있었는데 나는 주로 잠실대교북단이나 건대로 가다보니 지나칠 일이 많지는 않았다. 퇴근길에 엄마랑 합류하거나 사우나에 갔다올 때나 간간히 지나갔던 길이지만 낮은 담벼락 위로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랑 이름모를 꽃들때문에 봄이 되면 일부러 한 정류장 앞에 내려서 사진을 찍었던 곳이다.
철거된 건물 따위에 애상을 갖는건 아니지만 나는 서울에서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속도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 무엇인가가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속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몇달 전 갔던 식당에 다시 갔는데 스터디카페 또는 무인과자점이 되어있을 때 들법한 당혹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이 당혹감이 어쩌면 나는 서울에 영영 적응을 못할, 서울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증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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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
- 알퐁스 드 라마르틴
- 알퐁스 드 라마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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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게도 교태와 분장 없이는 견딜 수 없는 비본질적인 존재가 여자다
나 자신 속에서 발견한 여자가 나를 절망케 한다
나 자신 속에서 발견한 여자가 나를 절망케 한다
01.24
아트나인에서 「하나 그리고 둘」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채 정신없이 걷고 있었다. 걷다가 문득 내가 너무 빨리 걷고있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 멈춰섰다. 종아리 앞쪽에 쥐가 나서 저려왔다. 내가 왜그렇게 빨리 걷고 있었을까. 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서울에만 오면 이상하게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된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가야할 곳도, 나를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서울에 살던 기억 때문일까. 아니면 사방에 빠르게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일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영화만 보러 다녔던 때 이후로 아트나인에는 처음 와보는것 같다. 내가 이수에 올 일은 아트나인 아니면 없으니까 이수도 거의 8년만인 것 같다. 그런데도 낯설다는 느낌이 없었다. 서울은 어딜가나 독특하고 그래서 사실 어딜가나 비슷하다.
며칠전에 책에서 인간은 하나의 상황일 뿐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보고 인상깊어서 메모해두었다. 내 처지에 시기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내 친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투신한 한강이 흐르고, 그 한강을 배경삼아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넘쳐나고, 그 연인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볼거리와 놀거리가 도처에 깔려있다. 나도 거기에 융화되어 자극받고 내 감각과 생각도 시골에 있을때보다 예민해진다.
서울에 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다섯편의 영화를 보러다녔다. 오래 굶주린 사람이 허겁지겁 밥을 먹어치우듯. 영화를 보고나면 미리 물색해둔 카페에 들어가 구석자리에 앉아서 방금 보고나온 영화에 대해 글을 썼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아무 시간이고 주변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집에 와서는 다음날 볼 영화를 검색한 후 예매했다.
불이 꺼진 깜깜한 영화관에 앉아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타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곳이 내가 속한 곳이고 여기서 나는 비로소 나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웠다고, 앉아있는 지금도 그립다고, 아마 또 그리울 것이라고. 그러면서도 영화에 할머니나 강아지가 나오면 하동에 있는 할머니와 덕배가 보고싶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기도 했다.
이모부가 암이 의심돼서 정밀검사를 받기위해 이모와 함께 서울로 올라온다고 한다. 검사를 받고 입원하기 전까지 여기서 지낸다는데 방을 내어주어야 해서 나는 조만간 다시 하동으로 가야할 것 같다.
거기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두 생명체가 기다리고 있고 그 품으로 가는게 싫거나 섭섭하지는 않다.
내가 사랑하는 것과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을 같이 가져가는 삶이 이번 생에 나에게 허락될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나를 잘 모르고,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한쪽을 찾아나서면 다른 한 쪽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늘 그리움과 아쉬움이 가득한 삶인 것 같다.
서울에만 오면 이상하게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된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가야할 곳도, 나를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서울에 살던 기억 때문일까. 아니면 사방에 빠르게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일까.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영화만 보러 다녔던 때 이후로 아트나인에는 처음 와보는것 같다. 내가 이수에 올 일은 아트나인 아니면 없으니까 이수도 거의 8년만인 것 같다. 그런데도 낯설다는 느낌이 없었다. 서울은 어딜가나 독특하고 그래서 사실 어딜가나 비슷하다.
며칠전에 책에서 인간은 하나의 상황일 뿐이라는 사르트르의 말을 보고 인상깊어서 메모해두었다. 내 처지에 시기적절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내 친구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투신한 한강이 흐르고, 그 한강을 배경삼아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넘쳐나고, 그 연인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볼거리와 놀거리가 도처에 깔려있다. 나도 거기에 융화되어 자극받고 내 감각과 생각도 시골에 있을때보다 예민해진다.
서울에 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다섯편의 영화를 보러다녔다. 오래 굶주린 사람이 허겁지겁 밥을 먹어치우듯. 영화를 보고나면 미리 물색해둔 카페에 들어가 구석자리에 앉아서 방금 보고나온 영화에 대해 글을 썼다.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아무 시간이고 주변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었다. 집에 와서는 다음날 볼 영화를 검색한 후 예매했다.
불이 꺼진 깜깜한 영화관에 앉아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자연스럽고 타당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곳이 내가 속한 곳이고 여기서 나는 비로소 나답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웠다고, 앉아있는 지금도 그립다고, 아마 또 그리울 것이라고. 그러면서도 영화에 할머니나 강아지가 나오면 하동에 있는 할머니와 덕배가 보고싶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기도 했다.
이모부가 암이 의심돼서 정밀검사를 받기위해 이모와 함께 서울로 올라온다고 한다. 검사를 받고 입원하기 전까지 여기서 지낸다는데 방을 내어주어야 해서 나는 조만간 다시 하동으로 가야할 것 같다.
거기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두 생명체가 기다리고 있고 그 품으로 가는게 싫거나 섭섭하지는 않다.
내가 사랑하는 것과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을 같이 가져가는 삶이 이번 생에 나에게 허락될까.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나를 잘 모르고,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한쪽을 찾아나서면 다른 한 쪽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늘 그리움과 아쉬움이 가득한 삶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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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에 기대지 않고 사랑을 시작해 본 적이 한번이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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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하나의 상황일 뿐이다.
- 사르트르
- 사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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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파내고 있어
무엇이 더 궁금해서
무엇이 더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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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했던 감정도 글자에 가둔 후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면 휘발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무것도 쓰지 않고 지나간 감정은 고이고 썩어서 훗날 반드시 악취를 풍긴다 글자에 감정을, 하루를 가두는 작업을 반드시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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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받아야돼
벌받고싶다
벌받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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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요소에 대한 안타까움은 동정이고
존재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은 사랑이다
존재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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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인간 모두를 용서해버리는 사람이 있다
모두를 용서하고도 끝끝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를 용서하고도 끝끝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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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삶도 우울한데 나한테 우울한 얘기 하지 마쇼
나처럼 일기장에 쓰란 말이야
남한테 배설하지 말고
서로 안보고 안듣고 모른체하며 살아가자고
나처럼 일기장에 쓰란 말이야
남한테 배설하지 말고
서로 안보고 안듣고 모른체하며 살아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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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인줄 알고 만나서 마지막엔 서로의 지옥을 견학시켜주고 끝나는게 연애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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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지옥을 보여주고 이해받고 구원받길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도 자신만의 지옥이 있고 똑같이 이해받고 구원받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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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인지하지 못할 때 서로에게 깊이 상처주고 관계가 틀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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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거나 사람을 깊게 만나는 건 그 사람의 지옥을 마주할 각오 없이 시작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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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람을 인생에 들이는 건 경험할 지옥을 늘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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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내 삶에서 내보내면 상대의 지옥도 사라지지만 어떤 지옥은 상대가 사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나의 지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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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지옥을 보여주고 이해받고 구원받길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대도 자신만의 지옥이 있고 똑같이 이해받고 구원받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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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인지하지 못할 때 서로에게 깊이 상처주고 관계가 틀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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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거나 사람을 깊게 만나는 건 그 사람의 지옥을 마주할 각오 없이 시작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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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사람을 인생에 들이는 건 경험할 지옥을 늘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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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내 삶에서 내보내면 상대의 지옥도 사라지지만 어떤 지옥은 상대가 사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나의 지옥이 된다
.
내자신이 쓰레기인거같을 때는 사람들을 만나서 여기저기 쓰레기를 나눠주는게 아니라 아무도 만나지않고 혼자 이 쓰레기를 처리하는거
하루종일
잘때도 꿈꾸고
눈뜨고잇어도 꿈꾸느거 같은건 변함이 없다
눈뜨고잇어도 꿈꾸느거 같은건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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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한가운데 있을 때는 심장을 쥐어짜는 느낌 때문에 아무말도 할 수 없다
어떤 고통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이미 그 고통을 절반쯤 지나쳐와서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뜻이 된다
그때의 글쓰기는 자기치유이자 도약의 발판이다
어떤 고통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이미 그 고통을 절반쯤 지나쳐와서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객관성을 확보했다는 뜻이 된다
그때의 글쓰기는 자기치유이자 도약의 발판이다
Origin of love
태초 인간의 형태는 지금의 형태와 달랐다
태초 인간은 두 사람이 붙어있는 형태로 두 쌍의 팔과 다리,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힘이나 활력이 엄청나고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여 신들을 공격하였다
그러자 제우스는 이런 인간을 벌하기 위해 둘씩 붙어있었던 것을 절반으로 잘라 현재와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그렇게 둘로 잘린 인간은 각각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항상 그리워하게 되었다
결국 사랑이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자신의 본성을 회복하려는 욕망이다
-
사랑이 그 자체로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본성을 되찾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사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본인의 본성에 큰 결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인걸까
태초 인간은 두 사람이 붙어있는 형태로 두 쌍의 팔과 다리,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힘이나 활력이 엄청나고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여 신들을 공격하였다
그러자 제우스는 이런 인간을 벌하기 위해 둘씩 붙어있었던 것을 절반으로 잘라 현재와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그렇게 둘로 잘린 인간은 각각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항상 그리워하게 되었다
결국 사랑이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자신의 본성을 회복하려는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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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그 자체로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본성을 되찾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사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본인의 본성에 큰 결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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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봄이 올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지 않을 것이다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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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비행을 하는 것 같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이 기나긴 지루함을 달래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이 지독한 지루함은 사람을 조용히 미치게 하는것 같다
도착 예정 시간도 모르고 도착한 뒤에 뭐가 기다리는 지도 모른다
이 답답한 비행기 안에서 어떤 사람은 대학도 가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나이 들어가며 삶을 즐기는 것 같다
그들도 분명 지루할 때가 있지만 그 지루함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어떤 숙명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비행과 맞지 않는 사람이고 그래서 항상 창밖을 바라보며 창을 깨고 추락하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죽겠지
하지만 지금도 죽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다
어차피 모든 건 종이한장 차이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이 기나긴 지루함을 달래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이 지독한 지루함은 사람을 조용히 미치게 하는것 같다
도착 예정 시간도 모르고 도착한 뒤에 뭐가 기다리는 지도 모른다
이 답답한 비행기 안에서 어떤 사람은 대학도 가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나이 들어가며 삶을 즐기는 것 같다
그들도 분명 지루할 때가 있지만 그 지루함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어떤 숙명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비행과 맞지 않는 사람이고 그래서 항상 창밖을 바라보며 창을 깨고 추락하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죽겠지
하지만 지금도 죽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다
어차피 모든 건 종이한장 차이다
엄마가 사람을 좀 만나라고 한다
할머니는 그 많던 친구는 다 어디갔냐고 한다
사람이랑 대화를 나누는게 내게 무슨 의미와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나도 지루하고 상대도 지루하고 서로 시간과 정신만 갉아먹을 것이다
지루한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별로 없다
할머니는 그 많던 친구는 다 어디갔냐고 한다
사람이랑 대화를 나누는게 내게 무슨 의미와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나도 지루하고 상대도 지루하고 서로 시간과 정신만 갉아먹을 것이다
지루한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별로 없다
감정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정신에 아주 미세한 충격이라도 가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에 고어 애니메이션이랑 여자에게 매우 폭력적이다 못해 고문에 가까운 포르노를 계속 봤다
그런 정도의 자극을 주어야지만 아주 잠깐이나마 뇌가 꿈틀하며 어떤 종류인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감정 비슷한 것을 자아내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의 순간이며 감정보다는 충격과 폭력에 의해 발생한 통증에 가까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신에 아주 미세한 충격이라도 가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에 고어 애니메이션이랑 여자에게 매우 폭력적이다 못해 고문에 가까운 포르노를 계속 봤다
그런 정도의 자극을 주어야지만 아주 잠깐이나마 뇌가 꿈틀하며 어떤 종류인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감정 비슷한 것을 자아내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의 순간이며 감정보다는 충격과 폭력에 의해 발생한 통증에 가까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에게 즐거운 기억이 하나도 없나
아니다, 나도 분명 즐거운 기억이 있다
즐겁다 못해 행복하고, 너무 행복해서 차라리 이 순간이 내 인생 마지막이었으면, 이런 행복이 더이상 지속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지금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랄만큼 극적인 기쁨의 순간이 내 인생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기억이 지금 내게는 아늑하고 다정한 지옥일 뿐이다
아니다, 나도 분명 즐거운 기억이 있다
즐겁다 못해 행복하고, 너무 행복해서 차라리 이 순간이 내 인생 마지막이었으면, 이런 행복이 더이상 지속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지금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랄만큼 극적인 기쁨의 순간이 내 인생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기억이 지금 내게는 아늑하고 다정한 지옥일 뿐이다
모든 걸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내게는 그럴 힘이 없다
그저께인가 차분한 마음으로 책을 읽다가 문득 지금과 같이 평온한 마음이면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목을 매달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방법으로는 이은주가 옷걸이를 이용해 끈으로 목을 매 죽었고 설리가 자기 침실 조명등에 끈을 연결해 목을 매 죽었다
생각이 할 수 있다에서 해야만 한다로 바뀌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벽에 반팔 하나만 입고 집 안과 마당과 마당에 있는 창고까지 뒤져가며 목을 매달 만한 장소와 목을 맬 튼튼한 끈을 찾아다녔다
집에서 목을 매고 죽은 사람들의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것이 있는지 검색해봐야겠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께인가 차분한 마음으로 책을 읽다가 문득 지금과 같이 평온한 마음이면 두려움이나 망설임 없이 목을 매달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은 방법으로는 이은주가 옷걸이를 이용해 끈으로 목을 매 죽었고 설리가 자기 침실 조명등에 끈을 연결해 목을 매 죽었다
생각이 할 수 있다에서 해야만 한다로 바뀌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벽에 반팔 하나만 입고 집 안과 마당과 마당에 있는 창고까지 뒤져가며 목을 매달 만한 장소와 목을 맬 튼튼한 끈을 찾아다녔다
집에서 목을 매고 죽은 사람들의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것이 있는지 검색해봐야겠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누군가 곁에서 나를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나랑 영화보고 데이트하고 대화하고 섹스하는 그런 도움 말고
나에게 신뢰와 사랑, 뿌듯함, 고마움 같은 감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막상 그런 사람이 다가오면 나는 의구심을 넘어 공포심마저 느끼는 것 같다
나랑 영화보고 데이트하고 대화하고 섹스하는 그런 도움 말고
나에게 신뢰와 사랑, 뿌듯함, 고마움 같은 감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막상 그런 사람이 다가오면 나는 의구심을 넘어 공포심마저 느끼는 것 같다
글을 쓰다보내 졸립다
아침이네
그래도 아직 동트기 전이다
겨울은 밤이 길어서 나같은 올빼미족은 좋다
지금 자고 다섯시쯤 일어나도 또 어둑어둑하다
겨울은 내게 계속 어둠
아침이네
그래도 아직 동트기 전이다
겨울은 밤이 길어서 나같은 올빼미족은 좋다
지금 자고 다섯시쯤 일어나도 또 어둑어둑하다
겨울은 내게 계속 어둠
내년에 봄이 올까?
봄이 오기 전에 나는 비행기에서 추락할 수 있을까?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오직 내 안에
그리고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절망적인 선택도 내 안에, 오직 내 안에 있다
어둠이 당분간은 계속 되고 있으니 나도 급하게 선택하지 않고 천천히, 후회없이 행동하고 싶다
수면제를 먹은 상태에서 쓰다보니 매우 졸려서 더이상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담배 한 대 피고 자야겠다
봄이 오기 전에 나는 비행기에서 추락할 수 있을까?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힘은 내 안에, 오직 내 안에
그리고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절망적인 선택도 내 안에, 오직 내 안에 있다
어둠이 당분간은 계속 되고 있으니 나도 급하게 선택하지 않고 천천히, 후회없이 행동하고 싶다
수면제를 먹은 상태에서 쓰다보니 매우 졸려서 더이상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담배 한 대 피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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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좋다
더 나은 건 죽음일 것 같다
아예 태어나지 않았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꿈을 꾸기에는 너무 나이든것 같다
더 나은 건 죽음일 것 같다
아예 태어나지 않았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꿈을 꾸기에는 너무 나이든것 같다
‘
my die-hard
my weakness
my weakness
.
가득차지 않은 마음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서 미안해
딱히 거짓말은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니 다를 게 없었어
사랑한다고 말해서 미안해
딱히 거짓말은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니 다를 게 없었어
.
지금 너도 남몰래 울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끝나는 것들만 생각하지 마
끝나는 것들만 생각하지 마
.
해가 갈수록 많은 것이 명확해진다
살아보니 내 정신은 한없이 박약해지고
사람은 점점 멀리하고
네발달린 짐승도 아닌것이 짐승마냥 말은 없고
그렇다고 사람이라 하기엔 꿈도 기쁨도 없다
아무도 믿지 않지만
밤에는 아무나 안을 수 있다
교과서 같이 정해진 규칙도
성전에 쓰여진 기적도 내 삶엔 없다
모든 게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오늘은 이것이 옳다는 태도 내일은 그 태도를 옷을 벗듯 버리고
내일은 사랑했다가 모레는 증오한다
분명히 정리된 규칙이나 약속된 기적같은
것은 내 삶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며 내 삶은 이렇게 흘러가겠지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고 실망스럽지 않으며
누구도 사랑스럽지 않고 원망스럽지도 않다
살아보니 내 정신은 한없이 박약해지고
사람은 점점 멀리하고
네발달린 짐승도 아닌것이 짐승마냥 말은 없고
그렇다고 사람이라 하기엔 꿈도 기쁨도 없다
아무도 믿지 않지만
밤에는 아무나 안을 수 있다
교과서 같이 정해진 규칙도
성전에 쓰여진 기적도 내 삶엔 없다
모든 게 물에 술탄듯 술에 물탄듯
오늘은 이것이 옳다는 태도 내일은 그 태도를 옷을 벗듯 버리고
내일은 사랑했다가 모레는 증오한다
분명히 정리된 규칙이나 약속된 기적같은
것은 내 삶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며 내 삶은 이렇게 흘러가겠지
아무것도 기대되지 않고 실망스럽지 않으며
누구도 사랑스럽지 않고 원망스럽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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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다정, 애착 이런걸 전부 너한테 배워서
다른 사람한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몇년 째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외국어를 쓰면서 외국인과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있다
다른 사람한테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몇년 째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외국어를 쓰면서 외국인과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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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상한 말이지만 자살할수밖에 없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는것 같다. 내 친구를 보고 있자면.
기질적으로도 그렇게 타고났는데 후천적으로 여러 사건에 영향을 받으면서 사람이 완전 망가져버리는 것 같다. 늘어난 고무줄같이. 그러면 아무리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도 소생이 안된다. 그저 살아있는 좀비인 것이다. 인간적 존엄성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자살하는 게 맞는 사람도 이세상엔 더러 있는것 같다.
주변사람은 물론 슬프겠지만 자살해야만
하는 사람을 살려두는 건 슬프기 싫은 이기심에 가깝다.
도저히 이 세상과 잘 지낼려야 지낼 수 없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기질적으로도 그렇게 타고났는데 후천적으로 여러 사건에 영향을 받으면서 사람이 완전 망가져버리는 것 같다. 늘어난 고무줄같이. 그러면 아무리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도 소생이 안된다. 그저 살아있는 좀비인 것이다. 인간적 존엄성을 조금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 자살하는 게 맞는 사람도 이세상엔 더러 있는것 같다.
주변사람은 물론 슬프겠지만 자살해야만
하는 사람을 살려두는 건 슬프기 싫은 이기심에 가깝다.
도저히 이 세상과 잘 지낼려야 지낼 수 없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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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동반수면의 욕구다.
섹스가 끝난 뒤에도 저 사람이 내 옆에서 잤으면 하는 욕구, 그대로 내일 아침을 같이 맞이하고 싶은 욕구.
사랑을 동반하지 않은 섹스는 끝난 후에 혼자 있고 싶은 달콤씁쓸함을 가져다준다. 상대가 사라지면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다.
섹스가 끝난 후에 상대를 치워버리고 싶은 욕구, 혼자 잠에들고 싶은 욕구, 편하게 담배나 피고싶은 욕구, 모두 사랑이 아니다.
섹스가 끝난 뒤에도 저 사람이 내 옆에서 잤으면 하는 욕구, 그대로 내일 아침을 같이 맞이하고 싶은 욕구.
사랑을 동반하지 않은 섹스는 끝난 후에 혼자 있고 싶은 달콤씁쓸함을 가져다준다. 상대가 사라지면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다.
섹스가 끝난 후에 상대를 치워버리고 싶은 욕구, 혼자 잠에들고 싶은 욕구, 편하게 담배나 피고싶은 욕구, 모두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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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진 고통을 이해하려면 나는 한번 죽었다 살아나야 한다.
그정도면 너의 고통 절반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적지근한 너의 웃음이 나에겐 때로 상처가 된다
너의 고통은 얼마나 대단하길래
나의 우울은 한낱 넋두리가 되는지
너의 곁에 있으려면 나는
네가 인정할 수 있을만큼 아프고 힘들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세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인정과 칭찬이란 그런 것뿐이다
그정도면 너의 고통 절반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적지근한 너의 웃음이 나에겐 때로 상처가 된다
너의 고통은 얼마나 대단하길래
나의 우울은 한낱 넋두리가 되는지
너의 곁에 있으려면 나는
네가 인정할 수 있을만큼 아프고 힘들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세계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인정과 칭찬이란 그런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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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4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축 쳐지는 것 같다. 정신병자들은 원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나. 대다수의 환자들이 밥먹는 시간 외에는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다. 라운지의 분위기도 평소보다 조용하고 대부분 종이를 접거나 그림그리기, 퍼즐등을 하며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도 무료하다. 갖고온 책과 노트의 반입이 불허되었다. 하드커버와 스프링 때문이라고 한다. 내일은 수요일이니 주치의가 오면 엄마에게 이것저것 택배로 받을 수 있게 부탁해봐야겠다.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도 축 쳐지는 것 같다. 정신병자들은 원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나. 대다수의 환자들이 밥먹는 시간 외에는 침대에서 나오지 않는다. 라운지의 분위기도 평소보다 조용하고 대부분 종이를 접거나 그림그리기, 퍼즐등을 하며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도 무료하다. 갖고온 책과 노트의 반입이 불허되었다. 하드커버와 스프링 때문이라고 한다. 내일은 수요일이니 주치의가 오면 엄마에게 이것저것 택배로 받을 수 있게 부탁해봐야겠다.
나는 왜 정신병원에 있는걸까. 이 사람들은 왜 정신병원에 있는걸까. 보라언니는 자살시도로, 현지언니는 조울증, 대부분 조울증 아니면 우울증인 것 같다. 말을 한 마디도 안하는 실어증 환자, 끊임 없이 병동을 왔다갔다하며 혼잣말을 하는 조현병 환자도 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보는 티브이에 그런 사람들이 나온다. 머리카락을 60년동안 자르지 않은 남자, 손톱을 9m가 될때까지 기른 남자, 자신이 고양이라고 생각해서 고양이처럼 행동하고 울음소리를 내는 여자. 저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저 티브이속 사람들보다 내가 있는 정신병동의 사람들이 어떤 면에선 더 정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울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고 기분을 울적하게 만드는 것들은 도처에 깔려있다. 내가 모난 사람이어서 세상이 자꾸만 어둡고 흐리게 보이는 걸까?
보라언니 전남친 얘기를 들었다. 6년이나 사귀었는데 우울증으로 마지막에 남자친구가 지쳐서 헤어지자고 했다고 한다. 덤덤해보이지만 그 속은 얼마나 곪아있을까? 보라언니는 음독으로 자살기도했고 병원에서 목에 구멍을 뚫어서 살려냈다고 한다. 그걸 살려냈네. 덤덤히 말하는 보라언니에게 왠지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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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3
오늘은 중식으로 생선까스가 나왔고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봤다. 하루가 더딘듯 아닌듯 잘 간다. 저녁에는 석식을 먹기 전에 스쿼트, 런지, 플랭크를 했다. 석식을 먹은 후에는 샤워를 했다. 몸이 노곤해서 그런지 잠이 왔지만 11시까지 언니 삼촌들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오늘은 중식으로 생선까스가 나왔고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봤다. 하루가 더딘듯 아닌듯 잘 간다. 저녁에는 석식을 먹기 전에 스쿼트, 런지, 플랭크를 했다. 석식을 먹은 후에는 샤워를 했다. 몸이 노곤해서 그런지 잠이 왔지만 11시까지 언니 삼촌들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고, 신경이 무감각해질 때까지 운동을 하다가 마침내 플랭크 8시간 15분 15초라는 기네스 기록을 달성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티브이에 나온다. 몸의 신경을 무감각하게 만들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은 무엇일까. 그는 결국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한다. 몸을 그렇게까지 혹사시킬 수 없는 사람은 우울증을 극복할 수 없는 걸까? 스쿼트 50회로는 안되는 걸까?
생각해봐. 니가 한번이라도 일찍 왔다면. 내가 한번이라도 너에게 갔다면. 니가 한번이라도 이해해줬다면. 내가 한번이라도 참았다면. 그날 니가 못간다는 문자 한통이라도 남겼다면. 그날 내가 찾아가지 않고 너의 연락을 기다렸다면. 그래서 우리 아빠와 너희 엄마가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나를 미치게 하는 건 과거가 아니라 가보지 못한 미래다.
나를 미치게 하는 건 기억력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나를 미치게 하는 건 과거가 아니라 가보지 못한 미래다.
나를 미치게 하는 건 기억력이 아니라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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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2
오늘은 설 당일이다. 가족들은 뭘 하고 있을까. 엄마는 출근했을지도 모른다. 아빠는 할머니집에서 떡국을 먹고 태희는 아직 자취방에서 꿈나라에 있을지도. 가족들이 그립다. 나도 아침에 떡국을 먹었다. 병원식이라 삼삼하고 맛은 그저 그랬다.
너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아마 새벽에 아버지 제사를 지냈을 것이다. 누나와 매형도 어제 저녁에 왔을 것이다. 셋이 내 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새벽에 아버지 제사를 지내며 술도 몇 모금 마셨을테고 어쩌면 오늘 오전엔 조금 늦게 일어날지도 모르지. 점심께나 되어서 복이가 방문을 긁거나 침대 위로 올라와 얼굴을 핥아대면 그제서야 피곤한 몸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오셨을테고, 어쩌면 삼촌, 이모들과 반대로 할머니댁에 갈 수도 있겠지. 가서 또 이런저런 잡일을 해주고 심부름을 하고 어머니가 어디선가 받아오거나 사온 음식으로 한끼를 금세 해치우겠지. 그러면 어느덧 소장님에게 마감해주어야 할 시간이 올테고 너는 11시까지 부지런히 일할 것이다. 가끔 노래도 듣고 기타도 치면서.
너의 일상은 견고하다. 그래서 슬퍼할 틈이 없다. 따라서 너는 불행하지 않다.
너의 불행하지 않음이 나를 불행하게 한다. 나는 어떤 상태인 걸까?
너의 불행하지 않음을 질투하는 걸까? 너의 불행함을 바라는 걸까?
너의 불행함을 바라는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걸까?
오늘은 설 당일이다. 가족들은 뭘 하고 있을까. 엄마는 출근했을지도 모른다. 아빠는 할머니집에서 떡국을 먹고 태희는 아직 자취방에서 꿈나라에 있을지도. 가족들이 그립다. 나도 아침에 떡국을 먹었다. 병원식이라 삼삼하고 맛은 그저 그랬다.
너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아마 새벽에 아버지 제사를 지냈을 것이다. 누나와 매형도 어제 저녁에 왔을 것이다. 셋이 내 얘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새벽에 아버지 제사를 지내며 술도 몇 모금 마셨을테고 어쩌면 오늘 오전엔 조금 늦게 일어날지도 모르지. 점심께나 되어서 복이가 방문을 긁거나 침대 위로 올라와 얼굴을 핥아대면 그제서야 피곤한 몸을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오셨을테고, 어쩌면 삼촌, 이모들과 반대로 할머니댁에 갈 수도 있겠지. 가서 또 이런저런 잡일을 해주고 심부름을 하고 어머니가 어디선가 받아오거나 사온 음식으로 한끼를 금세 해치우겠지. 그러면 어느덧 소장님에게 마감해주어야 할 시간이 올테고 너는 11시까지 부지런히 일할 것이다. 가끔 노래도 듣고 기타도 치면서.
너의 일상은 견고하다. 그래서 슬퍼할 틈이 없다. 따라서 너는 불행하지 않다.
너의 불행하지 않음이 나를 불행하게 한다. 나는 어떤 상태인 걸까?
너의 불행하지 않음을 질투하는 걸까? 너의 불행함을 바라는 걸까?
너의 불행함을 바라는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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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늘 내게 죽을거라 힘주어 말하지만
난 솔직히 니가 그 누구보다 잘 살것 같다.
왜? 넌 이기적이니까. 너는 너의 죽음을
무기로 삼아 다른 사람을 휘두르니까.
니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니가 권력으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게
니 목숨이지. 그래서 넌 그걸 남용하지.
난 너가 절대 자살같은 건 하지 않을 거란 걸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더 안쓰럽다.
너는 이 세상을 그렇게 고통받으면서도
어떻게든 징그러울 정도로 살아낼테니까.
부러짐은 단단했던 사람에게나 가능한거다.
너는 일평생 단단해본 적 없던 사람이니
어떻게든 휘어지겠지, 이방향 저방향으로.
그러면서 살아가겠지, 또다시
여기저기서 감정과 진심과 곁을 내어줄 것을 구걸하며.
물론 너는 절대 죽지도 않겠지만
이젠 니가 죽는다 해도 솔직히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넌 이미 여러번 너의 죽음을 사용했고
난 그때마다 너가 정말 죽었다 생각하며 슬펐으니까.
내게 더는 너의 죽음에 사용할 슬픔이 남아있지 않다.
난 솔직히 니가 그 누구보다 잘 살것 같다.
왜? 넌 이기적이니까. 너는 너의 죽음을
무기로 삼아 다른 사람을 휘두르니까.
니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그거지.
니가 권력으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게
니 목숨이지. 그래서 넌 그걸 남용하지.
난 너가 절대 자살같은 건 하지 않을 거란 걸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더 안쓰럽다.
너는 이 세상을 그렇게 고통받으면서도
어떻게든 징그러울 정도로 살아낼테니까.
부러짐은 단단했던 사람에게나 가능한거다.
너는 일평생 단단해본 적 없던 사람이니
어떻게든 휘어지겠지, 이방향 저방향으로.
그러면서 살아가겠지, 또다시
여기저기서 감정과 진심과 곁을 내어줄 것을 구걸하며.
물론 너는 절대 죽지도 않겠지만
이젠 니가 죽는다 해도 솔직히 아무렇지 않을 것 같다.
넌 이미 여러번 너의 죽음을 사용했고
난 그때마다 너가 정말 죽었다 생각하며 슬펐으니까.
내게 더는 너의 죽음에 사용할 슬픔이 남아있지 않다.
.
여기가 끝
종말
자아의 종말
자기인식의 종말
종말
자아의 종말
자기인식의 종말
2023.09.21
어제 정기 진료 다녀왔다
오랜 면담 끝에 여태 먹어본 중 가장 독한 약을 먹기 시작했다
조증으로 인한 일시적인 정신증인지
완전한 조현의 발현인지 현재로는 진단할 수 없다 했다
하지만 당장 환각,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망상을 돌려말하는것 같다)
이로인한 일상의 곤란함을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 했다
뇌에 원자폭탄을 투하한것 같다
이제 무서운 것이 보이거나 들리지는 않지만
너무 무감각해서 동시에 아무것도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존재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나한테 가는 길이 끊어졌다
하루종일 멍하다, 멍하다?
멍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어떤 끈이 끊어져버린 것 같다
죽지 않기 위해 일시적으로 식물인간의 상태에 들어선 것 같다
정말 무감각해서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어떤 감정도 어떤 느낌도
내가 존재한다는 감각조차 없다
먹고 마시고 걷고 눈을 깜박이고
타자를 두드리지만 나는 바람
그저 한점의 바람
바람조차도 못한 아무것도 아닌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오랜 면담 끝에 여태 먹어본 중 가장 독한 약을 먹기 시작했다
조증으로 인한 일시적인 정신증인지
완전한 조현의 발현인지 현재로는 진단할 수 없다 했다
하지만 당장 환각,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망상을 돌려말하는것 같다)
이로인한 일상의 곤란함을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 했다
뇌에 원자폭탄을 투하한것 같다
이제 무서운 것이 보이거나 들리지는 않지만
너무 무감각해서 동시에 아무것도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존재하는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나한테 가는 길이 끊어졌다
하루종일 멍하다, 멍하다?
멍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어떤 끈이 끊어져버린 것 같다
죽지 않기 위해 일시적으로 식물인간의 상태에 들어선 것 같다
정말 무감각해서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어떤 감정도 어떤 느낌도
내가 존재한다는 감각조차 없다
먹고 마시고 걷고 눈을 깜박이고
타자를 두드리지만 나는 바람
그저 한점의 바람
바람조차도 못한 아무것도 아닌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너없이
- Do you like her?
- Yeah. I like her. It’s easy with her. I love you, but everything is so damn hard. It shouldn’t be so hard.
- Yeah. I like her. It’s easy with her. I love you, but everything is so damn hard. It shouldn’t be so hard.
.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미욱해서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
설령 무언가 있다 한들
그게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거야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
우리 사이엔 아무것도 없어
설령 무언가 있다 한들
그게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사라지고 말거야
궁금해
너는 말을 못하니까
나는 늘 궁금해
너는 꼬리를 흔들고
가끔은 사람처럼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웃는 것 같기도 해
흥분에 못이겨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어떨 땐 슬프고 기운없어 보이기도 해
가끔은 사람처럼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웃는 것 같기도 해
흥분에 못이겨 뱅글뱅글 돌기도 하고
어떨 땐 슬프고 기운없어 보이기도 해
그래서 나는 궁금해
너는 행복해?
나랑 살아서 행복해?
나랑 살아서 행복해?
아침에 눈을 뜨면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고른 숨을 내쉬는 너를 가장 먼저 봐
나는 그런 너를 쓰다듬고
하루의 가장 처음 말을 너한테 건네
내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고른 숨을 내쉬는 너를 가장 먼저 봐
나는 그런 너를 쓰다듬고
하루의 가장 처음 말을 너한테 건네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면
너도 몸을 부르르 털면서 일어나고
내가 화장실에 가면
너도 주둥이로 문을 열고 들어오고
내가 밥을 먹으면
너는 식탁 밑에 엎드려 나를 올려다보고
내가 담배 피러 마당에 나가면
너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나를 기다려
너도 몸을 부르르 털면서 일어나고
내가 화장실에 가면
너도 주둥이로 문을 열고 들어오고
내가 밥을 먹으면
너는 식탁 밑에 엎드려 나를 올려다보고
내가 담배 피러 마당에 나가면
너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나를 기다려
나의 세상에는
솔직히 말하면 너만 있지는 않아
하지만 너의 세상에는
내가 전부인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너만 있지는 않아
하지만 너의 세상에는
내가 전부인 것 같아
그래서 나는 행복하기도 하고
서글퍼지기도 해
서글퍼지기도 해
셈이 빠른 나는 때로
너와의 이별을 계산해보기도 해
너의 시간은 나의 시간과 달라서
아주 빠르게 흘러가니까
너와의 이별을 계산해보기도 해
너의 시간은 나의 시간과 달라서
아주 빠르게 흘러가니까
너는 태어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내게 왔고
두 해 하고도 반년을
이 지구에서 나와 살았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두 해 하고도 반년을
이 지구에서 나와 살았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니가 내게 주는 사랑을
니가 지구에 있는 동안
내가 다 갚을 수 있을까?
니가 지구에 있는 동안
내가 다 갚을 수 있을까?
나는 내가 너의 주인이고
니가 나의 강아지여서
행복해
니가 나의 강아지여서
행복해
너는 내가 너의 주인이고
니가 나의 강아지여서
행복해?
니가 나의 강아지여서
행복해?
나는 늘 궁금해
너는 말을 못하니까

이쯤에서 정말로
너는
어떤 결말로
가려해?
어떤 결말로
가려해?
.
오랜만이야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느낄 수 있어
이젠 많이 편해보여
너 말없이 웃어주니
나는 서글퍼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느낄 수 있어
이젠 많이 편해보여
너 말없이 웃어주니
나는 서글퍼
.
having got nothing better to do
I think of you
I think of you
.
너는 가끔 봐도,
보고 나면 내가 꼭 다시 사는 것 같다
보고 나면 내가 꼭 다시 사는 것 같다
.
내려줘 걸어갈래
.
언니
생각해보면 우리는 꽤 오래 알고 지냈지만
쉬운 맥주 한 잔 기울인 적이 없네요
나는 우울하고 언니는 화가 나서
만성리 해변에 밤바다 보러 갔던 날
맥주 한 캔 있으면 딱이겠다는 내 중얼거림에
마실 것 사오겠다 일어서서 언니가 사온 건
술이 아니라 이온음료랑 레몬 탄산수였어요
나는 어이가 없어 웃으면서도
이상하게 더한 갈증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쉬운 맥주 한 잔 기울인 적이 없네요
나는 우울하고 언니는 화가 나서
만성리 해변에 밤바다 보러 갔던 날
맥주 한 캔 있으면 딱이겠다는 내 중얼거림에
마실 것 사오겠다 일어서서 언니가 사온 건
술이 아니라 이온음료랑 레몬 탄산수였어요
나는 어이가 없어 웃으면서도
이상하게 더한 갈증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니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
다들 내가 듣는 음악은 우울하대요
언니는 잠시 말없이 듣더니
잔잔해서 좋기만 한데 라고 했어요
다들 내가 듣는 음악은 우울하대요
언니는 잠시 말없이 듣더니
잔잔해서 좋기만 한데 라고 했어요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말을 하며 수많은 술을 마신 기억은 어느 하나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언니랑 아무말 없이 남강변에서 차를 마신 기억은 가슴에 오래 남아
예기치못한 순간에 나를 일으켜세워요
언니랑 아무말 없이 남강변에서 차를 마신 기억은 가슴에 오래 남아
예기치못한 순간에 나를 일으켜세워요
한 대 시원하게 피고 털어버려
언니는 담배도 안피면서 그런 말을 해요
그냥 니가 담배피고 있는 거 보면 뭔가 털어내려고 피는 것 같아서
언니는 담배도 안피면서 그런 말을 해요
그냥 니가 담배피고 있는 거 보면 뭔가 털어내려고 피는 것 같아서
내가 거베라를 선물한 다음 날 언니는
조수석에 화분 채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꽃을 가져왔고
나는 언니가 준 화분을 오래 살려두지 못한 게 끝내 마음에 걸렸어요
조수석에 화분 채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꽃을 가져왔고
나는 언니가 준 화분을 오래 살려두지 못한 게 끝내 마음에 걸렸어요
언니는 나를 아프게 하지 않은
유일한 아픈 사람이었어요
유일한 아픈 사람이었어요
결혼 축하해요
.
내가 정신병이 있어서 이런 삶을 사는지
이렇게 살아서 정신병이 있는건지 모르겠다
-> 그런 것의 인과관계를 따져서 태옥씨에게 득될것이 없다
결론이 없는 문제
또는 문제의 원인이 자기자신에게로 귀결되는 문제는 생각하지 말기
내가 색정증 환자인지 생각도 해봤다
-> 충족되지 못한 욕구 또는 불안의 발현
어떤 사람은 많이 먹거나 화를 낸다
태옥씨의 경우엔 그런 방식으로 나타난다
중요한 건 최선이 아니라는 걸 행동하기 전에
스스로 되뇌어야 한다
건강에 안좋다기 보다 신변에 문제가 생길수도
레비아는 알콜의존증에 사용하는 약이지만
식욕이나 전반적인 욕망을 제어해준다
항갈망제라고도 한다 도파민 어쩌고?
술 뿐만 아니라 전반적 욕구 제어에 도움될테니 먹어보자
이렇게 살아서 정신병이 있는건지 모르겠다
-> 그런 것의 인과관계를 따져서 태옥씨에게 득될것이 없다
결론이 없는 문제
또는 문제의 원인이 자기자신에게로 귀결되는 문제는 생각하지 말기
내가 색정증 환자인지 생각도 해봤다
-> 충족되지 못한 욕구 또는 불안의 발현
어떤 사람은 많이 먹거나 화를 낸다
태옥씨의 경우엔 그런 방식으로 나타난다
중요한 건 최선이 아니라는 걸 행동하기 전에
스스로 되뇌어야 한다
건강에 안좋다기 보다 신변에 문제가 생길수도
레비아는 알콜의존증에 사용하는 약이지만
식욕이나 전반적인 욕망을 제어해준다
항갈망제라고도 한다 도파민 어쩌고?
술 뿐만 아니라 전반적 욕구 제어에 도움될테니 먹어보자
2023.07.25
진료기록
입원해라 -> 세번은 안된다 안한다
지금으로서 최선은 테그레톨 증량
아빌리파이 다시 먹자 -> 손떨린다 안먹는다
무슨 섭스턴스디스오더?
알콜의존증 약 추가할테니 먹고
술끊고 남자끊고 캐주얼섹스 그만해라
사후피임약-> 호르몬 밸런스 깨짐
불안하고 붕뜬 기분
인간관계 파탄 지갑파탄
작년 입원 전 상태로 돌아간것 같다
예전처럼 일기 다시 써라
무슨 일이 이미 벌어진 후에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 -> 그닥 바람직하지 않음
태옥씨는 사랑으로 공허감을 메우기에는
너무 영리하다, 채워지지 않는다
성취를 느껴야하는데 다시 서울은?
-> 별로 가고싶지 않다
일단 테그레톨 증량하고
레비아 먹어본 후 4주 후에 다시 보자
가급적이면 자주 왔으면 좋겠다
할머니 말고 직접 와라
입원해라 -> 세번은 안된다 안한다
지금으로서 최선은 테그레톨 증량
아빌리파이 다시 먹자 -> 손떨린다 안먹는다
무슨 섭스턴스디스오더?
알콜의존증 약 추가할테니 먹고
술끊고 남자끊고 캐주얼섹스 그만해라
사후피임약-> 호르몬 밸런스 깨짐
불안하고 붕뜬 기분
인간관계 파탄 지갑파탄
작년 입원 전 상태로 돌아간것 같다
예전처럼 일기 다시 써라
무슨 일이 이미 벌어진 후에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 -> 그닥 바람직하지 않음
태옥씨는 사랑으로 공허감을 메우기에는
너무 영리하다, 채워지지 않는다
성취를 느껴야하는데 다시 서울은?
-> 별로 가고싶지 않다
일단 테그레톨 증량하고
레비아 먹어본 후 4주 후에 다시 보자
가급적이면 자주 왔으면 좋겠다
할머니 말고 직접 와라
ㅠㅜ
이런 개씨발
one of the girls
give me tough love
he knows how to get the best out of me
leave me with nothing when I come down
push me and choke me till I pass out
we don’t gotta be in love
I don’t gotta be the one
he knows how to get the best out of me
leave me with nothing when I come down
push me and choke me till I pass out
we don’t gotta be in love
I don’t gotta be the one
꿈
아빠랑 무슨 신당 같은데 갔음
고양이 사슴 이런거 박제돼있었고
사람들 눈감고 중얼중얼거리고 기도하고
뭔가 무속신앙 그중에 동물 모시는 그런 느낌
그전에 내가 어떤 바다 절벽에서 배회하고 있었음
아빠가 스타렉스 같은거 끌고 데리러옴
신당이 많았는데 출구 못찾고 헤매다가
겨우 출구 찾고 나가는데
비포장도로에 가드레일도 없고
차도 우리차밖에 없었음
바위랑 쓰러진 나무 피해서 아빠 요리조리 운전함
그냥 그게 다였는데 이상하게 뇌리에서 안떠남
고양이 사슴 이런거 박제돼있었고
사람들 눈감고 중얼중얼거리고 기도하고
뭔가 무속신앙 그중에 동물 모시는 그런 느낌
그전에 내가 어떤 바다 절벽에서 배회하고 있었음
아빠가 스타렉스 같은거 끌고 데리러옴
신당이 많았는데 출구 못찾고 헤매다가
겨우 출구 찾고 나가는데
비포장도로에 가드레일도 없고
차도 우리차밖에 없었음
바위랑 쓰러진 나무 피해서 아빠 요리조리 운전함
그냥 그게 다였는데 이상하게 뇌리에서 안떠남
.
같이 있으면 공기가 시드는 것 같은 사람
그런데도 왜 자꾸 애써 보러 가는지
그런데도 왜 자꾸 애써 보러 가는지
.
너는 척을 하면 티가 나
..
손톱영양제
.
네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려
나는 혼란스럽고 슬퍼
나는 혼란스럽고 슬퍼
비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우산이
무의미해지는 것처럼
니 전화도 사랑도 다 무의미해
나는 전화기 꺼놓고
소주에 졸피뎀 타서 마신 다음
잠이나 잘거야
무의미해지는 것처럼
니 전화도 사랑도 다 무의미해
나는 전화기 꺼놓고
소주에 졸피뎀 타서 마신 다음
잠이나 잘거야
폰
내가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 만큼의
이별 뒤에,
다른 이별은 모두 당연해지네.
이별 뒤에,
다른 이별은 모두 당연해지네.
..
heal my soul and fuck me all in the same act
.
맞아
기대했어
상처받았어
부정해서 뭐해
다만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질거란 건 알아
기대했어
상처받았어
부정해서 뭐해
다만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질거란 건 알아
폰 꺼놓기6
모든 일에 대해 망설이는데 왜 그러는지 모를 때가 많다
내가 보기에는 직선이고 내 머릿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직선이었는데 실제로는 두 지점 사이를 잇는 가장 먼 길이었던 경우가 빈번했다
내가 보기에는 직선이고 내 머릿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직선이었는데 실제로는 두 지점 사이를 잇는 가장 먼 길이었던 경우가 빈번했다
나는 한 번도 활동적인 삶을 영위하는 능력을 지녀본 적이 없었다
아무도 실수하지 않는 것들을 나는 매번 실수했고
다른 이들은 자연스럽게 할 줄 아는 일을 하기 위해서 나는 늘 노력해야 했다
다른 이들은 큰 노력 없이 얻는 것들을 나는 간절히 소망해야 했다
아무도 실수하지 않는 것들을 나는 매번 실수했고
다른 이들은 자연스럽게 할 줄 아는 일을 하기 위해서 나는 늘 노력해야 했다
다른 이들은 큰 노력 없이 얻는 것들을 나는 간절히 소망해야 했다
인생과 나 사이에는 항상 반투명 유리가 있었다
그 유리는 보거나 만져봐도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의 백일몽이었고
내가 이루려던 목표는 언제나 내가 될 수 없었던 것을 말하는 첫번째 허구였다
나는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의 백일몽이었고
내가 이루려던 목표는 언제나 내가 될 수 없었던 것을 말하는 첫번째 허구였다
나의 지성에 비해 나의 감성이 지나친지
나의 감성에 비해 나의 지성이 지나친지
결코 알 수 없다
나는 항상 남들에 비해 늦었는데
감성과 지성 중 무엇이 늦었던 것인지
둘다 늦는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그것 또한 도통 모르겠다
나의 감성에 비해 나의 지성이 지나친지
결코 알 수 없다
나는 항상 남들에 비해 늦었는데
감성과 지성 중 무엇이 늦었던 것인지
둘다 늦는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
그것 또한 도통 모르겠다
권태2
아직 본 적 없고 앞으로 절대 보지 못할 것들을 포함해서 나는 모든 것을 보았다
내 기억에는 심지어 미래에 대한 기억들도 있기에 그것을 또 봐야 한다는 괴로움은 내게 미리 다가온 지루함이다
내 기억에는 심지어 미래에 대한 기억들도 있기에 그것을 또 봐야 한다는 괴로움은 내게 미리 다가온 지루함이다
폰 꺼놓기5
우리는 다른 종류의 사랑으로 서로를 사랑했다
그 기억은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한다
그 기억은 지금도 나를 아프게 한다
권태
권태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 어떻게 권태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권태란 단순히 지루한 감정이다.
또 어떤 이들은 불쾌할 때 그 말을 쓰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피로할 때 권태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권태가 지루함과 불쾌함과 피로를 다 포함하기는 해도 그것들과 비슷하지는 않다.
물이 산소와 수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산소나 수소와는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는 권태란 단순히 지루한 감정이다.
또 어떤 이들은 불쾌할 때 그 말을 쓰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피로할 때 권태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권태가 지루함과 불쾌함과 피로를 다 포함하기는 해도 그것들과 비슷하지는 않다.
물이 산소와 수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산소나 수소와는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를 하품하게 하는 것은 지루함이다.
우리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쾌함이다.
우리를 꼼짝도 하기 싫게 만드는 것은 피로다.
이중 어느것도 권태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권태는 어떤 영적인 의미나 인생의 허무에 대한 심오한 자각도 아니다.
우리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쾌함이다.
우리를 꼼짝도 하기 싫게 만드는 것은 피로다.
이중 어느것도 권태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권태는 어떤 영적인 의미나 인생의 허무에 대한 심오한 자각도 아니다.
권태는 세상에 대한 지루함이고
사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고
여태까지 살아온 것에 대한 피로함이다.
권태는 혼돈을 느끼는 육체적 감각이고
모든 것이 다 혼돈이라는 느낌이다.
자신이 공허하다고 느끼고 스스로에게 염증을 내고 자신을 거부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사는 것에 대한 불쾌감이고
여태까지 살아온 것에 대한 피로함이다.
권태는 혼돈을 느끼는 육체적 감각이고
모든 것이 다 혼돈이라는 느낌이다.
자신이 공허하다고 느끼고 스스로에게 염증을 내고 자신을 거부하게 만드는 감정이다.
정신병2
몇 달 전부터인지 며칠 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인상도 내 마음에 남지 않은지 한참 됐다.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내가 누구인지도 잊어버렸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글을 쓸 수도 없었다. 어슷한 졸음 속에서 나는 아무도 아니었다. 어디에도 고정되지 못한 채 떠도는 한점의 바람.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 아주 짧게 꾸는 꿈. 구별할 수 없는 썰물. 신기루. 내가 될 수 없거나 되고 싶었던 모든 것.
나는 인생과 단절되었다. 돌아왔을 때는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 그동안 내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았고 그전에 가졌던 기억은 중단됐다. 알 수 없는 끊긴 부분에 대한 혼란스러운 자국만 남았다. 기억의 일부가 다른 일부를 만나려는 헛된 노력을 기울이지만 나를 하나로 끌어모을 수가 없다. 나는 무너지고 깨어져서 여기저기 산재한다. 내가 살았던 시간 안에 내가 없다. 삶에 대한 기억이 없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기억해내려는 노력이고 어딘지 모를 강변과 회벽집 사이에서 나의 의식이 잃어버린 것에 대한 낙담이고 그 둘 사이를 배회하는 권태다.
폰 꺼놓기4
인생은 감탄사와 의문사 사이의 머뭇거림이다
이 글을 쓰며 일초가 지나갔다
방금 사랑 하나가 소실됐다
이 글을 쓰며 일초가 지나갔다
방금 사랑 하나가 소실됐다
정신병
내가 갖고 있는 척하는 감정들을 절대 파헤치려 하면 안돼
하지만 너는 내가 너에게 이런 내밀한 고백을 하는 것이 내게 얼마나 아픈 일인지 알아야 해
모든 말들이 거짓이기는 해도
여기 내 불쌍한 영혼의 넝마 조각 같은 진실은 들어있으니까
하지만 너는 내가 너에게 이런 내밀한 고백을 하는 것이 내게 얼마나 아픈 일인지 알아야 해
모든 말들이 거짓이기는 해도
여기 내 불쌍한 영혼의 넝마 조각 같은 진실은 들어있으니까
폰 꺼놓기3
내가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내 마음으로 뭔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내 마음으로 뭔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폰 꺼놓기2
나는 고백하고 싶을 때 비참하다
가장 비참한 인간의 욕구는
외부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영혼의 욕구다
거짓을 말하면서 이제 더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고백하되 내가 느끼지 않는 것을 고백할것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영혼을 자유롭게 하되
한 번도 진실이었던 적 없는 비밀을 털어놓을 것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는 언제나 실수다
자기표현은 항상 거짓말과 동의어가 되도록 할것
가장 비참한 인간의 욕구는
외부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영혼의 욕구다
거짓을 말하면서 이제 더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고백하되 내가 느끼지 않는 것을 고백할것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영혼을 자유롭게 하되
한 번도 진실이었던 적 없는 비밀을 털어놓을 것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는 언제나 실수다
자기표현은 항상 거짓말과 동의어가 되도록 할것
폰 꺼놓기
너에 대한 내 생각 속에는 네가 없다
기록
실제로 견디고 있지 않다면 정말 못 견딜 것 같은 날이다
삶이 내 안에서 목 조르는 느낌이고
온몸의 숨구멍을 다 동원해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이고
한순간 종말이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삶이 내 안에서 목 조르는 느낌이고
온몸의 숨구멍을 다 동원해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이고
한순간 종말이 온 것 같은 기분이다
.
썰물같이
신기루같이
열대야에 잠 못 이룰 때 아주 짧게 꾸는 꿈 같이
신기루같이
열대야에 잠 못 이룰 때 아주 짧게 꾸는 꿈 같이
.
기억이 안난다
.
회복 안될것 같아 이번엔
.
There’s a certain point the mind can’t come back from.
.
사랑도 자살처럼 자꾸 시도하게 된다
실패하게 될 걸 알면서
실패하게 될 걸 알면서
.
- Why can’t you be more friendly? Don’t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 about you?
- Not really. Why, do you?
- Yeah.
- Well, I think that’s lame.
- Maybe you can try talking to other people besides me.
- I’m only comfortable around you. Can’t help it.
- Not really. Why, do you?
- Yeah.
- Well, I think that’s lame.
- Maybe you can try talking to other people besides me.
- I’m only comfortable around you. Can’t help it.
.
이상할 정도로 편한 사람
자꾸 생각나는 사람
생각하면 따뜻해지는 사람
자꾸 생각나는 사람
생각하면 따뜻해지는 사람
,
해야 할 말도
하고싶은 말도
할 수 있는 말도 없어
그래도 편지하고 싶다 한번쯤
우리 사이는 이런 거지
해야 할 말도
할 수 있는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지만
말이 되지 못해 공중에 떠도는
감정과 기억만 남았지만
아무런 글자도 적지 않은 빈 편지지를
보내도 너는 무언가 읽을 것만 같아
우리 사이는 이런 거지
하고싶은 말도
할 수 있는 말도 없어
그래도 편지하고 싶다 한번쯤
우리 사이는 이런 거지
해야 할 말도
할 수 있는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지만
말이 되지 못해 공중에 떠도는
감정과 기억만 남았지만
아무런 글자도 적지 않은 빈 편지지를
보내도 너는 무언가 읽을 것만 같아
우리 사이는 이런 거지
,
부고는 죽음보다 늦게 온다
.
바위 위에 누군가 죽어 있다면,
그 죽은 사람보다는 차라리 바위가 더 고통받을걸?
죽는건 슬픈게 아니야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
슬픈 건 그 사람을 보지 못하는 산 사람이지
살아있을 때 하거나 하지 못한 걸 후회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
그 사람은 마침내 평안을 얻었으니까
그 죽은 사람보다는 차라리 바위가 더 고통받을걸?
죽는건 슬픈게 아니야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아
슬픈 건 그 사람을 보지 못하는 산 사람이지
살아있을 때 하거나 하지 못한 걸 후회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
그 사람은 마침내 평안을 얻었으니까
홍학의자리
지분대다
위시하다
바르작거리다
단출하다
살풍경하다
성마르다
불콰하다
역산하다
위시하다
바르작거리다
단출하다
살풍경하다
성마르다
불콰하다
역산하다
.
보고싶어 안고싶어 하고싶어
대화하고싶어 눈맞추고 싶어
물어보고 싶어
쌍커풀 주름 따라 어루만지고 싶어
음악듣고 싶어
음악들으면서 드라이브 하고싶어
알고싶어 이해하고싶어
시간이 흘러도 너는 흐릿해지지 않는다
믿음이 단단해진다
나는 망했다
너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절망이 단단해진다
희망도 단단해진다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아무리 망했다고 뇌까리며
새벽 밤거리를 걸어봐도 나는 망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죽여주지 않는다
아무도 내 인생을 망쳐주지 않는다
대화하고싶어 눈맞추고 싶어
물어보고 싶어
쌍커풀 주름 따라 어루만지고 싶어
음악듣고 싶어
음악들으면서 드라이브 하고싶어
알고싶어 이해하고싶어
시간이 흘러도 너는 흐릿해지지 않는다
믿음이 단단해진다
나는 망했다
너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절망이 단단해진다
희망도 단단해진다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아무리 망했다고 뇌까리며
새벽 밤거리를 걸어봐도 나는 망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죽여주지 않는다
아무도 내 인생을 망쳐주지 않는다
2021.02.17
오늘 오후 내내 가은이에게 수학을 가르쳐줬다. 좋다. 시간도 잘 가고. 벌써 네시다. 이제 낮잠을 좀 자야겠다. 우리 병실은 다 좋은데 서향이라 해가 안 들어서 깜깜하고 내 침대가 문쪽에 있어서 별로다. 여튼 이제 잘래.
오후 5시. 내 침대에 햇살이 직빵으로 쏟아지는 시간이다. 이때 침대에 누워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 기분이 포근하다. 적당히 졸리고 적당히 울적하다. 이런걸 멜랑콜리 하다고 하는 걸까.
나는 이제 울지 않는다. 너는 나에게 끝없는 겸손을 가르쳐주는 비탄의 땅. 면담 시간에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답답하고 울적해서 운동을 했다. 투약시간 전에 끝내기 위해 조금 서둘렀다. 복도 빠르게 걷기 20분, 버피 20회, 팔굽혀펴기 30회, 다시 버피 20회, 스쿼트 50회, 크런치 30회.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플랭크를 시작했다가 기네스 기록을 달성했다는 남자를 떠올리며 했다. 오랜만에 비오듯 온몸에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아무 생각 없이 개운하다. 약 먹고 30분 책 읽은 후 샤워했다. 얼른 자고 싶다.
너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피할 길이 없다.
.
아무도 엿보지 않는데
그렇게나 많이 나를 증명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도
내일 아침이면 풀린 운동화 끈을 고쳐 묶고
현관을 나서리란 걸 안다
그렇게나 많이 나를 증명할 필요가 있나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서도
내일 아침이면 풀린 운동화 끈을 고쳐 묶고
현관을 나서리란 걸 안다
.
지쳤어
꼬집어 말할 이유도 없어
꼬집어 말할 이유도 없어
(1)
조울증 진단받은지 3년째,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입원치료와 통원치료를 반복했다. 이제는 더이상 약 조정도 하지 않고 일상에는 처음으로 패턴이라는 게 생겼다. 자해도 하지 않고 충동적인 과소비나 파괴적인 인간관계도 없다. 감정을 의식적으로 억누르며 산다. 특히 기분이 좋아지는 걸 경계한다. 난 기분이 좋았던 날 항상 문제를 일으켰으니까. 다음날 아침 눈을 뜨면 응급실이거나 산부인과 대기실이었으니까. 내가 기분이 좋은 다음날엔 어김없이 할머니가 울었으니까. 갑자기 붕 뜨는 느낌,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는 떠올라있는 스스로를 확 낚아채서 다시 땅에다가 패대기친다. 이렇게 살면 웃을 일이 별로 없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이 좋아지는 것도 경계한다. 그러다보니 친밀한 인간관계나 거기서 얻는 기쁨도 거의 없다. 정신과 치료를 오랜 기간 받아본 사람은 결국 치료의 목적이 개인의 행복이 아닌 기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하도록 하는 것. 기능이 정상화 되어도 오랜 투병 끝에 자아를 형성했던 많은 부분은 사라지거나 무감각해지고 고통스러웠던 경험은 고유한 성격이 된다. 그래도 뚜벅뚜벅 살아간다. 기쁨도 목적도 없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 생각 없이 씻고 옷을 입고 출근하고 일을 한다.
.
돌아오고 나서야 떠났었다는 걸 깨달았어
2023.05.12
나이를 먹으면서 상대의 외모에 덜 휘둘리게 됐다. 상대의 조건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 인상 안 좋지만 지내보니 괜찮았던 사람, 조건 좋지만 겪어보니 그 조건이 전부인 사람도 있었다. 남이 걸친 옷에 대해서는 나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무관심하다.
대신 그만큼 상대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됐다. 그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화술이나 목소리도 풍미를 부여하기는 하지만, 결국 흥미로운 생각을 품은 사람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생각을 품은 사람이 무척 드물다. 뻔한 생각을 하거나 별 생각 없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독특한 사람, 괴짜가 좋다는 말이 아니다. 특이한 취향을 가졌지만 그 취향에 대해 질문을 몇 번 던지다 보면 금세 밑천이 바닥나는 사람도 있다. 특이한 취향을 가졌고, 동시에 별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어떤 분야에 백과사전같은 지식을 지녔다고 해서 더 매력적으로 비치지는 않는다. 열정적인 괴짜구나 싶을 뿐.
반면 잡학에도 깊이를 담을 줄 아는 사람이 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주장이지만 경청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검토할 줄 알고, 한 측면을 다른 측면과 유연하게 잇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다. 자신만의 견고한 취향을 가졌지만 그것이 세상과의 벽이 아닌 통로인 사람도 있다. 그런 지성과 주관에 오랜 경험 끝에 터득한 도덕성까지 더해진 사람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어떤 정신의 전망대에 올라 새로운 풍경을 음미하는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어렸을 때는 생각의 깊이보다 속도에, 완결성보다 표면적 독특함에 끌렸던 것 같다. 이제 사고의 순발력이나 특이함에 지적인 흥분을 느끼지는 않는다. 분명 젊었을 때는 반짝반짝하고 또래보다 비범했을 것 같은 중년의 얄팍하고 껄렁한 모습을 보는 것처럼 슬픈 일도 없다. 내 관찰로는 영리한 청년이었다가 내용물 흐릿한 중년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정신을 계속 훈련하지 않고 타고난 영리함과 순발력으로 30대를 버틴 것이다. 정신을 위해 꾸준히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는 것, 나의 가치관에 반하는 주장일지라도 열린 마음으로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것. 이런 것들이 정신을 위한 훈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훈련은 근력 운동과 흡사하다. 어린아이의 몸을 보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지 안 하는지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30대까지도 어느 정도 그렇다. 하지만 40대는 체형을 보면 평소에 운동을 얼마나 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티가 난다. 그가 재밌다고 생각해서 하는 농담이나 무의식적으로 뱉는 말에서 세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사상의 고루함 혹은 얄팍함이 여과 없이 느껴진다.
일찍부터 영리했던 사람들의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어렸을 때 생각의 얄팍함을 드러내어 주변의 따끔한 지적과 충고를 들을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재치와 순발력으로 자신의 얄팍함을 성공적으로 포장하기 때문에 주변의 진심어린 조언을 통해 자기 생각을 수정하고 보완할 기회가 없다. 20대 대학생이 그런 얄팍함을 내비치고 다니면 누군가 애정어린 지적을 할 수도 있지만 40대 과장이 소위 말하는 “개저씨” 같은 농담을 한다고 해서 그걸 지적하는 후임은 없다. 속으로 혀를 끌끌 찰 지언정, 그걸 부러 고쳐줄 어떤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보다 얄팍한 중년이 되어간다.
중년이 되면 아무도 나를 수정해주지 않는다. 내가 느끼고 스스로를 수정해야 한다. 정신에 꾸준히 간접적인 체험과 지적 자극을 공급해야 한다. 정신의 유연성이 나의 단단함을 해치지는 않는다.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사고를 경직시키고 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흐릿했던 인생의 많은 부분이 명확해진다. 내가 벌 수 있는 돈, 살 수 있는 집, 탈 수 있는 차, 만날 수 있는 사람, 구매할 수 있는 옷이나 가방 같은 것들의 한계가.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들은 나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 머물면서도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보다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사고하고 감각하는 것들을 보다 깊이 사고하고 감각하고 싶다. 또한 그런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
그 애는
그 애는 아무 희망도 아무 분노도 없는 사람
누군가 다가가서 좀더 좋은 세계로 데려가려 해도 그걸 믿지 않는 사람
좀더 좋은 세계가 있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
나에게 웃고, 마치 나를 믿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나와 같이 가기 위해 일어서지는 않았던 사람
누군가 다가가서 좀더 좋은 세계로 데려가려 해도 그걸 믿지 않는 사람
좀더 좋은 세계가 있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
나에게 웃고, 마치 나를 믿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나와 같이 가기 위해 일어서지는 않았던 사람
.
정말이지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안부도 궁금하지 않다
.
생각해봤어
내가 죽든
네가 죽든
내가 죽는 게 지옥일까
내가 너 없이 사는 게 지옥일까
내가 죽든
네가 죽든
내가 죽는 게 지옥일까
내가 너 없이 사는 게 지옥일까
.
내 인생은 그냥 사라지고 있으며 나는 살지 않았다는 불안감
여름
여름은 해가 일찍 떠서 싫다
사람들 다 반팔 입는데 나는 긴팔 입는 것도 싫고
사람들 다 반팔 입는데 나는 긴팔 입는 것도 싫고
.
내가 견디고 있는 저 사람도 나를 견디고 있다
.
어떤 악마는 스스로 악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천사는 혹시 자신이 바로 그 악마가 아닐까 평생을 고뇌한다
그래서 어떤 천사는 혹시 자신이 바로 그 악마가 아닐까 평생을 고뇌한다
2023.04.10
모르는 남자랑 포비에서 야끼소바 먹고
밀린 중간과제 하려고 건대 24시 카페에 갔다.
4층까지 만석이었다.
대학생들 중간고사 기간이랜다.
담배피며 어딜 갈까 생각하다 떠오른 곳이 군자 탐탐이었다.
그래 거기도 24시였지.
그래서 군자에 갔다 별다른 이유가 있던 게 아니고.
밀린 중간과제 하려고 건대 24시 카페에 갔다.
4층까지 만석이었다.
대학생들 중간고사 기간이랜다.
담배피며 어딜 갈까 생각하다 떠오른 곳이 군자 탐탐이었다.
그래 거기도 24시였지.
그래서 군자에 갔다 별다른 이유가 있던 게 아니고.
새벽 2시까지 강의 듣고 과제도 했다.
버스가 끊겨서 스타벅스 앞에서 따릉이 빌려 탔다.
어린이대공원역으로 간 다음 건대를 지나쳐서 집으로 갈 수도 있고
아차산역으로 간 다음 구의사거리를 지나쳐서 집으로 갈 수도 있었다.
어린이대공원역에서 건대 가는 길은 오르막이니까.
그래서 아차산역으로 갔다.
마찬가지로 별 이유도 없었지.
버스가 끊겨서 스타벅스 앞에서 따릉이 빌려 탔다.
어린이대공원역으로 간 다음 건대를 지나쳐서 집으로 갈 수도 있고
아차산역으로 간 다음 구의사거리를 지나쳐서 집으로 갈 수도 있었다.
어린이대공원역에서 건대 가는 길은 오르막이니까.
그래서 아차산역으로 갔다.
마찬가지로 별 이유도 없었지.
도미닉 파이크 노래 틀어놓고 한적한 도로를 천천히 달렸다.
그때 하필 지나친 게 네가 살던 싱글하우스 고시원이었지.
네가 내 인생에서 사라진 후 나는 그 거리를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왜 고시원도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는지.
그래 건물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고시원이 어디 갔겠냐마는.
집도 보증금도 없이 세상 한 편으로 떠밀리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가니까.
그때 하필 지나친 게 네가 살던 싱글하우스 고시원이었지.
네가 내 인생에서 사라진 후 나는 그 거리를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
왜 고시원도 사라졌을 거라 생각했는지.
그래 건물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고시원이 어디 갔겠냐마는.
집도 보증금도 없이 세상 한 편으로 떠밀리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가니까.
여하튼 나는 어쩔 수 없이 네 생각이 났다.
방은 좁았고 침대는 더 좁았다.
외부인 출입금지였던 고시원 복도를
네 손을 잡고 까치발을 한 채 걸어가면 자꾸 웃음이 났다.
성인 남자가 혼자 눕기에도 작은 침대에서 몸을 섞느라 우리 체위는 늘 한정적이었다.
네가 공용화장실에 콘돔을 버리고 오기 위해 바지만 주워입고 나가면
바지만 벗은 나는 누운채로 천장을 올려다보곤 했다.
방은 좁았고 침대는 더 좁았다.
외부인 출입금지였던 고시원 복도를
네 손을 잡고 까치발을 한 채 걸어가면 자꾸 웃음이 났다.
성인 남자가 혼자 눕기에도 작은 침대에서 몸을 섞느라 우리 체위는 늘 한정적이었다.
네가 공용화장실에 콘돔을 버리고 오기 위해 바지만 주워입고 나가면
바지만 벗은 나는 누운채로 천장을 올려다보곤 했다.
고시원 1층에 우리 사정에는 너무 비싸서 못갔던 조개구이 집도 그대로였고
아차산역 근처에 자주 갔던 안경점 2층 피자집도 그대로였다.
바로 옆에 삼겹살 쭈꾸미 집은 둘이 배부르게 먹기엔 너무 비싸서 못갔지.
우린 그걸 비효율이라고 했다.
아차산역 근처에 자주 갔던 안경점 2층 피자집도 그대로였다.
바로 옆에 삼겹살 쭈꾸미 집은 둘이 배부르게 먹기엔 너무 비싸서 못갔지.
우린 그걸 비효율이라고 했다.
중곡동삼거리에서 아차산역사거리까지는 내리막이지.
페달 위에 발을 가만 올려놓고 가속을 느끼며 내달리면서
우리는 이게 오픈카를 타고 달리는 것보다 기분이 좋을거라 확신했지.
오픈카를 타본 적도 앞으로 탈 일도 없지만 말이야.
페달 위에 발을 가만 올려놓고 가속을 느끼며 내달리면서
우리는 이게 오픈카를 타고 달리는 것보다 기분이 좋을거라 확신했지.
오픈카를 타본 적도 앞으로 탈 일도 없지만 말이야.
모든 게 변한듯 해도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기어를 올리고 천천히 페달을 밟으면서
느릿느릿 익숙한 거리를 통과하는데
자꾸만 아득해졌다.
기어를 올리고 천천히 페달을 밟으면서
느릿느릿 익숙한 거리를 통과하는데
자꾸만 아득해졌다.
변하지 않은 것들은 변한 것들에게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보라고 한다.
왜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았는데 어떤 것들은 변했는지.
변한 것들이 변해야 했던 이유는 뭔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댈 수가 없고
그래서 그 거리에서 면목이 없었다.
변하지 않은 것들이 나를 응시하는데
나는 그것들을 응시할 수 없어서
눈 둘 곳이 없었다.
왜 어떤 것들은 변하지 않았는데 어떤 것들은 변했는지.
변한 것들이 변해야 했던 이유는 뭔지.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댈 수가 없고
그래서 그 거리에서 면목이 없었다.
변하지 않은 것들이 나를 응시하는데
나는 그것들을 응시할 수 없어서
눈 둘 곳이 없었다.
사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건지도 모르지.
너는 영덕에 갔고 나는 서울에 있다.
우리가 원래 있었고
있어야 하는 곳으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갔다면
그걸 변화라 부를 수 있는지.
너는 영덕에 갔고 나는 서울에 있다.
우리가 원래 있었고
있어야 하는 곳으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갔다면
그걸 변화라 부를 수 있는지.
어쨌든 나는 여기 잘 있다.
너도 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너도 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네 눈을 보고 내가 용서받았다는 걸 알았어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증오도 일종의 감정이고 몰입이라 생각하면
난 마침내 너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거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증오도 일종의 감정이고 몰입이라 생각하면
난 마침내 너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거지
.
자고 일어나면 정처없이 좀 걸어야겠다
.
살면서 많은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그 중 가장 큰 후회가 하필 너라는 게 못견디게 씁쓸하다
.
하나에 대한 결핍은 다른 하나에 대한 집요한 열정으로 나타나는 듯하다
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는 거의 모든 것에 중독되는 편이다
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게 해주는 거의 모든 것에 중독되는 편이다
.
너랑 있으면 참 재미있고 편하다.
네 앞에서 나는 내 말과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지 않는다.
그땐 몰랐던 거야.
한 영혼과 한 영혼이 만나
이물감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것,
같이 있으면 즐거운 것이
가장 완전한 형태의 사랑이라는 걸.
그건 일생에 한번 가능할까 말까한 엄청난 행운이라는 걸.
성적 긴장감과 설레임은 한 사람에게만 느낄 수 있는 특혜가 아니라는 걸.
네 앞에서 나는 내 말과 행동이 어떻게 보일지 걱정하지 않는다.
그땐 몰랐던 거야.
한 영혼과 한 영혼이 만나
이물감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것,
같이 있으면 즐거운 것이
가장 완전한 형태의 사랑이라는 걸.
그건 일생에 한번 가능할까 말까한 엄청난 행운이라는 걸.
성적 긴장감과 설레임은 한 사람에게만 느낄 수 있는 특혜가 아니라는 걸.
.
old habits die hard
.
네가 아는 모든 것
네가 하는 모든 일
너의 취향
너의 영혼까지 돈으로 살 수 있단다
슬프지?
슬픔마저 돈으로 치유할 수 있단다
네가 하는 모든 일
너의 취향
너의 영혼까지 돈으로 살 수 있단다
슬프지?
슬픔마저 돈으로 치유할 수 있단다
.
새벽 여섯시엔 가로등도 끈다
아침에 가까워졌다 생각해선지
그러면 정말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때가 제일 어두운줄도 모르고
아침에 가까워졌다 생각해선지
그러면 정말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때가 제일 어두운줄도 모르고
2023.03.31
3월의 마지막 날, 마지막 금요일이다.
거리에는 벚꽃 홍매화 개나리 이름 모를 꽃들까지 잔뜩 피었고
사람들 옷차림은 얇아졌다.
학원에 반팔을 입고 오는 아이들도 있다.
법카랑 명세서 정리하고 월말 보고서도 다 작성하고나니 할 게 없어서 종례회의 전까지 오후 내 인터넷으로 봄옷 쇼핑만 했다.
내일은 4월의 첫 날이고, 오래 기다렸던 주말이다.
내일 뚝섬에서 소풍하려고
다이소에서 빨간색 격자무늬 피크닉매트를 하나 샀다.
가서 사람에 치이며 꽃도 보고 햇빛도 쬐고 할 것이다.
거리에는 벚꽃 홍매화 개나리 이름 모를 꽃들까지 잔뜩 피었고
사람들 옷차림은 얇아졌다.
학원에 반팔을 입고 오는 아이들도 있다.
법카랑 명세서 정리하고 월말 보고서도 다 작성하고나니 할 게 없어서 종례회의 전까지 오후 내 인터넷으로 봄옷 쇼핑만 했다.
내일은 4월의 첫 날이고, 오래 기다렸던 주말이다.
내일 뚝섬에서 소풍하려고
다이소에서 빨간색 격자무늬 피크닉매트를 하나 샀다.
가서 사람에 치이며 꽃도 보고 햇빛도 쬐고 할 것이다.
봄이 봄인 때는 짧다.
언제 피워냈는지도 모를 저 벚꽃잎들을
나무는 벌써 사람들의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뜨리고 있다.
봄에는 봄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여름에는 여름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누리면서 살고 싶다.
봄에는 봄꽃을 보고,
여름에는 여름바다를 보고,
가을에는 가을단풍을 보고,
겨울에는 겨울눈을 보는 식으로.
언제 피워냈는지도 모를 저 벚꽃잎들을
나무는 벌써 사람들의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뜨리고 있다.
봄에는 봄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여름에는 여름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누리면서 살고 싶다.
봄에는 봄꽃을 보고,
여름에는 여름바다를 보고,
가을에는 가을단풍을 보고,
겨울에는 겨울눈을 보는 식으로.
사월에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봤던 벚꽃을 또 보고,
칠월에는 백사장 모래알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과 바다에 몸 담그고,
시월에는 비싸고 맛없는 대하를 먹으러 안면도에 갈 것이다.
내년에도 볼 수 있는 꽃을 굳이 올해도 보기 위해 인파에 섞이고
축제에서 비싸고 맛없는 제철 음식을 먹으며 분위기에 휩쓸려보기도 할 것이다.
사람만 많고 정신 없다며,
전부 상술일 뿐이라며
냉소하는 현명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칠월에는 백사장 모래알 수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과 바다에 몸 담그고,
시월에는 비싸고 맛없는 대하를 먹으러 안면도에 갈 것이다.
내년에도 볼 수 있는 꽃을 굳이 올해도 보기 위해 인파에 섞이고
축제에서 비싸고 맛없는 제철 음식을 먹으며 분위기에 휩쓸려보기도 할 것이다.
사람만 많고 정신 없다며,
전부 상술일 뿐이라며
냉소하는 현명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쓸모없고 아름다운 것들에 쉽게 감동하는
어리석은 눈과 마음을 가지고 싶다.
어리석은 눈과 마음을 가지고 싶다.
.
죽고 싶었다가
죽이고 싶었다가
미웠다가
서운했다가
불쌍했다가
죽이고 싶었다가
미웠다가
서운했다가
불쌍했다가
.
나는 솔직함이 세상을 망쳐놨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지금보다 서로에게 덜 솔직했으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만한 곳이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내 자신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매순간 솔직하게 마음을 폭발시키는 사람들을 나는 증오한다
사람들이 지금보다 서로에게 덜 솔직했으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살만한 곳이었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한 치의 거짓도 없는 내 자신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매순간 솔직하게 마음을 폭발시키는 사람들을 나는 증오한다
이거였구나
죽기 직전 니 감정이
.
누구 마음에도 들 필요 없는 지금이 좋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하면 할수록 나는 나를 잃는다
혼란스럽지도 부자연스럽지도
허둥거리지도 않는 내 자신이 좋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하면 할수록 나는 나를 잃는다
혼란스럽지도 부자연스럽지도
허둥거리지도 않는 내 자신이 좋다
.
애가 나이들수록 제 아빠를 닮아가요, 엄마가 할머니에게 그랬단다. 난 술 처먹고 세간을 때려 부순 적도, 항거불능의 여자와 애를 팬 적도, 엄마 허벅다리에 담뱃불을 지진 적도 없는데. 아빠의 반대로만 살려고 부단히 애썼는데. 아빠는 내가 엄마를 닮은 얼굴로 엄마와 비슷한 말을 해서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아빠는 자주 기분이 나빴고 기분이 나쁠 때마다 주먹도 날리고 캐리어도 날리고 했다. 엄마는 나에게서 아빠를, 아빠는 나에게서 엄마를 본다. 양쪽에서 불온한 피만 받았다.
다 잊지는 못해도 자주 깜박했고, 용서하지는 못해도 체념했다고 생각했다. 부당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억울하지는 않았고, 스스로를 연민하지도 않았다. 누구나 원하지 않은 불행 하나쯤은 안고 사니까. 나에게 일어난 일이 나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니니까. 나보다 더한 일을 겪은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얻은건 아니지만 최소한 불평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자꾸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집중해서 일을 하다가도, 우물우물 밥을 씹어 삼키다가도, 버스 안에서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도 이유없이 화가 난다. 불쑥불쑥 가슴에 뜨거운 게 차오른다. 슬프고 우울했던 적은 있지만 화? 생소하고 당혹스럽다. 다 커서 갑자기 지난 날이 억울해졌나. 이제 와서 뭔가 바로잡고 싶어졌나.
어디까지 멀어져야 완전히 반대에 이를 수 있는지, 어디까지 도려내야 내가 아니게 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나조차도 모른다. 내가 아빠를 닮은 건지 엄마를 닮은 건지. 둘 중 누구를 더 닮은 건지, 어떤 점을 닮은 건지. 평생을 누군가의 반대로 도망치기 위해 살아왔다. 내가 있을 곳은 아빠가 있는 곳의 반대편. 아빠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면 됐다. 그러다보니 내 삶의 중심점은 줄곧 아빠였다. 인생은 재밌다. 무언가로부터 멀어지려 애쓰면 애쓸수록 그게 자신의 전부가 된다.
오랜만에 아빠 생각을 많이 했다. 아빠 생각을 많이 한 날에는 어김없이 아빠 꿈을 꾼다. 아빠가 나오는 꿈은 늘 비슷하다. 아빠가 쫓아오면 나는 도망간다. 도망가다 절벽을 만난다. 뒤를 돌아본다. 코 앞에 아빠가 서있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다. 어떨 땐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다. 가끔 인생이 거대한 한 편의 꿈같다는 생각을 한다. 깨어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꿈. 그런 생각을 하며 수면제를 삼켰다. 곧 아빠를 만날 것이다. 수면제가 제 역할을 하길 기다리며 종아리 알을 천천히 오래 주물렀다. 오늘 밤에도 열심히 뛰어야 하니까. 다만 이번에 절벽을 만나면 그땐 멈춰서지 않을 거다. 돌아보지도 않을 거다.
.
당신이 내 마음에 들락거린 4년동안 나는 참 좋았어
무덤 앞에서 우리는 다행히 하고픈 말이 같았다
무덤 앞에서 우리는 다행히 하고픈 말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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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반은 한 사람을 만나는 데 쓰고
나머지 인생의 반은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쓰겠지
오래 지나 전생같은 사건을
매번 처음 겪는 것처럼 발작하겠지
나머지 인생의 반은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쓰겠지
오래 지나 전생같은 사건을
매번 처음 겪는 것처럼 발작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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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외로움은 아는데 수치를 모르면 인생이 우스워지는것 같다
.
하루에도 몇번씩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기장은 찢어버리고 싶고
핸드폰은 한강에 던져버리고 싶다
모든 것이 헛되다는 생각과
망가질때만 내가 나 답다는 생각과
평생 싸워야 한다
일기장은 찢어버리고 싶고
핸드폰은 한강에 던져버리고 싶다
모든 것이 헛되다는 생각과
망가질때만 내가 나 답다는 생각과
평생 싸워야 한다


banshees of inisherin
1.
관계 하나를 끊어내기 위해선
다섯개의 손가락이 잘려야 하고
한 마리의 당나귀가 죽어야 하며
한 채의 집이 불타야 한다.
아,
그런데도 끝나지 않았다니.
관계 하나를 끊어내기 위해선
다섯개의 손가락이 잘려야 하고
한 마리의 당나귀가 죽어야 하며
한 채의 집이 불타야 한다.
아,
그런데도 끝나지 않았다니.
2.
내 집을 불태운 사람이 키우던
당나귀의 죽음이 더 슬프다.
당나귀의 죽음을 슬퍼하는
당신의 슬픔이 더 슬프다.
집 따위.
내 집을 불태운 사람이 키우던
당나귀의 죽음이 더 슬프다.
당나귀의 죽음을 슬퍼하는
당신의 슬픔이 더 슬프다.
집 따위.
3.
당신의 집을 불태울지언정
당신의 개는 죽일 수 없다.
당신에게 하나 남은 다정함이니까.
당신의 집을 불태울지언정
당신의 개는 죽일 수 없다.
당신에게 하나 남은 다정함이니까.
4.
나는 여태 몇 채의 집을 불태웠나.
내 집을 불태운 사람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린 건 몇 번인가.
몇 번의 헤어질 결심을 하고
몇 번의 헤어지지 않을 결심을 했나.
나는 여태 몇 채의 집을 불태웠나.
내 집을 불태운 사람의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린 건 몇 번인가.
몇 번의 헤어질 결심을 하고
몇 번의 헤어지지 않을 결심을 했나.
이제야
이제야 너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걸 알아
다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우린 죽는 날까지 같은 지옥에 살 거라는 것도 알아
나는 이런 방식으로 너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 거야
다시 만나지 않는다 해도
우린 죽는 날까지 같은 지옥에 살 거라는 것도 알아
나는 이런 방식으로 너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 된 거야
.
내가 따로 기록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겐 내가 살아온 인생이
기억되고 기록되기를
너의 인생이 내게 그러하듯
누군가에겐 내가 살아온 인생이
기억되고 기록되기를
너의 인생이 내게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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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는 모든 걸 기억하는데 아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의아할 때가 있었다. 얼굴에 날라온 주먹. 가지런히 편 손가락에 주저함 없이 내리꽂힌 망치. 내 몸을 향해 정확히 던져진 캐리어. 딸을 망가뜨리는데 거침이 없던 그 손. 입술이 터져 학교에 가면 다 안다는 듯 물어보는 선생님에게 다 아는 거 알면서 거짓말을 했다. 처음엔 아빠도 부끄럽고 미안해서 기억 안나는 척을 하는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정말 그랬으면 나는 정말 나쁜 놈이다. 아빠가 그렇게 말했다. 하동은 좁은 곳이라 소문이 날까봐 나는 구급차가 아닌 할머니 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었다. 그때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나무의 흔들리던 잎사귀 개수까지 나는 기억을 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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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해지기 전까지는
시 같은 건
읽지도 쓰지도 않기로 해
시 같은 건
읽지도 쓰지도 않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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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아니어도 적어도 불행하다고 느끼진 않게 해주려고 정말로 노력해. 남들이 누리는 모든 건 해주지 못해도 당신이 받을 자격 있다고 생각할 만한 것들은 다 해주려고 노력한단 말이야. 순리대로라면 당신 아들이 해줬어야 하는 것들 말이야. 그러니까 나에게 그 이상 요구하지마. 내 젊음, 내 시간, 얼마없는 내 돈 다 요구해도 상관없지만 그 이상 연기하게 하지마. 당신 아들 용서하라고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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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있어
할 수 있는 건 기억밖에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건 기억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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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생일이라 하동에 가고있다. 얇은 셔츠에 안감 없는 자켓 입었는데 안춥고 좋다. 이제 진짜 봄인가보다. 휴게소에서 담배피는데 훗훗하고 가벼운 공기가 살랑살랑 한다. 마음도 이상하게 살랑거린다. 자살률은 봄에 제일 높고 겨울에 제일 낮다고 한다. 이걸 스프링 피크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나도 봄에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주로 겨울에서 봄 넘어가는 시기에 입원했다. 겨우내 움츠려있다가 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 사람들은 에너지를 얻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 에너지를 드디어 스스로를 해치는 데 사용한다. 김영하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겨울에는 우울해도 이상하지 않다. 겨울에는 누구나가 갇혀 있지만 봄에는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자들만이 갇혀 있는다.’ 내 마음의 계절과 상관없이 날은 계속 따뜻해지고 개나리도 피고 철쭉도 피고 매화도 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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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5
하루종일 자고 또 잤다. 어제 아침 9시부터 자기 시작해서 중간에 깨면 곧바로 수면제를 먹고 바로 다시 잠에 들었다. 이게 내가 견디는 방법이고, 외면하는 방법이고, 치유하는 방법인데 아무래도 엄마 눈에 좋아보이진 않았던것 같다. 엄마는 속상한가보다. 저녁에 술을 마신것 같다. 싱크대 위에 술병이 뒹구는거보니. 나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데. 한 마디도 할 힘이 없었다. 깨보면 8시간 정도 흘러있고 밤낮이 바껴있었다. 계속 악몽을 꿔서 중간에 깼을 때 그 내용을 기록한것 같은데 그것마저 꿈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나는 내가 왜 죽고싶은지는 별로 알고 싶지 않다. 내가 왜 살아있는지 알고싶다. 날 주저하게 하는 그 하나가 무엇인지 알고싶다.
Mon 6
나는 주말에 내가 수면제를 그렇게 먹어대서 내 뇌에 손상이 갔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일하는데 필히 지장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잔실수가 없었던 건 아닌데 그래도 무난하게 지나간것 같다. 일할 수 있어서, 출근할 수 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엄마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수 있어서. 작성할 파일이 있어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있어서. 정말 좋다 생각했다. 나의 개인적 비참함에서 9시간동안 벗어날 수 있어서. 사람이 일을 해야하는 이유는 돈 때문도, 사회적위치나 직업적성취감 때문도 아니다. 본인의 존재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개인적 고민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음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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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3 D+27
몇 편의 꿈을 꾼건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피곤해서 더 자고 싶었는데 꿈꾸는게 무서워서 일어났다. 내 무의식이 꿈을 통해 내게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왜 어떤 기억은 나를 떠나가지 않는 걸까.
자신의 고통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이 그런 사람이 되는 건데. 이런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된다.
나는 싸우고 있다. 날마다 혼자서 싸운다. 아직도 살아있다는 치욕과 싸운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운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과 싸운다.
나의 사랑은 타자의 사랑을 강제하지 못한다. 이 단순하고도 명확한 사실을 종종 잊으며 고통스러워한다.
하루종일 책만 읽고 또 읽었다. 류시화의 수필과 한 강의 소설을 한 권씩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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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교류. 육체적 친밀함.
이런거는 별로 원하지 않는다
내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건 외로움인가
이런 생각과 느낌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것 같다
혹은 무어라 표현할 길 없던 것들에
알맞은 단어를 찾아주기 위해.
이런거는 별로 원하지 않는다
내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이건 외로움인가
이런 생각과 느낌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것 같다
혹은 무어라 표현할 길 없던 것들에
알맞은 단어를 찾아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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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3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나는 담배피러 내려갈때 너가
아니면 너 차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런 스스로가 좀 역겹다
3년동안 난 멀 했나
약은 아무런 쓸모가 없고
상담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
정신분석도 비싸기만 하고 내자신을 마주하면서 역함만 더해졌지
아마 의사는 재밌었을거다
제대로 상처받아야 한다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내자신을 알아야 나아갈수 있다고 했고
체호프는 그래도 살아야한다고 했다
고통받고 울고 괴롭게 살다가
저승에 가서 말하랜다
그러면 하느님이 안아준대
난 이제 내 자신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걸 하도 여러번에 걸쳐 나눠먹어서 더 먹을것도 없다
난 이제 내가 아닌 너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근데 니들은 다 죽었거나 죽은거랑 마찬가지잖아
뭘 더 해야하나
뭘 더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너 차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런 스스로가 좀 역겹다
3년동안 난 멀 했나
약은 아무런 쓸모가 없고
상담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
정신분석도 비싸기만 하고 내자신을 마주하면서 역함만 더해졌지
아마 의사는 재밌었을거다
제대로 상처받아야 한다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랬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내자신을 알아야 나아갈수 있다고 했고
체호프는 그래도 살아야한다고 했다
고통받고 울고 괴롭게 살다가
저승에 가서 말하랜다
그러면 하느님이 안아준대
난 이제 내 자신에 대해서는 많이 아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걸 하도 여러번에 걸쳐 나눠먹어서 더 먹을것도 없다
난 이제 내가 아닌 너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근데 니들은 다 죽었거나 죽은거랑 마찬가지잖아
뭘 더 해야하나
뭘 더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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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하도록 해요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얘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리고 아저씨와 나는
밝고 훌륭하고 꿈과 같은 삶을 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드디어 우린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하도록 해요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얘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리고 아저씨와 나는
밝고 훌륭하고 꿈과 같은 삶을 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드디어 우린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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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가까워진 자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 들곤 한다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아있었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망이라나. 나는 본능이 아니라 간절함이라고 생각한다. 떨치지 못한 미련을 언어로, 문자로 기록하는 행위. 비언어적인 감정을 언어에 욱여넣어 적는 글에는 많은 것이 담긴다. 죽은 자신의 뜻을 이어 누군가 설움을 해결해줄지 어떻게 아는가. 다음을 기약하는 행위로도 읽힐지 모르겠다.
그러자 불현듯 어머니가 떠올랐다. 죽고 싶은데 죽으면 안 돼서 여태까지 살아있다는 어머니께서 유서를 남긴다면 거기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미안함일까. 두려움일까. 걱정일까. 슬픔일까. 어쩌면 단 한 줄도 쓰지 않기로 마음 먹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삶에 미련이 없는 자들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굳이 오늘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때 나는 미련이 철철 넘쳤다. 매일 같이 유서를 갈아치웠다. 어느 날은 세 장을 썼고, 어느 날은 세 문장만 적었다. 모두 다 삶에 미련이 가득했다. 죽고 싶다고 썼지만 사실은 살고 싶었다. 왜 죽고 싶은지 적은 문장은 원인을 없애달라는 간청이었고, 한 명씩 언급하며 남긴 메세지는 나를 붙잡아주길 바라는 이들의 명단이었다. 당시의 나는 죽고 싶다는 말에 감춰진 진심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더는 부정할 수 없다. 정말로 죽고 싶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을.
정말 죽은 내 친구를 떠올려보면, 그녀는 아무런 글도, 그 쉬운 문자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 대신 벤치 옆에 핸드폰을 올려두고, 바로 앞 강에 투신했다. 그녀는 며칠 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녀가 아무런 유서를 남기지 않았으니, 더더욱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적을 수 있겠는가.
나는 아무것도 적을 수가 없다.
그러자 불현듯 어머니가 떠올랐다. 죽고 싶은데 죽으면 안 돼서 여태까지 살아있다는 어머니께서 유서를 남긴다면 거기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미안함일까. 두려움일까. 걱정일까. 슬픔일까. 어쩌면 단 한 줄도 쓰지 않기로 마음 먹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살아있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삶에 미련이 없는 자들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굳이 오늘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때 나는 미련이 철철 넘쳤다. 매일 같이 유서를 갈아치웠다. 어느 날은 세 장을 썼고, 어느 날은 세 문장만 적었다. 모두 다 삶에 미련이 가득했다. 죽고 싶다고 썼지만 사실은 살고 싶었다. 왜 죽고 싶은지 적은 문장은 원인을 없애달라는 간청이었고, 한 명씩 언급하며 남긴 메세지는 나를 붙잡아주길 바라는 이들의 명단이었다. 당시의 나는 죽고 싶다는 말에 감춰진 진심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더는 부정할 수 없다. 정말로 죽고 싶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을.
정말 죽은 내 친구를 떠올려보면, 그녀는 아무런 글도, 그 쉬운 문자메시지도 남기지 않았다. 대신 벤치 옆에 핸드폰을 올려두고, 바로 앞 강에 투신했다. 그녀는 며칠 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녀가 아무런 유서를 남기지 않았으니, 더더욱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무엇을 적을 수 있겠는가.
나는 아무것도 적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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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릴때마다 후회가 가득한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인생이 평생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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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은 받을만큼 받았다 생각했는데
편한 여자
편한 여자는 관계 정립같은건 하지 않는여자
편한 여자는 what are we?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여자
편한 여자는 책임질건 없지만 즐거운 여자
편한 여자는 안에 사정해도 괜찮은 여자
편한 여자는 작별할 때 아쉬워하지 않는 여자
편한 여자는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 여자
편한 여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여자
편한 여자는 조용히 사라지는 여자
그래
난 아무래도 편한 여자
편한 여자는 what are we?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여자
편한 여자는 책임질건 없지만 즐거운 여자
편한 여자는 안에 사정해도 괜찮은 여자
편한 여자는 작별할 때 아쉬워하지 않는 여자
편한 여자는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 여자
편한 여자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여자
편한 여자는 조용히 사라지는 여자
그래
난 아무래도 편한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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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꿨다
주유소집 아들이 출세했군
결혼도 하고 심지어 떡두꺼비같이 포동포동한 애도 낳았더군
왜 하필 그렇게 포동포동하고 하얀 아기인지.
포대기에 감싸져서, 요즘 누가 포대기 같은 것에 애기를 싸다니나 싶지만, 니 마누라 품에 안겨져 있던 애기를 보고,
꿈이지만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아 이제 정말 모든게 끝이구나였다
여자는 아기를 안고있었고 너는 그 여자의 허리에 손을 감고 있었다
너에 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꿈을 꿨고 그때마다 항상 좆같았지만
이번 꿈은 몸의 모든 뼈를 절구로 으깬다음 믹서기에 갈고 마지막으로 체에 거르는 느낌이구나
정말 힘들군 제발 훈아 좀 꺼져줄래?
주유소집 아들이 출세했군
결혼도 하고 심지어 떡두꺼비같이 포동포동한 애도 낳았더군
왜 하필 그렇게 포동포동하고 하얀 아기인지.
포대기에 감싸져서, 요즘 누가 포대기 같은 것에 애기를 싸다니나 싶지만, 니 마누라 품에 안겨져 있던 애기를 보고,
꿈이지만 순간적으로 든 생각은 아 이제 정말 모든게 끝이구나였다
여자는 아기를 안고있었고 너는 그 여자의 허리에 손을 감고 있었다
너에 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꿈을 꿨고 그때마다 항상 좆같았지만
이번 꿈은 몸의 모든 뼈를 절구로 으깬다음 믹서기에 갈고 마지막으로 체에 거르는 느낌이구나
정말 힘들군 제발 훈아 좀 꺼져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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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해봐
살아있다고말좀해봐
살아있다고말좀해봐
02.18
일기를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뭐라도 적어야 감정이든 생각이든 정리가 될것 같아 일단 쓰기로 했다
2월 18일 토요일.
이날은 서준이 생일이었다
사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또 쓸데없는 오지랖이 발동해서. 어찌저찌 건대에서 만났다.
생일을 하루 앞두고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고 한다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나에게 유일하게 손내밀어준 누군가에게 버림받는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아니까.
그 애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해서. 기분좋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분좋게 해주고 싶을때 쓰는 방법은 돈을 쓰는거다. 그게 더 쉬우니까.
건대 롯데백화점 1층 디올매장에서 립스틱을 하나 샀다. 그리고 같은 건물 지하에서 꽃다발도 하나 샀다. 그리고 엔제리너스에서 서준이를 만났다
그애는 너무 어리고. 여리고.
금방이라도 무너질것처럼 위태로웠다
누구라도 옆에서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이 애는 무너지고 망가질거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근데 그게 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적당히 이런저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작별했다
혼자 정처없이 걷다가 사람이 한명도 없는 식당에 들어가서 연어덮밥을 먹었다
사람이 없는 곳은 다 그런 이유가 있는거다
밥을 다 먹고 어디에 갈까 하다.
오랜만에 꼬메노에 갔다.
거기서부터 뭔가 잘못됐던것 같다
난 원래 참 충동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무슨 이유와 감정에서인지, 승회를 보기로 했다.
다시 엔제리너스 앞에서 그애를 만났다
천천히 걸어서 교보문고로 향했다
같이 이런저런 책을 구경했다
그애가 시집을 한권 보여줬는데 여러 시인들의 시를 묶어놓은 시집이었다
그애가 보여준 시가 뭔지 기억이 안나는게 애석하다
누군가에게 그런걸 보여준다는건
물론 별 생각없이 그런걸수도 있지만
그 애의 작은 조각, 그 애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좀 그 애에게 필요이상으로 무심한척. 이해 못하는 척. ‘척’을 한것 같다
그애에게 책을 한권 추천해달라고 했고, 그애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추천해주었다.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는지 보라고 했다 그러고는 자리를 비켜줬다.
나는 서가에 서서, 책을 휙휙 넘겼다
활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애가 너무 의식됐다
어쨌든 나는 책을 대충 넘겨보다가 그 책이랑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샀다.
「인간의 대지」는 내 가방에 넣고, 「단순한 열정」은 쇼핑백에 넣어서 그 애에게 선물했다
영화 예매한거에 대한 보답이라 하긴 했는데 나도 왜 굳이 그 책인진 잘 모르겠다
그 책에 나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과, 그 애가 읽어봤으면 하는 부분이 다 들어있어서 그런거 아닐까. 몰라. 모르겠다.
책을 고르다 영화시간이 가까워져서 롯데시네마로 이동했다
8시 40분 타이타닉. 3D였던게 좀 낭패.
그애는 계속 필요이상으로 걱정했다
눈 아프면 나가자는 얘기를 계속 했다
내가 3D를 정말 싫어하긴 하고 눈이 많이 아팠던것도 맞는데, 그때 나한테 중요한건 이미 그런게 아니었다
어느지점인지 잘 기억 안나는데
그 애가 내 고개를 돌려서 입맞췄다
그때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힘을 줬었다
그후로는 영화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잡고있는 그 애 손, 닿아있는 살,
이런것들.
심지어 내 심장소리, 호흡
사실 영화는 이미 다 알고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영화보는 내내 그애는 자주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불규칙하게 숨쉬거나, 고개를 앞뒤로 젖히거나, 심지어 그냥 가만있을때도. 그리고 난 그게 좋았어.
영화를 다 보고 보리스 있는, 내가 늘 담배피는 골목에서 같이 담배폈다
담배 피면서 어렴풋 내 머리를 스쳤던 생각은, 이제 여기 다시는 못오게될것 같군….
그애가 집까지 데려다주겠다 했다
말은 굳이? 라고 하면서도 기분좋았던 기억.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구의역 lpg충전소 지나면서부터는 아무런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근데 그게 참 편하고, 좋았다.
나중에 그 얘기를 하니까 그 애도 그때가 편하고 좋았다고 했다
침묵이 편한건 참 귀한 순간.
그애가 한잔하자 했고, 리버사이드 가려다 영업이 끝나서 다시 구의역에 갔다
미가로 어느 골목 2층 이자카야였는데.
어딘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술 마셨던 기억
아니, 그냥 누군가랑 있는게 참 오랜만에
이렇게 편하고, 즐겁고, 붕 뜨고, 설렜던 기억
술이 들어가니까 저항 없이 그 애랑 자연스럽게 혀 섞고 살 만졌다
저항할 이유도 없었다
제발 하나라도. 그애랑 했던 대화중 하나라도 온전히 기억나는게 있다면 좋을텐데.
그 많은 웃음들과 눈빛들과 말들과 향들이 다 어디로 간걸까?
기억나는거. 화장실 올라가는 계단에서 키스한거. 그애가 쓰는 향수인지 섬유유연제인지 그거 화이트머스크향이라는거. 내 뒷통수 만지작 거렸던 거.
그애는 자고가겠다했고, 집 골목에서 택시 태워보냈다.
그애한테 안겨서 운거같다. 이유는 잘 기억 안나. 보나마나 이재훈이겠지 뭐.
집에와서 그애보낸거 후회했던 기억
끔찍하게 우울했던 기억
슬펐던 기억
승회가 좋다고 생각했던 기억, 기억, 기억
뭐라도 적어야 감정이든 생각이든 정리가 될것 같아 일단 쓰기로 했다
2월 18일 토요일.
이날은 서준이 생일이었다
사실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또 쓸데없는 오지랖이 발동해서. 어찌저찌 건대에서 만났다.
생일을 하루 앞두고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다고 한다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나에게 유일하게 손내밀어준 누군가에게 버림받는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아니까.
그 애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해서. 기분좋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분좋게 해주고 싶을때 쓰는 방법은 돈을 쓰는거다. 그게 더 쉬우니까.
건대 롯데백화점 1층 디올매장에서 립스틱을 하나 샀다. 그리고 같은 건물 지하에서 꽃다발도 하나 샀다. 그리고 엔제리너스에서 서준이를 만났다
그애는 너무 어리고. 여리고.
금방이라도 무너질것처럼 위태로웠다
누구라도 옆에서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이 애는 무너지고 망가질거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근데 그게 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적당히 이런저런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작별했다
혼자 정처없이 걷다가 사람이 한명도 없는 식당에 들어가서 연어덮밥을 먹었다
사람이 없는 곳은 다 그런 이유가 있는거다
밥을 다 먹고 어디에 갈까 하다.
오랜만에 꼬메노에 갔다.
거기서부터 뭔가 잘못됐던것 같다
난 원래 참 충동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무슨 이유와 감정에서인지, 승회를 보기로 했다.
다시 엔제리너스 앞에서 그애를 만났다
천천히 걸어서 교보문고로 향했다
같이 이런저런 책을 구경했다
그애가 시집을 한권 보여줬는데 여러 시인들의 시를 묶어놓은 시집이었다
그애가 보여준 시가 뭔지 기억이 안나는게 애석하다
누군가에게 그런걸 보여준다는건
물론 별 생각없이 그런걸수도 있지만
그 애의 작은 조각, 그 애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좀 그 애에게 필요이상으로 무심한척. 이해 못하는 척. ‘척’을 한것 같다
그애에게 책을 한권 추천해달라고 했고, 그애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추천해주었다. 아무데나 펼쳐서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는지 보라고 했다 그러고는 자리를 비켜줬다.
나는 서가에 서서, 책을 휙휙 넘겼다
활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애가 너무 의식됐다
어쨌든 나는 책을 대충 넘겨보다가 그 책이랑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샀다.
「인간의 대지」는 내 가방에 넣고, 「단순한 열정」은 쇼핑백에 넣어서 그 애에게 선물했다
영화 예매한거에 대한 보답이라 하긴 했는데 나도 왜 굳이 그 책인진 잘 모르겠다
그 책에 나에 대해 설명해주는 부분과, 그 애가 읽어봤으면 하는 부분이 다 들어있어서 그런거 아닐까. 몰라. 모르겠다.
책을 고르다 영화시간이 가까워져서 롯데시네마로 이동했다
8시 40분 타이타닉. 3D였던게 좀 낭패.
그애는 계속 필요이상으로 걱정했다
눈 아프면 나가자는 얘기를 계속 했다
내가 3D를 정말 싫어하긴 하고 눈이 많이 아팠던것도 맞는데, 그때 나한테 중요한건 이미 그런게 아니었다
어느지점인지 잘 기억 안나는데
그 애가 내 고개를 돌려서 입맞췄다
그때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힘을 줬었다
그후로는 영화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잡고있는 그 애 손, 닿아있는 살,
이런것들.
심지어 내 심장소리, 호흡
사실 영화는 이미 다 알고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영화보는 내내 그애는 자주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불규칙하게 숨쉬거나, 고개를 앞뒤로 젖히거나, 심지어 그냥 가만있을때도. 그리고 난 그게 좋았어.
영화를 다 보고 보리스 있는, 내가 늘 담배피는 골목에서 같이 담배폈다
담배 피면서 어렴풋 내 머리를 스쳤던 생각은, 이제 여기 다시는 못오게될것 같군….
그애가 집까지 데려다주겠다 했다
말은 굳이? 라고 하면서도 기분좋았던 기억.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구의역 lpg충전소 지나면서부터는 아무런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근데 그게 참 편하고, 좋았다.
나중에 그 얘기를 하니까 그 애도 그때가 편하고 좋았다고 했다
침묵이 편한건 참 귀한 순간.
그애가 한잔하자 했고, 리버사이드 가려다 영업이 끝나서 다시 구의역에 갔다
미가로 어느 골목 2층 이자카야였는데.
어딘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정말 오랜만에 즐겁게 술 마셨던 기억
아니, 그냥 누군가랑 있는게 참 오랜만에
이렇게 편하고, 즐겁고, 붕 뜨고, 설렜던 기억
술이 들어가니까 저항 없이 그 애랑 자연스럽게 혀 섞고 살 만졌다
저항할 이유도 없었다
제발 하나라도. 그애랑 했던 대화중 하나라도 온전히 기억나는게 있다면 좋을텐데.
그 많은 웃음들과 눈빛들과 말들과 향들이 다 어디로 간걸까?
기억나는거. 화장실 올라가는 계단에서 키스한거. 그애가 쓰는 향수인지 섬유유연제인지 그거 화이트머스크향이라는거. 내 뒷통수 만지작 거렸던 거.
그애는 자고가겠다했고, 집 골목에서 택시 태워보냈다.
그애한테 안겨서 운거같다. 이유는 잘 기억 안나. 보나마나 이재훈이겠지 뭐.
집에와서 그애보낸거 후회했던 기억
끔찍하게 우울했던 기억
슬펐던 기억
승회가 좋다고 생각했던 기억, 기억, 기억
.
잠이 외면이라고 생각하니
너의 불면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는것같다
여기 아무도 안오고 너만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너빼고 모두가 온다
너의 불면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는것같다
여기 아무도 안오고 너만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너빼고 모두가 온다
.
이틀 연속 승회 만났다
어제는 타이타닉 보고 오늘은 바빌론 봤다
어제랑 같은 무스탕. 바지만 바꼈나.
초라멘 앞에 프롬커피에서 만났다
도착해보니 그애가 테라스에 서있었다
꽃을 들고 있었다
그것부터 보였지만 모른척했다 마치 안보인다는듯이.
검은색 포장지에 어두운 보라색 수국
내 생각나서? 나랑 비슷해서? 샀다며 손에 들려주었다
그걸 받자마자 든 감정은 우선 당혹감.
그리고 기쁨 그리고 이유모를 안도.
왠지 기쁜티를 내면 안될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애가 기분 상할 정도로
무심하게. 왜 나한테 꽃을 줘. 같은 반응을 했던것 같다
그래도 기뻐서 그리고 어제랑 같은 냄새가 날지 궁금해서 커피 받아오면서 앉아있는 승회 뒤에서 껴안았다
역시 어제랑 같은 화이트머스크향
그러고 좀 어색하게 군자까지 걸었다
그애가 어제처럼 안아줘서, 얼굴 부벼대서 기뻤던 기억
데이먼스이어 노래 들으며 메가박스까지 천천히 걸었다
허리에 가볍게 손 감고.
그애는 내 플레이리스트가 듣고싶다했는데 나는 억지로 노래 하나 고르게했다
승회가 고른건 자우림의 샤이닝
난 이 애가 이런노래 안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혼자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애 모르게 혼자 머리를 한번 털어냈다.
어제처럼 그애는 영화보는 중간중간 나한테 키스했다
그애가 키스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반.
아무것도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반.
바빌론은 두번째 보는거기도 하고
애초에 그애 옆에 있어서 집중을 잘 못했다
토비 맥과이어 나오기 시작하고부터는 아예 승회한테 기대서 눈감고잤다
그애가 내 손가락 마디마디 뼈를 훑어댔다
가만히 손을 잡고 있지 않고,
계속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려서 그게
짜증나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불이 켜지고
우리는 통로쪽에 앉아서 옆으로 사람들이 내려가고 그러는데 걔가 또다시 키스했다
불꺼졌을때보다 더 깊게.
원래 주변신경을 잘 안쓰는건지..
무슨 의도가 있는건지.
어제보다 좀더 편한 느낌
그애 혀도, 그애 손도, 그애 향도,
그애 모든게, 내 심장소리도 덜 인식했다.
메가박스 앞에서 택시태워 보냈다
분당은 여기서 얼마나 걸리지?
그런 생각하며, 나도 3216 타고 집에왔다
버스에서 보라색 수국의 꽃말을 검색해봤다
그애는 남자치고 지나치게 세심하니까.
어제 술먹으며 했던 대화 기억나는거
: 내가 했던 말 중에,
여기서 더 상처받으면 나는 죽어
라는 말, 기억하고 있다 했다
그런 비슷한 말을 한것같긴 한데
단톡에서 한거라.. 언제 왜 했는지 기억은 잘 안난다
걔는 그거에 꽂혀있나보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옷을 킁킁거렸는데
그애 향이 나는거 같다.
아니면 내 리브레인가.
두개가 섞인걸수도 있고
모르겠다
같이 걷다가 본 비숑을 보고 그애가 한말.
너무귀엽다. 나는 강아지 못길러. 걔는 나만 바라볼텐데. 나는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게 부채라고 생각해.
그애는 부채라는 단어, 참 좋아하는것 같다
어제 편의점 혼자 갔다온다 하고 그애가 샀던게 정말 칫솔일까 콘돔일까?
어제 그애를 끝끝내 택시태워 보내는게 아니었나?
한 대도 아니고 두 대도 아니고 세 대씩이나.
담배 빨아들이고 그애 입에 넣는거.
처음해본다했다. 그래도 그애한테 처음인게 있어서 좋다는 생각.
난 뭔가가 너무 좋으면. 좋다는 감정이 들면 고개를 흔들거나, 짜증난다고 해.
너무 나에 대해 많이 말한것 같고 많이 알려준것 같다
다 그만하고 싶고 그만 생각하고 싶고 그만 느끼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울었던것 같고 그때 잠자코 안아준 애가 그애라서 다행인데
내가 기억을 못한다고 생각하는것 같다
어제 일중에 얼마나 기억나냐 묻는거보면.
승회야 보고싶어
너는 내가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들고
즐겁게 만들고
다 잊게 만들고
다 떠오르게 만들어
나를 휘저어놓고
나를 뜨겁게 만들어놓고
나를 식게 만들어
근데 식게 할땐, 그 어떤거보다 차갑게 하는거같다. 난 그게 너무 싫거든
그만해야겠다, 근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어제는 타이타닉 보고 오늘은 바빌론 봤다
어제랑 같은 무스탕. 바지만 바꼈나.
초라멘 앞에 프롬커피에서 만났다
도착해보니 그애가 테라스에 서있었다
꽃을 들고 있었다
그것부터 보였지만 모른척했다 마치 안보인다는듯이.
검은색 포장지에 어두운 보라색 수국
내 생각나서? 나랑 비슷해서? 샀다며 손에 들려주었다
그걸 받자마자 든 감정은 우선 당혹감.
그리고 기쁨 그리고 이유모를 안도.
왠지 기쁜티를 내면 안될것 같아서
지금 생각해보면 그애가 기분 상할 정도로
무심하게. 왜 나한테 꽃을 줘. 같은 반응을 했던것 같다
그래도 기뻐서 그리고 어제랑 같은 냄새가 날지 궁금해서 커피 받아오면서 앉아있는 승회 뒤에서 껴안았다
역시 어제랑 같은 화이트머스크향
그러고 좀 어색하게 군자까지 걸었다
그애가 어제처럼 안아줘서, 얼굴 부벼대서 기뻤던 기억
데이먼스이어 노래 들으며 메가박스까지 천천히 걸었다
허리에 가볍게 손 감고.
그애는 내 플레이리스트가 듣고싶다했는데 나는 억지로 노래 하나 고르게했다
승회가 고른건 자우림의 샤이닝
난 이 애가 이런노래 안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혼자 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애 모르게 혼자 머리를 한번 털어냈다.
어제처럼 그애는 영화보는 중간중간 나한테 키스했다
그애가 키스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반.
아무것도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반.
바빌론은 두번째 보는거기도 하고
애초에 그애 옆에 있어서 집중을 잘 못했다
토비 맥과이어 나오기 시작하고부터는 아예 승회한테 기대서 눈감고잤다
그애가 내 손가락 마디마디 뼈를 훑어댔다
가만히 손을 잡고 있지 않고,
계속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려서 그게
짜증나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불이 켜지고
우리는 통로쪽에 앉아서 옆으로 사람들이 내려가고 그러는데 걔가 또다시 키스했다
불꺼졌을때보다 더 깊게.
원래 주변신경을 잘 안쓰는건지..
무슨 의도가 있는건지.
어제보다 좀더 편한 느낌
그애 혀도, 그애 손도, 그애 향도,
그애 모든게, 내 심장소리도 덜 인식했다.
메가박스 앞에서 택시태워 보냈다
분당은 여기서 얼마나 걸리지?
그런 생각하며, 나도 3216 타고 집에왔다
버스에서 보라색 수국의 꽃말을 검색해봤다
그애는 남자치고 지나치게 세심하니까.
어제 술먹으며 했던 대화 기억나는거
: 내가 했던 말 중에,
여기서 더 상처받으면 나는 죽어
라는 말, 기억하고 있다 했다
그런 비슷한 말을 한것같긴 한데
단톡에서 한거라.. 언제 왜 했는지 기억은 잘 안난다
걔는 그거에 꽂혀있나보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옷을 킁킁거렸는데
그애 향이 나는거 같다.
아니면 내 리브레인가.
두개가 섞인걸수도 있고
모르겠다
같이 걷다가 본 비숑을 보고 그애가 한말.
너무귀엽다. 나는 강아지 못길러. 걔는 나만 바라볼텐데. 나는 그걸 감당할 자신이 없어. 그게 부채라고 생각해.
그애는 부채라는 단어, 참 좋아하는것 같다
어제 편의점 혼자 갔다온다 하고 그애가 샀던게 정말 칫솔일까 콘돔일까?
어제 그애를 끝끝내 택시태워 보내는게 아니었나?
한 대도 아니고 두 대도 아니고 세 대씩이나.
담배 빨아들이고 그애 입에 넣는거.
처음해본다했다. 그래도 그애한테 처음인게 있어서 좋다는 생각.
난 뭔가가 너무 좋으면. 좋다는 감정이 들면 고개를 흔들거나, 짜증난다고 해.
너무 나에 대해 많이 말한것 같고 많이 알려준것 같다
다 그만하고 싶고 그만 생각하고 싶고 그만 느끼고 싶어 그렇게 말하며 울었던것 같고 그때 잠자코 안아준 애가 그애라서 다행인데
내가 기억을 못한다고 생각하는것 같다
어제 일중에 얼마나 기억나냐 묻는거보면.
승회야 보고싶어
너는 내가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우울하게 만들고
즐겁게 만들고
다 잊게 만들고
다 떠오르게 만들어
나를 휘저어놓고
나를 뜨겁게 만들어놓고
나를 식게 만들어
근데 식게 할땐, 그 어떤거보다 차갑게 하는거같다. 난 그게 너무 싫거든
그만해야겠다, 근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
내가 외롭고
외로워서 미저러블한 인간이라는거를
평소에는 잊으려고 부던히 애를 쓰고
실제로 어느정도 잊고 산다
근데 이렇게 한번씩 내감정을 휘젓고 가는
사건이나 사람이 생기면
나는 평소보다 더 동요하고
그 영향이 너무 오래간다
거기에 생각을 할애하고
죽여놨던 감정이 살아나고
외로워서 미저러블한 인간이라는거를
평소에는 잊으려고 부던히 애를 쓰고
실제로 어느정도 잊고 산다
근데 이렇게 한번씩 내감정을 휘젓고 가는
사건이나 사람이 생기면
나는 평소보다 더 동요하고
그 영향이 너무 오래간다
거기에 생각을 할애하고
죽여놨던 감정이 살아나고
으
다시는 술 안먹어
.
병기가 해준 얘기
: 여자나이 스물다섯 정도 넘어가면
남자를 만날때 속되게 말해서 이용가치를 따지게 된다. 이용가치라는건 좋게말하면 이 남자랑 얼마나 관계를 이어나갈수 있을것인가. 나쁘게 말하면 재력. 사회적위치. 등등.
근데 태옥이 너는 너무.. 사람자체를 좋아해서 어떤 사람을 볼때 이용가치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보려 한다. 순수하다. 그러다 이제 씻기 힘든 상처를 입는거다.
사람한테는 무조건 의심부터 해라. 왜 나한테 다가오는 걸까.
: 여자나이 스물다섯 정도 넘어가면
남자를 만날때 속되게 말해서 이용가치를 따지게 된다. 이용가치라는건 좋게말하면 이 남자랑 얼마나 관계를 이어나갈수 있을것인가. 나쁘게 말하면 재력. 사회적위치. 등등.
근데 태옥이 너는 너무.. 사람자체를 좋아해서 어떤 사람을 볼때 이용가치가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보려 한다. 순수하다. 그러다 이제 씻기 힘든 상처를 입는거다.
사람한테는 무조건 의심부터 해라. 왜 나한테 다가오는 걸까.
김승회 혹은 김선회
병기야 미안해
근데 나는 이런 순간이 끔찍하게 싫어
누군가의 눈을 보고
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근데 나는 이런 순간이 끔찍하게 싫어
누군가의 눈을 보고
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
원숭이를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사람을 원숭이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운거같다
.
나에게 항상 필요한거는 무언가를 할때 그걸 해야하는 이유.
이유가 없는 ‘그냥’이라는걸 잘 납득하지 못하고.
이유가 부실해지는 순간 흥미 혹은 의욕이 사라진다
이유가 없는 ‘그냥’이라는걸 잘 납득하지 못하고.
이유가 부실해지는 순간 흥미 혹은 의욕이 사라진다
취미생활
4. 영화보기


.
누군가의 삶이 오답처럼 보이더라도
그것을 채점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의 몫임을 알길
그것을 채점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의 몫임을 알길
.
하느님이 내 악몽이 아니라
내가 하느님의 악몽이다
내가 하느님의 악몽이다
.
노을에 초록색도 있다는거 아는지?
담배꽁초. 전단지. 쓰레기 널린 길거리에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한 사람들 거기서 난 꽁초 주워서 펴보고 전단지 주워서 행간을 읽으려 하는거다
뇌를 꺼내서 표백하든가.
온전히 쓸쓸할때만 차오르는 기이한 만족감
피치핏 노래 들으며 바닐라라떼 맛없음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데.
부족한거. 임기응변. 사교스킬.
왜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고
혼자가 당연하고 편하다
필요한거는 이유. 해야 하는 이유.
하려면 할 수 있다 이유가 없는거지
하고싶은거는 스페인어 일본어 공부
남들도 다 힘들다는거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단거 -> 이건 이제 알겠다.
근데 힘든 와중에 행복한거 즐거운거 있다 -> 이거는 와닿지 않는다.
내가 일반적이지 않은건지?
보통의 기준. 일반. 상식. 이걸 잘 모르겠고, 물어볼 데가 없다는게 가장 힘듦.
보면 눈물 나는거.
계시처럼 느껴지는 문구가 있다
담배꽁초. 전단지. 쓰레기 널린 길거리에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한 사람들 거기서 난 꽁초 주워서 펴보고 전단지 주워서 행간을 읽으려 하는거다
뇌를 꺼내서 표백하든가.
온전히 쓸쓸할때만 차오르는 기이한 만족감
피치핏 노래 들으며 바닐라라떼 맛없음
어디에 돈을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데.
부족한거. 임기응변. 사교스킬.
왜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겠고
혼자가 당연하고 편하다
필요한거는 이유. 해야 하는 이유.
하려면 할 수 있다 이유가 없는거지
하고싶은거는 스페인어 일본어 공부
남들도 다 힘들다는거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단거 -> 이건 이제 알겠다.
근데 힘든 와중에 행복한거 즐거운거 있다 -> 이거는 와닿지 않는다.
내가 일반적이지 않은건지?
보통의 기준. 일반. 상식. 이걸 잘 모르겠고, 물어볼 데가 없다는게 가장 힘듦.
보면 눈물 나는거.
계시처럼 느껴지는 문구가 있다
하루종일
하루종일 머리에 안개가 낀듯
뿌옇고. 흐리고. 답답하고..
집중을 하려 해봐도 잘 안되고
옆에선 다그치고.
의기소침 해지고.
그럴수록 더 실수하게되고
일상성의 지루한 안개를
레몬 씹듯 톡 터뜨려
신맛으로 걷어내고 싶다.
매일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출근전쟁
지루한 업무
늘 보는 얼굴들에 느끼는 극도의 권태와 피로
그러나 이 쳇바퀴에서 내려오는 것은
두렵다
4분안에 자야한다.
그래야 4시간 반을 잘 수 있다
10분 안에 끝내세요.
기한 넘기지 말것.
14일까지 해야하는 업무
제출해야 하는 파일들
톡
씹어버리고싶다
뿌옇고. 흐리고. 답답하고..
집중을 하려 해봐도 잘 안되고
옆에선 다그치고.
의기소침 해지고.
그럴수록 더 실수하게되고
일상성의 지루한 안개를
레몬 씹듯 톡 터뜨려
신맛으로 걷어내고 싶다.
매일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출근전쟁
지루한 업무
늘 보는 얼굴들에 느끼는 극도의 권태와 피로
그러나 이 쳇바퀴에서 내려오는 것은
두렵다
4분안에 자야한다.
그래야 4시간 반을 잘 수 있다
10분 안에 끝내세요.
기한 넘기지 말것.
14일까지 해야하는 업무
제출해야 하는 파일들
톡
씹어버리고싶다
aftersun
해결되지않은 묵은 감정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수 있을까해서 영화를 봐
.
보고싶다
야
어떻게 사는지라도 알려주면 안되냐
야
어떻게 사는지라도 알려주면 안되냐
.
대리 부장 부팀이랑 건대근처 이자카야에서 퇴근하고 술먹었다
가기싫었는데 여태 계속 거절해왔기도하고 오늘은 진짜 따라오라는 압박이 느껴져서 갔다
싫은 사람들과 싫은 술자리 싫은 대화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대리랑 부팀이랑 꼴아가지고 갑자기 싸움
우리는 보내주지도않고 어색해서 죽닥치고 단무지 안주삼아 쏘주만 퍼마셨다
집에 갸아하는데.. 낼 출근하려면
근데 우울해서
만회하고싶어서 리버사이드 와서 한잔
더 하구잇다.
넘 취했는데..
만회하고싶어서..
오늘 하루가 좆같애서
가기싫었는데 여태 계속 거절해왔기도하고 오늘은 진짜 따라오라는 압박이 느껴져서 갔다
싫은 사람들과 싫은 술자리 싫은 대화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대리랑 부팀이랑 꼴아가지고 갑자기 싸움
우리는 보내주지도않고 어색해서 죽닥치고 단무지 안주삼아 쏘주만 퍼마셨다
집에 갸아하는데.. 낼 출근하려면
근데 우울해서
만회하고싶어서 리버사이드 와서 한잔
더 하구잇다.
넘 취했는데..
만회하고싶어서..
오늘 하루가 좆같애서
멀티태스킹
멀티태스킹은 문명이나 능력의 진보를 의미하지 않음
오히려 그 반대
멀티태스킹은 가난과 퇴화의 상징이다
야생에서 수렵해야 했던 선조는 주의를 다양한 활동에 분배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사냥해야 하고 이미 습득한 먹이를 뺏기지 않아야 하며 먹는 중에 도리어 잡아먹히지 않도록 경계해야 했다
그런 까닭에 수렵시대 인간에게는 깊은 사색이 허락되지 않았음
->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대상에 사색적으로 몰입할 수 없다.
왜? 한 번에 하나만 할 수 없으니까.
현대 사회 인간에게 이것은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남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회사일수록
한 개인에게 잡다하고 많은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요구하는 회사일수록 한가지 업무에 대한 깊이있는 몰입과 시장성 있는 기술을 창출하기 어려움
-> 이러한 회사는 서서히 도태할 가능성.
규모와 조직이 큰 회사일수록 업무는 세분화되어있고 한가지 업무에 특화된 개인이 많다는 것
부자의 좋은점은 본인이 해야하는 일을 외주를 맡기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 한번에 한가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것
오히려 그 반대
멀티태스킹은 가난과 퇴화의 상징이다
야생에서 수렵해야 했던 선조는 주의를 다양한 활동에 분배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사냥해야 하고 이미 습득한 먹이를 뺏기지 않아야 하며 먹는 중에 도리어 잡아먹히지 않도록 경계해야 했다
그런 까닭에 수렵시대 인간에게는 깊은 사색이 허락되지 않았음
->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대상에 사색적으로 몰입할 수 없다.
왜? 한 번에 하나만 할 수 없으니까.
현대 사회 인간에게 이것은 멀티태스킹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남
멀티태스킹을 요구하는 회사일수록
한 개인에게 잡다하고 많은 업무를 동시다발적으로 요구하는 회사일수록 한가지 업무에 대한 깊이있는 몰입과 시장성 있는 기술을 창출하기 어려움
-> 이러한 회사는 서서히 도태할 가능성.
규모와 조직이 큰 회사일수록 업무는 세분화되어있고 한가지 업무에 특화된 개인이 많다는 것
부자의 좋은점은 본인이 해야하는 일을 외주를 맡기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 한번에 한가지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것
벌
일방향적인 순애는 무섭다
이 경험이 상대의
남은 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부 알면서
관계를 마무리짓는 방식이 너무나도 자기 중심적인
이 경험이 상대의
남은 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부 알면서
관계를 마무리짓는 방식이 너무나도 자기 중심적인
.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정보의 과잉
정보의 비만 상태가 우울을 불러일으킨다
강릉 여행을 계획한다
발달한 인터넷으로 인해 근사한 숙소
맛집 예쁜 카페 등을 검색한다
그러나 돈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때문에 그 중에서 나의 경제적 상황과 취향등을 고려하여 최선이라 생각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아쉬움이 마음속에 있기에 우울해진다
강릉 여행을 계획한다
발달한 인터넷으로 인해 근사한 숙소
맛집 예쁜 카페 등을 검색한다
그러나 돈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때문에 그 중에서 나의 경제적 상황과 취향등을 고려하여 최선이라 생각되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아쉬움이 마음속에 있기에 우울해진다
사랑
우리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이다.
이는 우리가 만든 개념이므로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행동을 하고
내가 짠 대사를 뱉는 당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서 좋아하고 있을 때.
그것은 단지 내 상상 속 한 인물을 맡아서 연기하는 허상의 캐릭터일 뿐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사람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이다.
이는 우리가 만든 개념이므로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행동을 하고
내가 짠 대사를 뱉는 당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서 좋아하고 있을 때.
그것은 단지 내 상상 속 한 인물을 맡아서 연기하는 허상의 캐릭터일 뿐이다.
.
너는 참 맑아서 좋다.
맑기 위해 애써와서 그 맑음을 지킨 거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본인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치기 때문에.
그것은 너무나도 귀해 놓치지 않길 바란다.
오늘 하루도 평온하게 보내길 바란다.
미련없이.
그러나 너무 의미부여로 무겁지 않게.
여기까지 살아오느라 고생한것 다 알고 있다.
너는 네 인생 중 ‘서른 이후의 삶’에 대해 전혀 떠올려보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다고 했지.
죽을 계획 뿐이었으므로.
그러나 너는 이렇게 살아있다.
멋있게. 빛나게.
살고 있는 것을 내가 보아 알고 느껴 안다.
수고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앞으로의 날들은 지금껏 버텨온 날들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기쁨으로 가득하길
더는 외로움에 울지 않길 바란다.
생일 축하한다. 태옥아.
너의 서른을 응원해.
맑기 위해 애써와서 그 맑음을 지킨 거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본인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치기 때문에.
그것은 너무나도 귀해 놓치지 않길 바란다.
오늘 하루도 평온하게 보내길 바란다.
미련없이.
그러나 너무 의미부여로 무겁지 않게.
여기까지 살아오느라 고생한것 다 알고 있다.
너는 네 인생 중 ‘서른 이후의 삶’에 대해 전혀 떠올려보지도 계획하지도 않았다고 했지.
죽을 계획 뿐이었으므로.
그러나 너는 이렇게 살아있다.
멋있게. 빛나게.
살고 있는 것을 내가 보아 알고 느껴 안다.
수고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앞으로의 날들은 지금껏 버텨온 날들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기쁨으로 가득하길
더는 외로움에 울지 않길 바란다.
생일 축하한다. 태옥아.
너의 서른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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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몸에 저장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기억과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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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랑 송구영신예배 드리고 왔다. 기도 시간에 나는 바라는것도 사함 받고 싶은 것도 없어서 눈만 감고 있었다. 내 안에 할 말이 없다.
.
- 내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려줘
-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싶은지에 달렸지
- 어디든 상관없어
- 그럼 어디로 기야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네
-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싶은지에 달렸지
- 어디든 상관없어
- 그럼 어디로 기야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네
.
If they know what they say
would go straight to my head,
what would they say instead?
would go straight to my head,
what would they say instead?
.
우리였었던 전부를 후회해?
.
견뎌라면, 견딜 수 있어요.
그런데 견뎌야 할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견뎌야 할 이유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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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재했는지 의문이 드는 날
.
하나도 괜찮지 않고
하나도 고맙지 않습니다
아프기 싫고
아프게 하기 싫어요
하나도 고맙지 않습니다
아프기 싫고
아프게 하기 싫어요
.
오늘은 M씨와 함께 근무하는 날이었다.
나는 M씨와 근무하는 게 좋다.
좋고 싫은 걸 떠나서 사람이 편하다.
나랑 동갑이고, 무던한 성격에, 같은 방을 쓰고 있고
내가 여기와서 처음 같이 놀러갔던 사람이다.
M씨에겐 뭔갈 부탁하는 것도, 부탁 받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같이 일하면 다른 스텝들보다 훨씬 빨리 끝난다.
청소를 후딱 끝내고 책을 반납하러 종달리 카페에 가기로 했는데
카페에 대한 나의 설명을 들은 M씨가 합류하기로 했다.
도서관 만큼은 아니어도 조용하고, 사람이 별로 없고,
사장님이 아주 친절하신 곳이라고 말했다.
책을 빌려주신 데 대한 감사함과
반납이 늦어진 데 대한 미안함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간단한 선물을 사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디저트를 사가려다가, M씨의 추천으로
여름문구사에서 소품이나 문구류를 사가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여름문구사를 가보았다.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내 거리에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M씨는 출근도장 찍듯 하도 자주 가서
사장님이 또 오셨구나 하고 알아보는 지경이 되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카페 방명록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바다 동물이 그려진 노트를 2권 샀다.
여름문구사는 포장을 참 예쁘게 해준다.
사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게.
바로 옆에 나나이코인가 나나이로인가
소품샵이 하나 더 있는데
여름문구사와 다르게 문구류 보다는
캔들과 식기구 같은 좀더 실용적인 소품이 많았다.
거기서 유라 단발머리 시절이 생각나는
귀여운 젓가락이 있어서 선물하려고 하나 샀다.
나중에 엄마 선물 살때도 여기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타고 종달리에 도착해서 카페까지 걸어갔다.
처음 종달리에 갔을 때는 날이 흐리고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기억이 그닥 안좋았는데,
날 좋을때 다시 가본 종달리는
내 기억보다 훨씬 예쁘고 따뜻한 동네였다.
사람은 많지 않지만
보물같은 장소들을 드문드문 숨겨놓은 곳이었다.
걸어가면서 멋있는 억새밭을 발견해서
M씨와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내가 찍어주는 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M씨는
그날그날 내가 찍어준 사진으로 프사를 바꾼다.
오늘도 내가 찍어준 사진을 프사로 바꿨다.
은근 뿌듯하다. 내 사진은 거지처럼 찍어주지만 어쨌든.
카페 가는 길에 소심한책방을 지나치는데
M씨가 한번도 안가봤다고 해서 책좀 보다 오라고 떨궈놓고
나 혼자 카페로 갔다.
역시나 그때 여자 사장님이 일을 하고 계셨다.
나중에 인스타에서 보니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카페였다.
심지어 애기도 있으시다.
가서 저번에 빌렸던 전혜린 책 돌려드리며 여름문구사에서 산 선물을 드렸다.
사장님 얼굴이 당황, 기쁨, 난처 등이 섞인 표정이 되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매우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나에게 방명록의 첫 인사를 부탁하셨다.
M씨와 함께 아마도 카페의 첫 방명록인듯한 노트의 첫 페이지에
우리 흔적을 기록했다.
종달리 카페는 제주살이 중 나만의 피난처다.
사람은 어디에 살든 혼자 도피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쯤 있어야 한다.
인테리어도 내 취향은 아니고, 음료도 특별히 맛있는 건 아니지만
전혜린 책이 있고, 조용한 사람들이 주로 오는 그 카페가 마음에 든다.
그 카페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위로가 되는 기분이다.
나만의 전용자리도 생겼다. 아마도 사장님이 주로 쓰시는 듯한
이국적인 매트를 깐 테이블.
카페 한 켠에는 피아노가 있는데 오늘 M씨가 그 피아노를 썼다.
이 카페에서 피아노를 진짜로 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생각보다 더 대담한 사람인 것 같다.
M씨가 음료와 함께 티라미수를 주문하더니 같이 먹자고 했다.
저번에 평대리 갔을 때 내가 당근케이크 사준데 대한 보답인듯 했다.
여기와서 나에게 처음으로 뭔가를 베풀어 준 사람. 고마웠다.
집에 와서는 다같이 S씨의 뒤늦은 축하파티를 했다.
바베큐를 굽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나름 성대하게 상을 차려서 다같이 먹었다.
술도 많이 마셨다. 소주, 막걸리, 맥주, 이거저거 섞은거 다양하게.
확실히 아주 약간 편해진 것 같다. 여전히 마음이 가지는 않지만.
오늘 하루는 잔잔하게 위로가 되는 하루였다.
이런 조용하고 잔잔한 날들이 이어졌으면.
나는 M씨와 근무하는 게 좋다.
좋고 싫은 걸 떠나서 사람이 편하다.
나랑 동갑이고, 무던한 성격에, 같은 방을 쓰고 있고
내가 여기와서 처음 같이 놀러갔던 사람이다.
M씨에겐 뭔갈 부탁하는 것도, 부탁 받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같이 일하면 다른 스텝들보다 훨씬 빨리 끝난다.
청소를 후딱 끝내고 책을 반납하러 종달리 카페에 가기로 했는데
카페에 대한 나의 설명을 들은 M씨가 합류하기로 했다.
도서관 만큼은 아니어도 조용하고, 사람이 별로 없고,
사장님이 아주 친절하신 곳이라고 말했다.
책을 빌려주신 데 대한 감사함과
반납이 늦어진 데 대한 미안함을 동시에 표현하기 위해
간단한 선물을 사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디저트를 사가려다가, M씨의 추천으로
여름문구사에서 소품이나 문구류를 사가기로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여름문구사를 가보았다.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내 거리에 있었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M씨는 출근도장 찍듯 하도 자주 가서
사장님이 또 오셨구나 하고 알아보는 지경이 되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카페 방명록으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바다 동물이 그려진 노트를 2권 샀다.
여름문구사는 포장을 참 예쁘게 해준다.
사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게.
바로 옆에 나나이코인가 나나이로인가
소품샵이 하나 더 있는데
여름문구사와 다르게 문구류 보다는
캔들과 식기구 같은 좀더 실용적인 소품이 많았다.
거기서 유라 단발머리 시절이 생각나는
귀여운 젓가락이 있어서 선물하려고 하나 샀다.
나중에 엄마 선물 살때도 여기서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버스타고 종달리에 도착해서 카페까지 걸어갔다.
처음 종달리에 갔을 때는 날이 흐리고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기억이 그닥 안좋았는데,
날 좋을때 다시 가본 종달리는
내 기억보다 훨씬 예쁘고 따뜻한 동네였다.
사람은 많지 않지만
보물같은 장소들을 드문드문 숨겨놓은 곳이었다.
걸어가면서 멋있는 억새밭을 발견해서
M씨와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내가 찍어주는 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M씨는
그날그날 내가 찍어준 사진으로 프사를 바꾼다.
오늘도 내가 찍어준 사진을 프사로 바꿨다.
은근 뿌듯하다. 내 사진은 거지처럼 찍어주지만 어쨌든.
카페 가는 길에 소심한책방을 지나치는데
M씨가 한번도 안가봤다고 해서 책좀 보다 오라고 떨궈놓고
나 혼자 카페로 갔다.
역시나 그때 여자 사장님이 일을 하고 계셨다.
나중에 인스타에서 보니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카페였다.
심지어 애기도 있으시다.
가서 저번에 빌렸던 전혜린 책 돌려드리며 여름문구사에서 산 선물을 드렸다.
사장님 얼굴이 당황, 기쁨, 난처 등이 섞인 표정이 되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매우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나에게 방명록의 첫 인사를 부탁하셨다.
M씨와 함께 아마도 카페의 첫 방명록인듯한 노트의 첫 페이지에
우리 흔적을 기록했다.
종달리 카페는 제주살이 중 나만의 피난처다.
사람은 어디에 살든 혼자 도피할 수 있는 곳이 한 군데쯤 있어야 한다.
인테리어도 내 취향은 아니고, 음료도 특별히 맛있는 건 아니지만
전혜린 책이 있고, 조용한 사람들이 주로 오는 그 카페가 마음에 든다.
그 카페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위로가 되는 기분이다.
나만의 전용자리도 생겼다. 아마도 사장님이 주로 쓰시는 듯한
이국적인 매트를 깐 테이블.
카페 한 켠에는 피아노가 있는데 오늘 M씨가 그 피아노를 썼다.
이 카페에서 피아노를 진짜로 치는 사람은 처음 봤다.
생각보다 더 대담한 사람인 것 같다.
M씨가 음료와 함께 티라미수를 주문하더니 같이 먹자고 했다.
저번에 평대리 갔을 때 내가 당근케이크 사준데 대한 보답인듯 했다.
여기와서 나에게 처음으로 뭔가를 베풀어 준 사람. 고마웠다.
집에 와서는 다같이 S씨의 뒤늦은 축하파티를 했다.
바베큐를 굽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나름 성대하게 상을 차려서 다같이 먹었다.
술도 많이 마셨다. 소주, 막걸리, 맥주, 이거저거 섞은거 다양하게.
확실히 아주 약간 편해진 것 같다. 여전히 마음이 가지는 않지만.
오늘 하루는 잔잔하게 위로가 되는 하루였다.
이런 조용하고 잔잔한 날들이 이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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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아니라 살러와서 보니
제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고루 보인다.
재밌는 것은 좋은 점이 곧 나쁜 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없고 조용하다는 장점은 밤이 되면 안전과 관련해 단점이 된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장점은 편의시설 부족이라는 단점이 된다.
여기와서 내가 미래에 살고 싶은 곳, 정착하고 싶은 곳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도시는 마냥 싫고, 바다는 마냥 좋고, 또 마냥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하동보다 더한 진짜 시골에 살아보니, 시골의 정적과 시골의 불편함,
해가 지면 즉시 어두워지는 시골의 무섭도록 정확한 시간관념이 모두 나를 숨막히게 한다는 걸 알았다.
명동의 바글바글한 인파 사이에 섞이고 싶고
밤 10시에 답답하다고 동네 한바퀴 산책하고 싶고
24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새벽 1시쯤 털레털레 집으로 걸어가고 싶다.
출출해지면 새벽 2시에 잠옷 입고 편의점에 가서 야식거리 사올 수 있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병원, 약국, 편의점이 모두 있어서
한번 외출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사올 필요가 없고
영화관 가기 위해 왕복 4시간을 가야할 필요가 없는 서울 집이 진심으로 그립다.
그것들과 멀어지고 싶어서 제주로 왔으면서.
제주가 싫은 건 아니다. 나는 제주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아마 서울에 가면 또 제주가 그립다고 훌쩍이고 있을 것이다.
둘의 중간 지점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그게 어딘지 모른다는 게 문제일 뿐.
어딘가 내 맘에 쏙 드는 곳을 찾아서 정착하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 해도 반은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제주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고루 보인다.
재밌는 것은 좋은 점이 곧 나쁜 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없고 조용하다는 장점은 밤이 되면 안전과 관련해 단점이 된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는 장점은 편의시설 부족이라는 단점이 된다.
여기와서 내가 미래에 살고 싶은 곳, 정착하고 싶은 곳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도시는 마냥 싫고, 바다는 마냥 좋고, 또 마냥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하동보다 더한 진짜 시골에 살아보니, 시골의 정적과 시골의 불편함,
해가 지면 즉시 어두워지는 시골의 무섭도록 정확한 시간관념이 모두 나를 숨막히게 한다는 걸 알았다.
명동의 바글바글한 인파 사이에 섞이고 싶고
밤 10시에 답답하다고 동네 한바퀴 산책하고 싶고
24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새벽 1시쯤 털레털레 집으로 걸어가고 싶다.
출출해지면 새벽 2시에 잠옷 입고 편의점에 가서 야식거리 사올 수 있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병원, 약국, 편의점이 모두 있어서
한번 외출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사올 필요가 없고
영화관 가기 위해 왕복 4시간을 가야할 필요가 없는 서울 집이 진심으로 그립다.
그것들과 멀어지고 싶어서 제주로 왔으면서.
제주가 싫은 건 아니다. 나는 제주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아마 서울에 가면 또 제주가 그립다고 훌쩍이고 있을 것이다.
둘의 중간 지점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그게 어딘지 모른다는 게 문제일 뿐.
어딘가 내 맘에 쏙 드는 곳을 찾아서 정착하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 해도 반은 성공한 인생일 것이다.
.
오늘은 별것 안했지만 하루종일 무언지 모를 감정으로 충만한 하루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내게 주어진 청소업무를 끝내고,
중간의 휴식시간 동안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사고,
책방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사진집을 한 권 샀다.
생리대 담는 용으로 쓸 고양이 자수가 수놓아진 파우치도 하나 샀다.
고양이 옆에 주저앉아서 한참 동안 고양이 자는 걸 구경했다.
천천히 집으로 걸어오면서 지는 노을을 봤다.
핸드폰으로 몇 개의 기사와 몇 개의 글을 읽었다.
여유롭게 산책했고, 걸으면서 이것저것 두서없이 생각했다.
누군가 딱히 그립지도 않았고, 나를 늘 따라다니는 무언가 빠뜨리고 있다는 기분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별 것 없는 하루를 끝내고 나니 무언가 마음속에 잔잔히, 깊이있게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또,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하나도 하지 않은 날이었다.
오늘 같은 하루가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10.19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내게 주어진 청소업무를 끝내고,
중간의 휴식시간 동안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사고,
책방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사진집을 한 권 샀다.
생리대 담는 용으로 쓸 고양이 자수가 수놓아진 파우치도 하나 샀다.
고양이 옆에 주저앉아서 한참 동안 고양이 자는 걸 구경했다.
천천히 집으로 걸어오면서 지는 노을을 봤다.
핸드폰으로 몇 개의 기사와 몇 개의 글을 읽었다.
여유롭게 산책했고, 걸으면서 이것저것 두서없이 생각했다.
누군가 딱히 그립지도 않았고, 나를 늘 따라다니는 무언가 빠뜨리고 있다는 기분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별 것 없는 하루를 끝내고 나니 무언가 마음속에 잔잔히, 깊이있게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또,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하나도 하지 않은 날이었다.
오늘 같은 하루가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8.10.19
.
여기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졌다.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건 사람이다.
돌발 상황이랄 것도 없다.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사로운 인간관계만이 이따금 나에게 발작처럼 짜증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한달 가까이 살아본 제주는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동쪽 서쪽 남쪽 어디를 가든 비슷비슷하다.
돌과 바람과 바다. 제주도는 이 세가지로 완전히 압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틈만 나면 어김없이 어디론가 간다.
무언갈 기대하고, 무언갈 만날 수 있길 바라면서.
타성에 젖은 것 같다. 살아있어서 무료하다.
특별히 우울하거나 슬픈 건 아닌데, 내 안에 즐거움이 없다.
물기 없이 바싹 메마른 사막같다.
너무 건조해서 작은 미소조차 지을 수 없다.
좋은 것을 보면, 좋다.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잘한 에피소드를 만나면.
하지만 모든것이 그냥 새어나간다.
마음의 독에 도대체 언제 생겨서 어디에 있는지 모를 구멍이 하나 있다.
아무리 들이부어도 거기로 모든 게 새어나간다.
좋았던 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 텅 비어버린다.
내 안엔 아무것도 없다.
약간의 짜증과 신경 과민, 경계심 뿐.
최근 쓸데 없는 물건을 잔뜩 사들였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바쁘게 살아야 할까.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살고 있다.
말 그대로 몸을 쓰고 있다.
내게 위안이 되는 사실은 밤이 되면 잠이 온다는 것 뿐이다.
나는 이런 공허감 앞에 무력하다.
오늘 서우봉 둘레길을 걸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역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2018.10.28. 21:33
돌발 상황이랄 것도 없다. 손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사로운 인간관계만이 이따금 나에게 발작처럼 짜증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한달 가까이 살아본 제주는 더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동쪽 서쪽 남쪽 어디를 가든 비슷비슷하다.
돌과 바람과 바다. 제주도는 이 세가지로 완전히 압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틈만 나면 어김없이 어디론가 간다.
무언갈 기대하고, 무언갈 만날 수 있길 바라면서.
타성에 젖은 것 같다. 살아있어서 무료하다.
특별히 우울하거나 슬픈 건 아닌데, 내 안에 즐거움이 없다.
물기 없이 바싹 메마른 사막같다.
너무 건조해서 작은 미소조차 지을 수 없다.
좋은 것을 보면, 좋다.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자잘한 에피소드를 만나면.
하지만 모든것이 그냥 새어나간다.
마음의 독에 도대체 언제 생겨서 어디에 있는지 모를 구멍이 하나 있다.
아무리 들이부어도 거기로 모든 게 새어나간다.
좋았던 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 텅 비어버린다.
내 안엔 아무것도 없다.
약간의 짜증과 신경 과민, 경계심 뿐.
최근 쓸데 없는 물건을 잔뜩 사들였다.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바쁘게 살아야 할까.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살고 있다.
말 그대로 몸을 쓰고 있다.
내게 위안이 되는 사실은 밤이 되면 잠이 온다는 것 뿐이다.
나는 이런 공허감 앞에 무력하다.
오늘 서우봉 둘레길을 걸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역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2018.10.28. 21:33
.
싫다고 끊을 수 있는 인연은
꽤 나은 축에 드는거야
꽤 나은 축에 드는거야
.
We can do whatever we want
Cause nothing matters
Cause nothing matters
.
내가 사랑한 사람은 많지만 내가 나를 보여줘도 됐던 사람은 헤어진 내 전 남자친구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일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매일 울고 지금도 울고 눈물의 방에 있는 것 같다.
.
get busy living
or get busy dying
or get busy dying
.
이런 식으로 끝까지 살 수도 있다는게 소름끼친다
.
고마워, 정말 진심으로 근데,
지금 어디 있어?
지금 어디 있어?
.
I know you still think about the times we had